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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의 골프경영 ⑬

골프도 사업도 몰입해야 성공한다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골프도 사업도 몰입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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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사업도 몰입해야 성공한다

2006년 1월 윤종웅 당시 하이트맥주 사장(왼쪽)이 미국여자프로골프 (LPGA) 김주미 선수와 3년간 후원계약을 맺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루에 3시간씩 10년은 필요 없고 골프를 시작할 때 3년만 제대로 배워봐. 30년간 내기로 돈 벌면서 싱글 핸디캐퍼로 대우받는다.”

“맞는 말이야, 나는 3개월 연습하다 머리 얹었더니 30년간 이 고생을 하잖아.”

“그래 너한테 돈 잃은 나도 고백할게, 나는 골프 배운 지 3주 만에 필드로 나갔더니 이렇게 됐다.”

“지금부터 1만 시간을 골프연습에 몰입할 수도 없고 하루 한 시간씩 3개월만 골프레슨을 다시 받아보면 어떨까?”

“좋은 생각이야, 확실히 효과가 있겠지. 그런데 너무 바빠서 그게 가능할까?”



라운드 후에도 우리 일행은 계속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76타를 치면서 내기 돈 대부분을 따간 K회장은 말없이 표정관리만 하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K회장에게 처음 골프 배울 때 어떤 식으로 연습했는지 물어보았다.

“아, 그때야 나도 한 달간 대충 연습하다 선배들 따라 필드로 나갔지.”

“그럼 오늘 같은 스코어를 낸 비결이 뭐야? 그걸 공개하라고.”

“응, 아주 간단해. 골프하러 오기 전날 꿈속에서 3시간 연습 라운드하고 골프장에 미리 와서 30분씩 퍼팅 연습하고 퍼팅하기 전에 3초간 기도하면 돼. 이렇게 한 지 오늘이 딱 10년째 되는 날인데 당신들이 잘못 걸린 거야!”

그의 조크에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의 조크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걸 모두 공감했다. 그런데 폭소를 터뜨릴 말이 또 한 번 나왔다.

“그래, 나는 라운드 30분 전에 와서 옷 갈아입기 바쁘고 퍼팅한 다음에 3분간 씩씩대고 집에 돌아가서는 3시간 동안 악몽 꾼다. 이제 됐냐?”

이날 OB 두 방에 88타를 치면서 무너져버린 P변호사가 K회장에게 대들 듯이 한 말이다.

‘하수는 잘 친 공만 기억하고 고수는 잘못 친 공을 기억한다.’

이 말에 수긍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골프를 70대 타로 치는 고수들은 그날의 결정적 실수 한두 개를 생각하며 이를 복기해서 교훈을 얻는 반면, 90대 타를 치는 하수들은 사고 친 공이 무수히 많다보니 그날 잘 친 공 몇 개만 기억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행복감을 느끼려고 골프를 하는 건데 집으로 돌아갈 때는 잘 친 공 몇 개만 생각하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80대 타를 치는 사람들이라면 학습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성공을 통해 학습하고 실패를 통해 분발한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피코워 학습기억연구소의 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학술전문지 ‘뉴런’에 실었다. 이들의 실험 결과, 실패한 행동에는 뇌세포의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성공한 행동을 했을 때는 뇌세포가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듯이 우리는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를 뒤집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연구팀은 원숭이에게 두 가지 그림을 번갈아 여러 번 보여주면서 하나의 그림을 보여줄 때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 먹이를 주고, 다른 그림에는 시선을 왼쪽으로 돌리면 먹이를 주는 실험을 반복했다. 그러자 원숭이는 먹이를 먹을 때 ‘성공했다’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고 뇌의 세포도 이전보다 선명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식으로 개선됐다. 그리고 성공한 행동을 한 원숭이는 올바른 선택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부터 학습한다는 연구 결과를 놓고 보면 순간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인간은 쓰디쓴 실패 경험으로부터 크게 깨닫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험의 내용을 좀 더 깊이 생각해보니 이런 유추가 가능해진다.

‘인간은 성공을 통해서는 학습하고 실패를 통해서는 분발한다.’

실패한 행동은 고통 또는 불쾌감을 유발한다. 그러니까 학습은 잘 되지 않지만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다시 고통을 체험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실패로부터 얻는 이익은 학습이 아니라 반성과 분발이 아닐까!

실패한 후에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은 발전의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패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 후에 뼈저린 반성을 통해 분발하는 에너지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은 학습을 강화시킨다. 그러나 성공에 도취해 해이해지면 학습효과는 곧바로 무너져내린다. 수영선수 박태환은 엄청난 성공을 했고 성공학습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해이해졌고 그 결과 엄청난 실패를 불러왔다. 200m 경기에서 예선탈락이라는 실패를 한 후에도 뼈저린 반성을 하지 못하고 변명을 했고 결국 더 크게 무너지고 말았다. 박태환 선수가 정신을 집중해 훈련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지 못한 지도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일차적인 책임은 바로 박 선수 자신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챔피언이 된 순간부터 그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고 ‘월드스타’가 되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정신자세와 언행을 갖추어야 했다. 다행히 박 선수는 누구를 원망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고 훈련에만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실패를 통해 또다시 월드스타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성공을 통해 학습하고 실패를 통해 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했다고 자만심을 갖거나 해이해지지 말고 실패했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거나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성공도, 실패도 모두 자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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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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