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요동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연합사가 내놓으면 유엔사로 넘어간다?” 양국 반대파 ‘히든 카드’ 될 수도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요동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2/4
5월 중순에는 이보다 더욱 민감한 사안이 불거졌다. 5월9일부터 사흘간 용산에서 개최된 ‘유엔사-특전사 컨퍼런스’. 유엔사가 13개국 군사 전문가들을 초청해 열린 이 세미나에서는 북한정권 붕괴 및 남북한 무력충돌 등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해 유엔사 주축으로 구성될 특수부대의 운영방안을 의제로 다뤘다.

이는 향후 유엔사의 역할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다국적군’ ‘국제군(international force)’으로 변모시키는 계획을 추진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었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이러한 내용을 주한미군사령부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 군사전문지 ‘성조(Stars and stripes)’와의 인터뷰를 통해 매우 상세히 공개했다는 점. 사실상의 공개선언이었다.

일련의 사건이 관계부처 사이에서 일으킨 파장은 간단치 않았지만, 이는 은밀히 퍼져 나갔다. 버웰 벨 사령관 발언의 경우, 주한미군사령관의 청문회 발언은 사전에 우리측에 통보되는 게 관행이나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없었다는 후문이다. 갑작스러운 발언에 놀란 국방부는 급히 해명자료를 배포했고,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비공식적으로 벨 사령관에게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부도 곧 이어 ‘잘못된 보도내용에 대한 주한미군의 입장’라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 자료에는 정작 어떤 보도의 어떤 내용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명확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청와대 안에서도 논란이 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담당부서인 통일외교안보정책실에서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 관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불똥이 튀었다는 전언이다. 주한미군과의 사전조정 미비로 사령관의 민감한 발언이 청문회 자리에서 공개된 데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것. 당연히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담당자들은 경위서를 작성하는 등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일련의 사건에 이렇듯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유엔사를 강화해 ‘국제군’의 역할을 수행하고 북한정권 붕괴 같은 유사시 특수부대 파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이를 접한 당국자들이 “심상치 않다”고 말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전시작통권 환수와 유엔사 사이에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한국 정부→유엔사→연합사

이러한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작전통제권에 얽힌 국제법적인 구조를 파악해야 한다. 6·25전쟁 초기에 유엔사령관에게 양도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연합사가 창설되면서 다시 연합사령관에게 위임되는 형식절차를 거쳤다. 실질적으로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령관과 유엔사령관을 겸임하고 있으므로 별반 차이가 없지만, 국제법적으로는 두 단계를 거친 것이다. 이후 1994년 평시의 한국군 작전통제권은 한국정부가 단독으로 행사하고 ‘데프콘Ⅱ’ 이상의 전시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것으로 조정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통권은 유엔사가 연합사에 재위임한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엄격하게 말하면 연합사가 해체될 경우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유엔사령관에게 이양한 한국군에 대한 작통권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는 것.

최근 SPI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합지휘체계 변경과 작통권 환수 관련 협상은 이 연결고리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주로 연합사의 해체 등 위상 변경과 그에 따른 임무조정, 이후에도 양국군의 작전을 유기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병렬형 지휘체계 구축 등에 포커스를 맞춰왔다는 설명이다. 법률적으로 볼 때 유엔사에 위임된 ‘원래의 작전권’을 어떤 절차를 거쳐 환수할 것인지, 유엔사와는 어떤 지휘관계를 만들 것인지, 유엔사에 위임한 권한을 돌려받는 절차가 필요하기는 한 것인지 등은 정식 논의된 바가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미국측에서 거듭해 흘러나오는 ‘유엔사 강화’ 분위기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일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미군이 혹시 독자적인 활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유엔사를 강화한 뒤 이를 통해 한국군의 전시작통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해석하기에 따라 작통권 환수논의의 근본을 흔들 만한 민감한 함의가 유추되는 것. 이쯤 되면 국방부와 청와대가 버웰 벨 사령관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연합사가 해체되고 유엔사가 한국군의 작통권을 행사하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전시에 한해서는 1978년 이전 시스템으로 회귀하는 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형식상 양국 대통령의 지시를 받게 돼 있지만 유엔사령관은 그렇지 않으므로, 오히려 한국군의 ‘자주성’은 지금보다 퇴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2/4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요동치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논의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