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홍선 녹색산업은 공공재를 생산하는 일종의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규제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래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올리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녹색성장은 성장률을 몇% 올린다는 차원이 아니라 성장의 색깔을 바꾸는 정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성장동력이라기보다는 모든 부분에서 그린 마인드를 갖고 비즈니스를 하라는 의미가 좀 더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산업화가 시급한가, 공공성이 중요한가
강성진 이명박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과거 정부와 차별화하는 부분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시각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 정부는 금융, 교육, 의료를 하나의 산업으로 강조하면서 이들 분야가 성장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먼저 금융시장부터 다뤄보겠습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규제 완화로 갈 것인가, 규제 강화로 갈 것인가로 갈려 대립하고 있습니다. 패널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강성원 비금융적 시각에서 금융을 바라보면 한국의 금융에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게 기술창업 부분입니다. 중소기업을 창업할 때 자본시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드뭅니다. 사정이 이래서는 질 좋은 창업이 활성화하기 어렵습니다. 비은행권의 규제 완화를 통해서 어떤 통로를 열어줄 수가 있어요. 그렇다고 모든 규제를 다 완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규제는 오히려 강화해야 합니다. 복잡한 금융상품을 남발해서 강매하거나 현혹해서 파는 상황이 미국에서 모기지유동화증권(MBS) 부실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이거든요. 그러므로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기관 건전성에 대한 규제도 마찬가지고요.”
송홍선 정부가 금융선진화를 규제완화 측면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금산분리 이슈가 있습니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효율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이 지속가능한 금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늘고 있습니다. G20 회의 때도 여러 안이 나왔습니다. G20이라는 큰 흐름에서 한국이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금융산업이 막 걸음마를 뗐는데 따라갈 필요가 있느냐’‘아니다. 큰 흐름에 따라가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려 나오는데 큰 흐름에는 기본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성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한국의 금융시장 규제가 G20보다 약하면 강화돼야 하겠지만 만약 더 강하다면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송홍선 강화될 부분도 있습니다. 자기자본규제방식은 G20에서 틀 자체를 수정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장외파생상품 규제의 경우도 거래 상대방의 위험을 줄이는 방안이 이미 마련됐거나 마련될 것으로 보입니다. 약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금융투자회사가 장외파생상품을 다루는 데 필요한 인가요건 등은 진작부터 이중규제 논란이 있어서 조금 완화되었습니다.
옥우석 저는 다른 시각에서 보고 싶습니다. 금융의 본래 기능은 중계(intermediation)입니다. 실물부분에 자본이 원활하게 배분되도록 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산업 구실을 하고 있어요. 금융산업을 키운다는 말엔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다른 산업과의 연관 관계도 중요하지만 금융산업의 수익성 자체를 더 강조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세계의 분업구조 속에서 우리가 금융산업을 특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했습니다. 제조업에서 금융 쪽으로 돌아서 성공한 나라로는 미국, 영국이 있고요. 유럽대륙 국가들에서도 은행이 대형화하고는 있지만 은행산업 자체가 경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성장의 주안점을 어느 곳에 둘 것이냐에 초점을 맞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업이 중장기적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여겨진다면 리턴이 낮더라도 금융의 안정성을 더욱 확보하는 게 올바르지 않으냐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제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 서비스업으로 완전히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고위험(high risk)을 택해야 하겠지요. 이런 부분에 대한 가치 판단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강성진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산업 정책과 관련해 공공성과 산업화가 대립하고 있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산업화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분이 있고 공공적 성격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공성에 대해 잘못 알려진 게 있어요. 모든 사람을 똑같게 하는 것이 공공성은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소득의 경우엔 최저생계비가 보장되면 공공성을 갖춘 것이지요. 교육과 의료를 둘러싼 논란도 결국은 공공성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서비스산업에서의 국제수지 적자가 상당한 상황입니다. 서비스산업은 내수를 진작시키고 고용 유발 효과도 상대적으로 큽니다. 패널들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
강성원 의료기술 측면에서 한국의 의료서비스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이윤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의료 부문에 최고의 인재가 몰리고 있습니다. 상당 부분 선진화가 진행돼 있다는 얘기죠. 지금보다 더 선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보험진료 비중이 2004년 기준으로 62%입니다. 선진국에서 공공진료 부분은 70% 정도를 차지합니다. 한국의 병원이 선진국 병원보다 영리를 취하는 데 유리한 구조라고 볼 수 있는지요. 영리부분과 비영리부분이 공존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비영리 병원의 비중이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영리부분을 도입한다고 해서 비영리부분이 완전히 구축(驅逐)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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