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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함께 떠나는 중국여행 ⑩

‘황비홍(黃飛鴻)’

천당이냐 지옥이냐, 대륙이 풀지 못한 100년 묵은 과제

  • 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황비홍(黃飛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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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비홍(黃飛鴻)’

영화 ‘황비홍’은 무술 고수이면서 인격적으로도 훌륭했던 광저우의 실존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황비홍은 1847년생으로 알려져 있다. 무술 고수이던 아버지에게서 6세 때부터 무술을 배웠다. 황비홍의 아버지는 포산과 광저우 일대를 돌아다니며 무술을 가르치거나 약을 팔아 생계를 꾸렸다.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무술을 배우던 황비홍은 13세 때 당시 무술계 고수에게서 철선권(鐵線拳) 등을 배워 출중한 무술 실력을 지니게 됐다. 16세가 되자 마침내 광저우로 나와 무관(武館)과 ‘바오쯔린’이라는 중의원을 열었다. 이후 광저우의 민간 자위부대라고 할 수 있는 민단에서 무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만년(晩年)에는 주로 중의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념하다 1924년에 병으로 죽었다.

영화 ‘황비홍’은 바로 이런 실존인물 황비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첫 작품이 흥행에 성공하자 속편이 6편이나 만들어졌다. 물론 쉬커의 ‘황비홍’ 이전에도 황비홍을 다룬 영화와 드라마는 꽤 많았다. 홍콩에서 그러했다.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를 합쳐서 모두 85편이나 된다. 한 사람의 일생이 이렇게 많이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경우가 없어서 이 방면에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황비홍은 왜 이렇게 인기를 누리면서 끊임없이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것일까. 우선 황비홍은 무술의 고수다. ‘황비홍’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황비홍 무술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무술 영화는 가장 대중적인 장르다. 기본적으로 흥행이 보장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황비홍이라는 인물 자체가 지닌 매력 때문이다. 원래 무(武)와 협(俠)은 하나여야 한다. 무는 싸움을 잘하는 것일 터인데, 협이란 무엇인가. ‘사기(史記)’에서 사마천은 이렇게 말한다.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행동은 결과가 있어야 하고, 약속한 일은 어렵더라고 전심전력하여 자기 몸을 아끼지 않고 이행한다.”

사마천이 말하는 것은 이른바 ‘무덕(武德)’이다. 싸움을 잘하는 것은 물론 사마천이 말한 무덕을 지녀야 비로소 무협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황비홍은 무술실력뿐 아니라 중국인이 전통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격을 겸비했다. 겸손하고 ‘예(禮)’를 차릴 줄 알며, 옳고 그름이 분명하고 정의를 위해 행동하는 ‘의(義)’의 정신, 사람 사이의 정을 중요시하고 남에게 덕을 베푸는 ‘인(仁)’의 정신, 다른 사람을 넓게 품어 감싸는 ‘서(恕)’의 정신을 고루 지녔다.

물론 황비홍이 진짜 그러했는지는 알 수 없다. 포산에 있는 황비홍 기념관은 영화 속 황비홍의 이미지에 따라 그의 행적을 꿰어맞춘 인상이 짙다. 황비홍에 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출생과 사망 연도에 대해서조차 이설(異說)이 많다. 황비홍이 알려진 것은 영화에서 영락없는 돼지 형상을 하고 돼지고기 장수로 나오는 수제자 린스룽(林世榮) 때문이다. 그의 책에 황비홍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단편적인 사실들만 적혀 있어 실제 황비홍이 대단한 영웅이었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들 어떤가. 중요한 것은 적어도 중국 민중, 특히 광저우 일대 중국인의 기억 속에서, 전설 속에서 황비홍은 늘 그런 영웅으로 영원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광둥의 영웅이 중국의 영웅으로

쉬커는 이미 85번이나 재탕이 된 황비홍을 쉬커 식으로 다시 창조한다. 쉬커가 창조한 황비홍의 특징은 두 가지다. 우선 쉬커의 황비홍은 젊다. 젊은데도 그는 이미 무술과 인격 면에서 절대지존이다. 젊은 황비홍은 ‘사부’로서 아버지와 스승 노릇을 제대로 수행한다. 철없는 제자를 다독이면서 사태를 이성적으로 파악하는가 하면 무술 스승뿐만 아니라 정신적, 인격적 스승 역할까지 훌륭히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총에 맞아 부상당한 사람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가 하면 민중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 한없이 부드럽고, 자신의 힘을 옳은 일에만 사용한다. 진정한 무협인의 모습 그대로다.

쉬커가 창조한 황비홍의 두 번째 개성은 이전의 황비홍과 가장 확실하게 구별되는 특징인데, 황비홍을 광둥 일대의 영웅에서 중국인의 영웅으로, 중국 운명의 상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실 황비홍이 홍콩에서 끊임없이 재탕되면서 인기를 끈 것은 황비홍이 홍콩과 광둥을 비롯한 이른바 중국 영서지방 문화의 상징 구실을 한 때문이다. 영남지방은 광저우와 선전(深?), 홍콩 등을 포함하는 광둥, 광시(廣西) 지역을 말한다. 영남지방은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독자적인 문화 전통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도 말이 다르다. 광둥어를 듣다 보면 광둥이 중국 맞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도무지 다른 나라 말 같다. 중국 어느 지방이나 사투리가 있다. 하지만 그 지방 사투리로 방송을 하고, 학교에서도 공공연히 지방 사투리를 쓰는 지역은 광둥이 유일하다. 표준어가 침투하지 못해 광저우에서는 아예 광둥어가 표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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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연 서강대 교수·중국현대문학 gomexico@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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