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5월초 언론을 뜨겁게 달군 시골마을이다.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즈가 자리잡은 이 지역에는 2008년 말까지 경기도 북부의 미 2사단과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유엔사령부가 이전해올 예정. 그러나 기지 확장을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과 일부 주민들은 국방부의 토지수용 행정집행에 반발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한명숙 국무총리는 5월12일 대(對)국민호소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하는데 미군기지 이전이 차질을 빚으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미군기지 평택 이전 문제가 한미관계의 변화와 연계돼 있음을 강조했다.
국방분야 현안에 대해 논쟁이 발생했을 때 정부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논리적 명분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국방예산 증액, 국방개혁안 입안, 주요 무기체계 관련 결정 등, 이슈가 있을 때마다 ‘자주국방’과 ‘전시작통권 환수’는 핵심적인 근거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서는 독자적인 작전기획 및 군 운용능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필수적인 조치라는 설명이었다.
‘전쟁이 벌어졌을 때 한국군이 수행하는 작전에 대한 통제권한을 되찾아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이던 이 문제는 안보분야 최대 과제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당선자 시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 문제를 언급해온 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1일 계룡대 연설에서 “자주국방은 자주독립 국가가 갖춰야 할 너무나도 기본적인 일”이라며 “우리 군은 전시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처럼 강력한 의지에 따라 한미 양국은 20일 뒤인 10월21일, 국방장관이 참석한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에 관한 협의를 ‘적절히 가속화(appropriately accelerate)’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안보정책구상회의(SPI)를 통해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당초에는 작통권 환수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한 일정과 방법을 4월 중순까지 구체화해 보고서로 만들고 10월까지는 로드맵을 완성해 올해 SCM에 보고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보고서는 5월 중순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 로드맵은 향후 5~10년에 걸쳐 작통권 환수 절차를 준비·실행한다는 틀 안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이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협상과정을 예의 주시하던 전문가들과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 “뭔가 심상치 않다”는 수군거림이 흘러나온 것은 3월7일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 및 유엔사령관 겸임)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한 직후였다.
“(유명무실한 상태인) 유엔사에 대해 미국 외 15개 참전국의 소임을 늘리고 유엔사가 유사시에 대비한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참여시킴으로써, 유엔사를 진정한 다국적군 사령부로 만들겠다.”
이 발언의 진의를 두고 관련부처와 청와대는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벨 사령관의 발언은 한반도 유사시(전시)를 대비한 사령부로 한미연합사 대신 16개국과 한국이 참여하는 유엔사를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사 강화 움직임 가시화
사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가시화됐다. 5월7일자 ‘국민일보’는 “앞으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거나 역할이 축소되더라도 한반도 정전협정 체제를 책임지는 유엔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주한미군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미 지난해부터 리언 러포트 당시 사령관이 유엔군 소속 일부 국가를 직접 방문해 이 같은 기능강화 방침을 설명하고 현역 장교와 무관을 더 많이 파견할 것을 요청했으며, 9개 국가가 이에 응하기로 했다는 것. 이 기사는 일본 도쿄에 있는 유엔군 후방사령부를 방문해 기능강화 방안을 논의한 버웰 벨 현 사령관의 최근 움직임도 자세히 전했다. 이 역시 ‘주한미군 고위관계자’의 상세한 설명을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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