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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회관 ‘증발’ 논란

‘헛발질’ 예총은 수백억대 부동산 수익

  • 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회관 ‘증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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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총 “사권설정을 許하라”

예총이 차선책으로 고려하는 방안은 국고 165억원을 돌려주고 문화관광부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뒤 자체적으로 돈을 빌려 예술인회관을 완공하는 것이다. 이 165억원은 건설회사나 투자자로부터 빌려서 갚는다는 복안이다. 이 경우 추가 공사비와 밀린 공사대금 외에 16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남는 장사’라는 게 예총의 판단이다. 더구나 예총은 추가로 돈을 내놓지 않아도 된다. 보미건설은 자기들 돈으로 공적자금을 갚은 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공사를 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또한 예총은 해외에서 400억원을 빌릴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영국 투자회사인 헤프너사(Heppner International Limited)로부터 연 4~4.5%의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것. 천영세 의원과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예총이 이미 이 회사와 양도증서를 주고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종헌 사무총장은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정부에서 사권 설정을 금지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계약을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김 사무총장은 처음엔 “얘기가 오가다 무산됐다”고 하더니 나중엔 “계약서를 조율하다 보류된 상태”라고 말을 바꿨다. 기자가 3월21일 예총 건립소위에서 양도증서 및 보증증서 체결을 승인했다는 문서를 제시하며 확인을 요구하자 그는 “기자가 가진 양도증서 문건이 맞지만 아직 회장이 사인을 안 했다”고 했다.

헤프너사 공동대표인 스테플스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400억원 투자계약은 계속 진행 중이며, 우리는 예총 회장의 사인이 들어 있는 문서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예총으로부터 문화관광부가 담보증서 발행을 승인했다고 들었으며, 예총에서 400억원에 대한 자금계획서까지 받았다”고 했다.



기자가 확보한 자금계획서에는 예총이 지하 1층과 지상 1층을 임대가 아니라 분양하는 것으로 돼 있다. 팔겠다는 것이다. 이것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사단법인의 기초재산을 팔거나 담보를 설정하려면 주무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천영세 의원은 “양도증서를 주고받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도증서란 돈을 빌린 사람이 약속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채권자가 곧바로 그 물건을 인수할 권리를 갖는 증서로, 담보증서보다 더 강한 구속력을 갖는다. 게다가 양도증서 부속조항엔 ‘거래가 성사되는 즉시 양도증서는 선취특권으로 대체된다’고 못 박았다.

문화관광부는 예술인회관 처리 방안을 늦어도 4월말까지는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서광철 사무관은 국고 165억원을 환수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165억원에 대한 이자 부분은 “법률자문을 의뢰한 결과, 이자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감사원, 기획예산처 등 관련기관에서도 규정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동숭동 예총회관은 조건 없이 기부채납을 했고, 그 후 예술인회관을 짓기 위해 땅값 명목으로 문예진흥기금 105억원을 지원한 것이라 국고 165억원을 환수한다면 땅값도 함께 환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며 “하지만 형식논리로는 맞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동숭동 예총회관을 문화관광부에 팔고 105억원을 받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말이 예술인회관이지 사실상 예총회관이다. 그래도 40억원을 무상으로 준 셈이라 그 돈까지 환수할 근거가 있는지 살펴봤는데, 명의가 넘어간 시기가 10년이 지나 민법상으로도 소멸시효가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시세대로 분양하면 수익 발생?

결국 예총은 이자 부담과 ‘담보설정 불가’라는 고민을 털어내고 양손에 보미건설과 해외투자자본이라는 떡을 쥔 채 어떤 것을 취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예술인회관 문제는 이렇게 종결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게 김윤환 오아시스프로젝트 대표의 우려다. 그는 “예술인회관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자산관리공사에서도 분석했듯이 임대가 정상적으로 다 돼도 은행권 금리(7~8%)를 물며 원금까지 갚는다는 것은 다른 수익사업이 전혀 없는 예총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외국 자본 유입 역시 마찬가지다. 400억원을 들여와 처음 4년은 이자만 갚다가 5년째부터 원금(연 50억원)과 이자를 함께 상환하는 조건인데, 그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대해 김종헌 사무총장은 “건물만 완공되면 운영은 자신 있다”고 반박한다.

“자산관리공사는 국고를 투입했기 때문에 문화예술인에게 저렴하게 임대해야 한다며 임대료 등을 낮게 계산했다. 그러니 당연히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본 것이다. 주위 시세대로만 임대분양을 해도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

예총이 헤프너사에 보낸 자금계획서를 살펴보자. 공사비 318억원, 국고 환급금 165억원, 쌍용 미지급금 35억원, 세금 등 기타 필요한 경비를 모두 합쳐 약 600억원이 소요된다. 이를 분양금과 임대보증금, 해외 자금 400억원으로 상쇄하고 나면 약 70억원의 여유자금이 생긴다. 예술인회관이 95% 이상 임대될 경우 임대료 수입은 연 38억원이다. 이것으로 400억원에 대한 이자 연 18억원, 건물관리비, 예총 운영비를 충당하고 원금 400억원까지 갚아야 한다. 원금은 입주 5년 뒤부터 12년까지 연 50억원씩 갚는 조건이다. 환율 차이는 차치하더라도 5년차부터는 임대료 수입보다 이자와 원금이 더 많이 나간다. 따라서 다른 수입원을 찾아내지 못하면 예술인회관 건물은 ‘양도증서’에 의해 외국 자본으로 넘어가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도 예총 지도부는 자신 있다는 표정이다. 따지고 보면 건물이 넘어가느냐 아니냐는 차기 집행부에서 책임질 일이지 지금 집행부의 몫은 아니다. 현 집행부엔 중지된 공사를 빨리 재개하는 것이 업적이 된다. 과거에 그랬듯이 10년 후엔 또다시 자산가치가 10배로 뛰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일까.

‘‘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회관 증발 논란’ 기사에 대한 반론보도문’

본지 5월호는 346~353쪽에 게재된 ‘공적자금 투입된 예술인 회관 증발 논란’ 기사에서 347쪽 ‘예총이 이케다 SGI 회장에게 특별공로상 준 이유’라는 소제목, 352쪽 천영세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보낸 서면질의 중 ‘예총은 2월에 예술인회관에 대한 부동산 양도각서를 영국에 있는 SGI재단에 보냈고, 3월16일자로 신한은행을 통해 400억원이 예총으로 입금됐다’고 한 주장, 오아시스프로젝트 김윤환 대표가 ‘바로 이날이 영국자본이 예총의 신한은행 계좌에 들어온 날’이라고 한 주장을 화광신문의 특별공로상 수상 지면과 함께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이케다 회장의 수상 소식을 전하는 화광신문 사진이나 소제목 등이 독자로 하여금 기사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부동산 인수와 수상 이유를 연관지어 생각하게 할 여지도 있다고 보이므로 다음과 같이 한국SGI의 반론을 게재합니다.

▲SGI는 예총의 건물을 매수하거나 그 대금을 입금한 사실이 없다. ▲영국 헤프너사는 SGI와 무관하다. ▲따라서 이케다 회장의 예총 특별공로상 수상은 건물 매수와 무관하다. 또한 이 반론문을 게재하면서 ‘SGI 이케다 히로마사 회장’을 ‘SGI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으로 바로잡습니다.


신동아 200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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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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