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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의 대중문화 보충수업 마지막회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너무 비싸게 굴지 말고 어서 벌거벗으라”

  • 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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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다큐멘터리 ‘동물의 번식’으로 본  北 주민의 性의식

다양한 동물의 교미 장면을 촬영한 ‘동물의 번식’은 북한에서 흔히 사용하는 속담과 비유법을 총동원해 동물들의 애정행각을 익살맞게 묘사한다.

1986년 북한영화 ‘봄날의 눈석이’에서 처음으로 키스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표현은 프렌치 키스처럼 수위가 높은 게 아니라 그냥 가벼운 입맞춤에 불과했습니다. 키스 장면이 일반화한 것은 1991년 제6기 19차 전원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김정일이 추대된 이후부터입니다. 특히 경희극 영화에서 키스 장면이 종종 등장했는데, 그 표현수위는 “그는 아연해 있는 보옥을 다짜고짜 끌어안았다. 보옥은 부끄러웠다. 부끄러우면서도 온몸과 얼굴로 그 품속에 깊이 파고들었다”(‘거대한 날개’ 중)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도 음란 비디오가 점차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선 음란 비디오를 둘러싼 성폭행이 주로 당 간부의 자녀와 러시아 벌목공(이른바 ‘외화벌이 일꾼들’)으로 러시아를 다녀온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실제로 1992년 평양의 한 식당에서는 몰래 들여온 포르노 비디오테이프를 당 간부의 자녀들이 집단으로 관람한 뒤 여종업원을 겁탈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영화는 비록 동물들의 번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섹스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시각과 태도를 힐끗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가 화들짝 놀랄 정도로 직설적이고, 또 어떤 때는 유머감각과 풍자정신이 넘쳐나며, 또 어떤 때는 섹스를 대하는 더없이 넉넉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수컷 유혹하는 암컷의 ‘뒷웃음’

‘토끼’ 편을 보겠습니다. ‘쌍붙기’의 특징과 최적기 등의 기초정보를 인민성우의 내레이션을 통해 세세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괄호 속 단어는 제가 우리말로 알기 쉽게 풀이해놓은 것입니다.



토끼는 암수놈이 같이 있기만 하면 쌍붙는 재미에 하루 종일 떨어질 줄 모릅니다. 수토끼들은 넉 달 이상 자란 암컷이면 애송이건 새끼 밴 것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보십시오. 수놈들의 기분이 절정에 오를 때 떨기(피스톤 운동) 속도는 참으로 볼 만합니다. 떨기 속도에서는 개가 제일이라고 하지만 토끼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재봉기(재봉틀) 바늘처럼 고속으로 떨다가 명중하면 눈을 딱 감고 뒤로 발딱 자빠집니다. 이렇게 되어야 한 회전이 완전히 끝난 것입니다.

그러나 수토끼는 이러한 재미를 맛보기 시작하면 시간당 10번, 최고 15번까지 문제없이 제낄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재미가 얼마나 큰지, 몇 회전을 거치는 동안에 그 잡은 것(수컷의 성기)이 이렇게 맥없이 축 처져도 암컷을 놓아주지 않고 끝내 힘을 모아 흥분에 극치를 맛보고야 맙니다. 이런 특성으로 해서 토끼는 생산성이 높은 가축으로 그 가치가 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단합니다. 토끼의 번식 특징을 설명하는 비유의 묘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말’ 편에서는 그 번식 장면만큼이나 호쾌하고 절묘한 비유법이 꽃을 피웁니다.

오랜 옛날부터 항간에는 물동이를 이고 가던 여인들이 쌍붙는 말을 보고 물동이를 잡아당겨 밑독이 빠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키가 크고 정력이 좋은 말들이 홍두깨 같이 큰 것을 휘두르며 쌍붙기하는 모습은 힘있고 시원하면서도 자극적인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말은 수컷이 막상 올라타려고 하면 암컷이 뒷발로 된(강한) 타격을 줍니다. 이것은 숫놈을 흥분시키기 위한 동물들의 본능적인 동작이기도 합니다. 첫 타격에서 수컷의 뽑아든 것(발기된 성기)이 사그러지지 않으면 암컷은 더 이상 요동치지 않고 방긋방긋 웃는 것(암컷의 성기)을 돌려댑니다. 수컷을 유혹하는 암컷의 묘한 뒷웃음. 흥분된 수컷은 삿갓처럼 퍼진 것을 뽑아들고 힘있게 찌르다가도 문지르며 용을 씁니다.

기가 막힌 비유입니다. 만개(滿開)한 암말의 성기를 ‘방긋방긋 웃는 것’이라고 표현했다가 결국엔 ‘뒷웃음’ 단 한 단어로 촌철살인을 하는군요.

“너도 안타깝게 굴지 않았느냐”

그래도 이 영화 중 최고 수준의 비유를 보여주는 내레이션은 ‘여우’ 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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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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