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전직 경호원들이 털어놓은 대통령 경호 비화

암행시찰 즐긴 전두환, 헬기 꺼린 김대중, 배짱 두둑한 노무현,

  •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전직 경호원들이 털어놓은 대통령 경호 비화

2/4
그는 경호원 생활을 이렇게 얘기했다.

“하루 근무, 하루 당직, 하루 휴식 3교대로 일해요. 바깥 사람들은 경호실에 근무하면 ‘빽’이 셀 것으로 보지만 그렇지 않아요. 단 하나, 우쭐할 때가 있다면 대통령을 모시는 덕분에 인사를 잘 받는다는 거죠. 대통령경호실 배지를 달고 있으면 경찰서장도 달려와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인사할 정도거든요.

경호원 단속이 가장 심하던 때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입니다. 행여나 경호원이랍시고 접대를 받았다가 경호실장 귀에 들어가면 바로 징계조치를 당했어요. 김대중 대통령 때는 ‘절대 보증을 서지 말라’는 공문서를 축소 복사한 다음 코팅까지 해서 전 경호원에게 돌렸어요.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집안에서 빚보증 서달라고 하면 그걸 보여주면서 ‘보증 서주면 잘린다’고 말하라 했습니다.

경호원에겐 사명감과 품위가 생명입니다. 한순간도 품위를 잃어선 안 돼요. 아침에 일어나 2대 8 가르마를 타고 주름 하나 없는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게 그저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몸과 얼굴에서 광채가 나게 하기 위해서지요. 대통령의 안전을 책임지기 때문에 절대 빈틈을 보여선 안 됩니다. 심지어 팬티까지 다려 입으라고 했어요.”

대통령 지나갈 복도 천장 다 뜯어봐



‘대통령 경호’ 하면 미국 대통령 경호팀을 꼽는다. 우리나라 경호원 눈에 비친 미국의 대통령 경호 방식은 이렇다.

“외국 대통령이 오면 우리나라 경호실에서 경호를 지원해요. 하지만 미국은 절대 안 됩니다. 자체 경호를 하죠. 미국 경호원은 남녀가 평등하더군요. 여자 경호원도 밤새도록 근무를 해요. 또 미국 경호원은 오로지 경호만 합니다. 우리나라 경호원은 비서(의전) 노릇을 겸하거든요. 가령 대통령이 악수하지 말아야 할 사람과 악수를 하려 하면 경호원이 대통령의 손을 터치할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은 절대 안 됩니다. 말 그대로 경호만 하는 거죠. 경호원은 대통령의 동선(動線)을 철저하게 지킵니다. 대통령에게 누가 손을 내밀면 어깨와 팔로 쳐내요. 대통령이 걸어가는 길을 확실하게 터주면서 대통령을 보호하는 식이에요.”

대통령경호실은 매년 직원을 공채한다. 7급 특정직 국가공무원이다. 경호관은 만 30세 이하의 군 생활을 마친 남성(여성도 가능)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학력제한이 없는 게 특징이다. 필기시험(상식, 영어)을 거쳐 인성검사, 신체검사, 체력검정을 통과한 후 다단계 심층면접을 받아야 한다. 시험과목에 무술은 없다. 하지만 합격자 중에는 무도 유단자가 많다. 유단자가 아니더라도 경호실에 들어가면 특공무술, 태권도, 유도, 검도 등 국가공인 무도 중 한 가지를 연마해 3단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경호실에는 여러 무도의 단수를 합해 20단 이상인 무술 고수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전직 경호원 A씨는 “대통령이 한번 움직이면 지역의 군인과 경찰을 포함해 1000여 명이 동원된다”면서 행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경호원은) 만능이어야 해요. 경호실에는 수행부·관저부·선발부·검측부 네 부서가 있는데,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결정되면 하루 전에 선발부 경호원을 내려보내요. 행사장을 눈감고도 꿰뚫을 정도로 익힙니다. 혹시라도 위해물(危害物)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대통령이 지나갈 복도의 천장을 다 뜯어봐요. 의자와 바닥 구석구석까지 다 살핍니다. 경찰 특공견(犬)을 동원해 폭발물이 있는지도 확인해요. 검측이 끝나면 경호원은 대통령이 올 때까지 그곳을 ‘외부인 통제구역’으로 지켜야 합니다. 만일 행사장 가까이에 산이 있다면 군인과 경찰이 특공견을 동원해 수색합니다.”

군 장성 부관들의 권총 압수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 중 가장 큰 것이 현충일 추념식이다.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 행사는 초청인사와 일반 참배객이 5000여 명에 달한다. 현직 경호원 P씨가 들려준 ‘아찔했던’ 현충일 경호 비화.

“지난해 6월이었어요. 현충일 기념식을 하루 앞두고 ‘한 여자가 현충원에 이상한 가방을 두고 사라졌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온 겁니다. 경호실이 발칵 뒤집혔어요. 경호관들이 군 폭발물 처리반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가방을 찾아 X-레이 촬영을 해보니 폭발물로 의심되는 배터리가 눈에 띄었어요. 유사 폭발물이 아닌가 의심했죠. 즉시 현장을 통제하고 가방을 폭파했어요. 그런데 그 가방에서 리모컨으로 작동되는 어린이용 카메라와 게임기가 쏟아져 나왔어요. 잡상인의 가방이었어요. 현충일 행사장에서 판매하려고 미리 현충원에 반입해놓았던 겁니다.”

“YS와 DJ를 다 모셨다”는 K씨에 따르면 행사경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참석자에 대한 검색이다.

“행사에 초청인사로 참석하기 위해선 반드시 비표가 있어야 해요. 검정리본에 ‘몇 회 현충일의 날’이라고 적힌 비표입니다. 해마다 글씨체가 바뀌어요. 보훈처에서 사전에 몇 명 초청할지 인원을 정해 비표를 만든 후 당일 아침 경호실에 와서 검증받아요. 글씨체는 당일 비서실과 보훈처만 아는 거죠. 초청된 사람이라도 전년도 비표를 달고 오면 입장할 수 없어요. 입장할 때 경호관이 비표와 신분을 철저히 확인하거든요. 촉수검색은 물론 휴대용 검측기(스캐너)로 몸을 샅샅이 검색합니다.

2/4
이은영 신동아 객원기자 donga4587@hanmail.net
목록 닫기

전직 경호원들이 털어놓은 대통령 경호 비화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