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1905년, 캔버스에 유채, 80×63㎝, 니스 미술관 소장
남자는 섹스에 눈을 뜬 후부터 여자의 풍만한 젖가슴을 볼 때마다 열정에 들떠 몸살을 앓고, 여자는 젖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힘을 행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여성의 젖가슴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한 최대의 무기다. 여성의 가슴에 종속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구스타프 아돌프 모사(1883~1971)의 ‘그녀’다.
큰 가슴을 드러낸 여자는 남자들의 시체로 산을 이룬 정상에서 요염한 자세로 앉아 있다. 여자는 해골로 장식한 모자를 쓰고 남근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걸고 해골 모양의 반지를 끼고 있는데 장식품은 여자의 전리품으로 전락한 남자를 의미한다.
‘라 포르나리나’1520년, 캔버스에 유채, 87×63㎝, 로마 바르베리나 궁 소장
가슴으로 남자를 유혹하는 풍조는 어느 시대나 비슷하게 나타난다. 조선시대 기생들은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가슴이 드러나는 저고리를 입었으며 16세기 네덜란드 술집에서는 가슴을 드러낸 채 서비스를 했다. 산치오 라파엘로(1483~1520)의 작품 중에는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가슴을 드러낸 여자를 그린 ‘라 포르나리나’가 있다.
붉은 옷은 반쯤 벗겨져 허리춤에 걸린 채다. 여인은 오른손으로 속살이 다 비치는 하늘하늘한 속옷을 잡고 있다. 속옷을 잡은 손으로 인해 그녀의 가슴은 더욱 풍만해 보인다. 가슴을 드러내는 일이 수줍은 듯 뺨이 붉다. 왼손이 다리 사이에 놓여 있는데 그것은 비너스의 전형적인 자세로서 정숙한 여인의 모습을 상징한다. 이 작품의 모델 마르게리타는 관능적인 모습과 정숙한 여인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파도와 여인’ 1868년, 캔버스에 유채, 65×54㎝,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여자의 크고 둥근 젖가슴은 남자에게는 영혼의 안식처지만 여자에게 젖가슴은 성감대로서 성적 희열을 맛보게 해준다. 섹스의 주체로서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 구스타프 쿠르베(1819~1877)의 ‘파도와 여인’이다.
여자는 잔물결 치는 파도에 몸을 담근 채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고 있다. 두 팔을 올린 자세로 인해 성적 쾌락에 젖어 탱탱하게 수축되어 있는 젖가슴이 한층 강조된다. 발기한 젖꼭지와 홍조 띤 뺨은 여인이 사랑을 하고 난 후의 모습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으며 화면 오른쪽 멀리 수평선 가까이 배가 있는 것은 사랑의 행위가 끝났음을 암시한다.
쿠르베의 ‘파도와 여인’은 성적 쾌감이 최고조로 달한 여성의 가슴을 표현했다. 쿠르베는 1868년 파리를 떠나 가을까지 르아발을 방문해 ‘해변에 있는 나부’를 제작했는데 이 작품도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바다를 배경으로 천막 밑에 누워 있는 나부와 포즈가 동일하다.
‘노파’ 1507년, 캔버스에 템페라, 68×59㎝,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축 늘어진 젖가슴을 반만 노출한 채 빠진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짓고 있는 노파는 두 손으로 돈 주머니를 꼭 움켜쥐고 있다. 바보스러운 웃음과 대조적으로 노파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눈을 굴린다. 이 작품에서 동전은 구두쇠를 상징하지만 동전의 다른 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지는 젊음을 은유한다. 또한 젊음이 사라져버린 여인의 육체는 남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보다는 돈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육체를 외설적으로 표현했음에도 에로티시즘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젊음이 사라진 노파를 냉소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뒤러의 ‘노파’는 젊은 남자의 흉상이 그려진 ‘젊은이의 초상’ 패널 뒷면에 그려졌다. 패널 앞면에 젊음을, 뒷면에는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려넣어 젊음과 늙음을 대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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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시간이라는 주제에 매료되었던 뒤러는 조르조네의 작품 ‘늙은 여인’에 자극을 받아 이 작품을 제작했다. 미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베네치아에 머물던 뒤러는 1507년 이 작품을 끝으로 베네치아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