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실상패 앞에 선 이근우씨. 그는 인터뷰 날짜에 고객과의 면담약속이 없어 편한 복장이었다. 왼쪽사진은 TOT증서.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한광수)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보험영업 실적은 정확히 뿌린 대로 거둡니다. 매일 밤12시나 새벽 1시에 들어가서 새벽 5시에 일어납니다. 수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지하철에 타면 바로 잠을 잡니다. 전에는 치약과 칫솔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녔는데, 책을 꺼낸 뒤 잠그지 않은 채 잠들었다가 가방에 있던 치약 칫솔이 밖으로 쏟아져 나와 창피했던 적도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 오전 5시부터 5시10분까지 1분 단위로 자명종이 울려야 겨우 일어납니다. 지방 출장이 있는 날은 정말 행복합니다. 버스를 타면 무조건 잠을 자거든요. 고속버스를 타고갈 때 휴게소에서 내려본 적이 없습니다. 곤히 잠을 더 자기 위해서입니다. 화장실도 가지 않아요. 아예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나지 않아요. 전에는 아침식사를 걸렀는데, 이제는 활동량이 많아 반드시 아침을 먹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고는 체력적으로 버틸 수가 없어요. 밥심으로 일한다는 말이 맞아요. 주말에도 반드시 사무실에 나옵니다. 밤에도 사무실을 지키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끊임없이 연구합니다. 집은 하숙집이에요. 가족과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도 없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컸고, 집사람도 성당활동 때문에 바빠 가족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제가 원래는 골프를 좋아했는데 FC를 시작한 뒤 골프 칠 시간이 없습니다.”
(이근우) “하루가 25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집이 인천인데 새벽 5시에 일어나 5시 반에 출발하면 서울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 6시15분이면 도착합니다. 저는 출근길 교통체증을 모릅니다. 처음 1년 반 동안은 제가 항상 사무실문을 열었어요. 지방출장 갈 때는 사무실에 일찍 출근할 수 없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를 일찍 시작하려고 합니다. 8시 반 아침 회의 전까지 고객데이터를 모두 검토합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가 활동을 시작할 수 있어요. 저는 올해 4월 회사를 옮기기까지 275주 연속 3W(보험용어로 매주 3건의 신규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을 의미)를 해왔습니다. 3W를 하기 위해선 활동량을 늘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요. 대학입시 때 ‘4당5락’(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방한다)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실 고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1년 동안 또 공부해야 한다는 게 싫어서 재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와서 절대적인 활동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잠을 줄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4시간도 자봤는데 1시간 더 줄여보자고 마음먹고 그 때부터 하루에 3시간씩 잤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몸이 ‘3시간 수면’에 적응했어요. 저는 육체적으로도 그렇게 강인한 편은 아니에요. 감기에도 자주 걸립니다. 그런데 정신력만큼은 스스로 인정하는 편입니다. 무슨 일을 하건 최선을 다하고 뭔가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이 선생님이 한 선생님에 비해 1,2시간 덜 자는 것 같은데요.
(한광수) “저를 합리화하려는 게 아니라 나이 차이가 있잖아요.(웃음)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는데 저는 잠이 많아요. 하루에 4시간은 자야 해요.”
▼ 한 선생님은 나이가 50세가 넘어 보험영업을 시작했는데 불이익을 경험하지는 않았나요.
“그런 점은 없었어요. 보험회사가 지급한 무거운 007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처음 영업을 할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고 ‘얼마나 살기 힘들면 저렇게 보험영업을 한다고 나왔을까’하고 생각하지 않을까 신경이 쓰였어요. 그런데 고객은 그런 편견을 가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열심히 살고 정직하고, 자신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어요. 영업의 ‘영’자도 모르던 제가, 보장성 보험 한 개도 든 적이 없던 제가, ING가 보험회사인지도 모르던 제가 50세가 넘어서 새로운 일을 했고, 3년 동안 많은 것을 이뤘어요. 한국에 50세가 넘어 보험영업을 시작한 뒤 저와 같은 실적을 낸 FC는 없습니다. 아마 전세계에도 없을 것입니다. ‘비공인 세계신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지 않기 위해 과속
▼ 계산을 해보니 국내 보험업계 FC 중 TOT 비율이 약 0.03%입니다. 두 분이 영업 시작부터 탁월한 실적을 낸 건 인맥이 탄탄하거나 부잣집 출신이어서 주변에 고액의 보험상품에 가입할 잠재적인 고객이 많았던 덕은 아닌가요.
(이근우) “보험업계에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시장을 갖고 있는 것이 매우 유리합니다. 이럴 경우 주말에 골프 마케팅을 하는 등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입니다. 그런데 제 주변에는 고액 보험에 가입할 인맥이 없었어요. 보통 직장인, 주부, 시장 상인 등 자영업자가 주요 고객입니다.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외국에 있어요. TOT 회원이 되기 위해선 상당한 계약금액을 따내야 하는데 저처럼 소액계약을 해서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몸으로 뛰어야 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학교를 다니던 대구에 출장이 많았어요. 대구서 새벽 1시에 출발해 서울에 4시에 도착하면 오전 6시 일 끝난 동대문시장 상인과 면담이 잡혀 있죠. 30분만 자고 사무실에 출근한 적도 있어요. 피로는 눈으로 터집니다. 고속도로를 운전하는데 갑자기 최루탄을 맞은 것처럼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러면 휴게소에 들러 세수를 하고 다시 차를 몰고 갑니다. 대구에서 올라올 때 하도 졸려 긴장하기 위해 속도를 시속 140~ 150㎞로 내기도 했죠. 시속 100㎞로 달리면 졸리거든요. 비만이나 고혈압으로 사망한다면 진정한 FC가 아닙니다. 진정한 FC는 그럴 여유가 없어요. 다른 사람을 앞서려면 잘 것 다 자고, 친구 다 만나고 할 여유가 없어요. 일하다 세상을 떠나야지요. 지금은 수면시간이 약간 늘어나서 하루에 3~4시간을 잘 수 있어요. 1년에 자동차로 뛴 거리가 10만㎞에 육박했어요. 거의 영업용 택시수준이에요.”
▼ 처음 보험 영업을 시작했을 때 쉽지 않았을 텐데요.
(한광수) “초보일 때 엄청 당했어요. 교육 받은 대로 우선 지인시장을 시작으로 영업을 했어요. 전 직장에서 저를 따르던 후배가 있었어요. ‘선배 보는 재미로 출근한다’고 말하던 후배였어요. 약속을 해서 사무실을 찾아갔는데, 내 명함을 보고 나더니‘선배님 죄송한데 제가 회의가 있어서…’라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예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어요. 너무 상처를 받아서 그 뒤 그 직장에는 한 번도 가지 않았어요. 이젠 내공이 쌓여서 그 후배도 이해할 수 있어요.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커요. 의사인 제 막내동생이 청약서에 사인까지 했는데 나중에 제수씨가 전화를 걸어와 ‘아주버님, 저 도저히 못하겠다’고 거절의사를 전해온 일도 있어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제가 가장 노릇을 하면서 키운 동생이에요. 보험 시장이 이렇습니다. 제 와이프도 아직까지 한 건도 소개해준 적이 없어요.”
(이근우) “보험영업을 하면 인간관계가 완전히 물갈이된다는 말이 있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정말 친했던 친구가 모른 체하고, 엉뚱한 사람이 자기 일처럼 도와줄 때도 있어요. 초기에 상처를 많이 받았지요. 보험에 대해 설명조차 하지 못하고 헤어질 때도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