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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돌아온 장고’, 세계 최초 ‘자동차-철강그룹’ 초석 놓는다

  • 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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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창조의 순간이…’

일관제철소 꿈 다져가는 현대제철

고로 본체가 들어설 부지의 파일 시항타 작업장. 4월 준공을 앞둔 3만t급 부두 건설 현장에서 크레인 공사를 하고 있다. 열연공장에서 사용할 슬라브를 하역하고 있다.(위부터 차례로)

취재 때문에 꽤 많은 산업현장을 방문했지만 전기로제철소는 처음이었다. 사진으로는 여러 번 봤는데, 현장을 보니 우선 엄청난 규모가 놀랍다. 5m쯤 될까. 거대한 전극봉이 우레와 같은 소리와 번개를 치며 고철덩어리를 녹이는 장면은 마치 천지창조의 순간처럼 신비롭고 엄숙하다.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 시뻘건 쇳물이 커다란 솥에 담기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수십t이 넘는 열연코일로 척척 태어나는 광경은 가슴을 뛰게 한다.

전기로는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든다. 쉽게 말하면 걸레를 세척해 행주를 만드는 셈인데, 원재료인 고철이 불순물 덩어리여서 여기서 만든 제품은 철근이나 H형강 등 건축자재용으로 쓰인다. 당진제철소는 전기로 생산규모로 세계 2위다.

반면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한다. 고로에서 만든 쇳물은 순도가 높고 표면이 매끄러워 자동차나 가전기기 등 고급제품에 사용할 수 있다. 고로산업은 철광석 등 원자재 구입의 진입장벽이 높아 민간업체가 담당하기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이 때문에 초기 고로제철소는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포스코가 맡았다. 대만이나 중국도 국영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철강은 한국의 5대 수출품목에 들어가지만 수입도 많아 해마다 손익계산을 해보면 적자다. 고로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슬라브(직사각형의 철 덩어리)의 경우, 한국은 현대제철의 200만t 수입을 포함해 연간 1000만t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가 업계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현대제철이 2011년 연간 700만t 생산규모의 고로제철소를 갖게 되면 철의 원료인 철광석을 이용해 열연, 냉연코일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일관(一貫)제철소’ 체제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의 국내 독점체제가 깨진다.

‘제철의 꿈’

전기로에서 생산한 제품과 향후 고로에서 생산할 제품을 더해 연간 1750만t을 생산하면 현대제철은 세계 10위권으로 진입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가격을 안정시켜 소비자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고로제철소를 짓기 위해 동원하는 건설인력만 9만3000명에 달하고, 제철소 운영에 7만8000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 확장하면 15만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것이 현대제철의 예상.

현대자동차그룹이 제철산업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자동차에 소요되는 고급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다. 자동차의 외장에 사용되는 냉연강판은 계열사 현대하이스코(현대제철로 합병됨)가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냉연강판의 원료인 열연강판은 포스코에서 공급받아야 한다. 열연강판은 철강석을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국내 업체로선 포스코가 유일하게 생산한다.

2000년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열연강판 공급을 거부하면서 빚어진 법정분쟁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왜 제철사업에 뛰어들었는지 짐작케 한다. 당시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가 냉연강판 사업을 시작하면서 독점구조가 깨지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포화상태이던 철강업에 재벌이 뛰어들었다는 이유로 포스코는 현대하이스코에 열연강판 제공을 중단했다. 2년을 끌던 분쟁은 결국 양사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타결됐지만, 현대차를 짓누르던 불안감마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산업에서 강판은 시장경쟁의 중요한 포인트다.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강판은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정적 요소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현대하이스코를 통해 일본의 고로제철소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예컨대 가격이 저렴하고 강도가 높은 자동차 외장용 강판(GA강판)과 맞춤형 강판으로 알려진 ‘TWB 강판’을 개발했다. TWB 강판의 경우 프레스만 하면 바로 자동차 외장용으로 쓸 수 있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외부 관찰자의 시각에서야 포스코와 현대차가 제품 개발에 함께 나선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투자비를 아끼면서 자동차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고, 포스코도 안정적인 거래선을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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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parker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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