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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에 빠진 일본

  • 남원상│동아일보 인터넷뉴스팀 기자 surreal@donga.com│

‘롤리타’에 빠진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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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에 빠진 일본

로리콘 인터넷 쇼핑몰

소설 ‘롤리타’에서 주인공인 중년 남성 험버트는 열두 살 소녀인 의붓딸 롤리타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사랑을 느낀다. 험버트가 자신의 딸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 아내 샬롯트는 충격을 받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다 교통사고로 죽는다. 험버트는 아내의 죽음을 계기로 롤리타와 연인 사이가 되지만, 롤리타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만다.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말은 이 소설이 논란을 일으킨 뒤 러셀 트레이너 박사가 이 같은 심리를 연구한 내용을 쓴 ‘롤리타 콤플렉스’가 발간되면서 등장했다. 처음엔 나이 많은 남성을 사랑하는 어린 소녀의 심리와 성충동을 의미했지만, 이후 성인 남성이 소녀에게 갖는 소아성애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 일본에선 ‘로리타’나 ‘로리콘’이 롤리타 콤플렉스를 대신해 자주 쓰인다. 이 말은 소아성애 경향을 보이는 성인 남성의 성도착증을 비롯해서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등장하는 여자 유아 및 소녀 캐릭터에 매료된 팬이나 이 같은 취향을 다루는 문화를 전반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훨씬 어린 여성을 찾는 남성의 취향은 일본만의 특화된 정서는 아니다. 중년, 혹은 장년의 남성 재력가가 젊은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거나 결혼했다는 뉴스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종종 보도된다. 여성이 젊을수록 더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생물학적으로 선호한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로리콘은 남성의 본능 차원을 벗어나, 이를 다양한 상품으로 만들어내고 대중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또 성상품이 된 로리콘의 대상이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청소년에 그치지 않고, 열 살 미만의 아동이 포함된다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로리콘은 일본에서 오타쿠(특정한 것에 취향을 가지거나 한 가지 취미에만 몰두하는 사람) 문화가 발전하면서 확산됐다. 주로 초등학교, 중학교 연령에 해당하는 미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누드 사진이나 수영복 사진을 담은 화보집 등 상품화된 것을 뜻한다. 하지만 그 대상에는 나이가 더 어린 아이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일본에서 지금도 인기리에 판매되는 로리콘 만화를 살펴보면, 이 문화에 심취한 변태적인 오타쿠들이 소녀에게 성적으로 원하는 바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본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는 속옷이 드러나는 짧은 교복치마를 입고 청순한 표정을 짓는 미소녀로 대표된다. 이 같은 만화 중에는 중년 남성들이 소녀의 옷을 벗겨 묶어놓고 성적으로 괴롭히는 내용도 나온다.

18세 소녀 모델의 누드집

일본의 로리콘 역사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0년대 후반 선보인 문예지 ‘아리스’와 1979년에 ‘아리스’의 후속으로 나온 ‘롤리타’, 만화잡지 ‘시베루’ 등을 통해 대중문화의 한 코드로 등장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 있다. 로리콘 오타쿠들 사이에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루팡 3세-칼리오스트로의 성’(1979년 작)에 나오는 미소녀 캐릭터 클라리스가 로리콘 문화 확산에 불을 지폈다는 얘기도 있다.

또 1970년대부터 미성년자를 모델로 하는 각종 누드 화보집이 팔리기 시작하고 성개방적인 풍조가 만연하면서 ‘미소녀와 로리콘’은 대중 속으로 더욱 파고들게 됐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로리콘 문화는 절정에 이르렀다. 미소녀를 내세운 누드 화보집과 잡지 등이 출판업계에 쏟아졌다. 만화, 영화, PC게임, 가요 등 대중문화계 전반에 걸쳐 미소녀 아이돌이나 미소녀를 성적인 코드로 상품화한 각종 콘텐츠가 유행하며 이른바 ‘롤리타 붐’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1985년엔 미소녀 30여 명으로 구성된 아이돌그룹 ‘오냥코클럽’이 여중고생의 성생활과 관련된 가사를 담은 데뷔곡 ‘세라복(교복)을 벗기지 말아요’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그룹은 일본에서 여고생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 화장기 없는 앳된 얼굴의 이 소녀들은 지상파TV 가요프로그램에 출연해 ‘친구들보다 빨리 섹스를 하고 싶지만’ ‘주간지에 나오는 것 같은 섹스’ ‘데이트 신청을 받아도 처녀인 채로는 시시해요’ 등의 가사가 포함된 노래를 불렀다. 이는 당시 일본에서 로리콘 문화가 거리낌 없이 확산되고 이 같은 세태에 일반 대중도 호응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물론 일각에선 미성년자의 누드나 이들을 성적 표현 대상으로 삼는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잡지사가 소녀의 노골적인 누드 사진을 게재하는 대신, 만화 속 미소녀 캐릭터를 통해 더욱 선정적이고 변태적인 ‘롤리타 판타지’를 그려내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반발을 피해보려는 의도였다.

롤리타 붐으로 미성년자가 성문화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성윤리 쇠퇴 등 문제가 불거지자, 맨 처음 반발하고 나선 것은 학부모들이었다. 이 같은 여론에 일본 의회는 1984년 잡지 등에서 소녀를 포르노의 대상으로 삼거나 노골적인 누드 사진을 게재하는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1980년대 후반 들어 미성년자를 모델로 한 변태적 포르노 잡지가 강제로 폐간되는 등 제재도 한층 강화됐다. 특히 1988~89년 도쿄, 사이타마(埼玉)현 등 일본 각지에서 어린 소녀가 납치돼 강간, 살해당한 범죄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로리콘에 대한 비판 여론은 빠르게 확산됐다.

미소녀 포르노물을 게재하던 로리콘 잡지들은 여론의 질타 속에 앳돼 보이는 성인으로 모델을 바꿨다. 그러나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포르노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해외에서 제작한 미소녀 포르노는 여전히 판매됐다. 1991년엔 18세 모델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 화보집 ‘산타페’가 발매됐다. 이 화보집은 예술작품임을 내세워 촬영(1990년) 당시 17세 이던 미야자와의 음모를 그대로 드러낸 ‘헤어누드’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산타페’ 출판사는 아사히신문 등 유력 일간지에 미야자와의 누드 사진을 전면광고로 싣기도 했다. 이 누드집이 각광받자 일본 출판업계에선 ‘헤어누드 붐’까지 일어 여성 연예인들이 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누드집을 잇따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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