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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24시

소년의 눈빛, 시인의 감성 디자이너 장광효

자유로운 생각! 비결은 끊임없는 담금질

  • 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소년의 눈빛, 시인의 감성 디자이너 장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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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빛, 시인의 감성 디자이너 장광효

1987년 설립한 브랜드 ‘카루소’는 최근 인터넷 쇼핑에 진출, 사업 기반을 넓혔다.(좌) 1988년 ‘NEW WAVE IN SEOUL’이라는 남성복 최초 컬렉션 이후 50번 넘게 쇼를 진행한 장광효. 그에겐 ‘국내 최초 남성복 디자이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우)

“그때 대단했어요. 전국에서 ‘한 패션’ 한다는 사람들은 다 몰려왔지요. 조용필, 임하룡, 서태지와 아이들, 안성기…유행에 민감한 연예계 인사도 많이 오셨고요.”

장씨가 디자이너의 필수 자질로 꼽는 것은 ‘끼’와 노력. 그러면서 “나는 끼보다 노력으로 성장한 디자이너”라고 자평한다.

“패션계에서 일하면 대개 잡기에 능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술 담배 못하고 아침 8시에 기상, 밤 11시에 퇴근하는 바른생활을 해요. 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고요.”

그의 일상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대부분의 시간은 작업실에서 보내고, 작업 이외의 것들도 모두 일을 위한 밑거름의 성격이 짙다. 독창적인 디자인 구상을 위해 여행, 책 읽기, 영화 보기 등으로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자유롭게 한다. 그는 “모든 체험은 내면을 충실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그중에서도 여행만한 건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1년에 두세 차례는 해외로 훌쩍 떠난다.

“‘러시안 블루’라는 색깔이 있어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궁금했는데, 모스크바 공항에 밤 9시쯤 도착해 하늘을 바라보니 딱 러시안 블루더군요. 터키에 가서는 하늘과 바다에서 터키 블루를 봤고요. 패션은 지역의 정서와 문화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예요. 나라의 기후, 문화에 따라 색감, 패션이 달라지죠. 그런 까닭에 밀리터리룩에 관심 있을 땐 러시아, 독일 등지의 갤러리와 거리를 살피고 다녔어요.”



다음 여행지로는 스페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몇 차례 스페인을 다녀왔지만 이번엔 안달루시아 지방을 구석구석 살피고 싶어서다. 대도시보다는 소도시나 시골마을에 오래 머무르며 그 고장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기를 즐긴다.

패션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 장광효의 패션 역시 시대의 흐름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좇아왔고, 때로는 흐름을 선도하기도 했다. 최초의 남성복 디자이너가 지닌 디자인 이력을 읽으면 그 시대의 ‘남심(男心)’이 보인다.

먹고살기 바빠 패션에 신경 쓸 겨를이 없던 1970년대에는 화려한 색과 디자인으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10년쯤 뒤에는 클래식으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클래식을 대중화하면서 아트웨어를 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반평생을 남성복에 대한 일념으로 보낸 그에게 ‘꿈’을 물었다

“제게는 정년이 없어요. 아마 70세까지는 이 일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나 감각이 떨어지면 바로 손을 놓을 생각이에요. 은퇴한 뒤에는 아늑하고 청신한 수목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신동아 200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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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설 기자 snow@donga.com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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