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호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부실한 조사로 강행된 해외도입 결정… 비용도 시기도 ‘엉터리’

  • 김종대│ D&D Focus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입력2009-09-10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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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수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대대의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공격형헬기 사업과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수조원이 소요되는 이 대형 무기 도입사업의 결정과정에서 심각한 난맥상이 속속 확인되고 있기 때문. 그 핵심은 조급하게 결정된 미군 중고 아파치 헬기 도입이 기초적인 시장조사도 생략한 채 진행되어 잘못된 청와대 보고로 이어졌다는 의혹이다.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아파치 헬기는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의 대규모 기갑전력을 최전선에서 상대하는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이다.

    7월 31일,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있는 사천공항에서는 최초의 국산 헬기인 한국형기동헬기(KUH), 일명 ‘수리온’ 시제기 1호 출고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강한 긍정과 도전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이뤄낸 영광의 결실”이라며 관계관들을 치하했지만, 기동헬기를 기반 삼아 한국형 공격헬기(KAH)로 도약하자는 비전은 제시하지 않았다.

    수리온 출고식이 열리기 직전부터 ‘미국으로부터 도입하려는 중고 아파치는 25년 이상 경과한 구형 기종이며, 이로 인해 단종될 부품 30년치를 미리 구매해야 하고 그 도입비용 역시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유로 국방 당국은 애초 계획했던 미국제 중고 아파치 도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같은 시기 국내 언론들은 미국이 한국에서 운용 중인 아파치 헬기 1개 대대를 철수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특히 민감했던 아파치 대대의 철수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이를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파치 헬기 대대의 완전철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아파치 2개 대대를 철수할 때도 국방부와 미군은 내내 이를 부인하다가 막판에 기습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기 때문. 그러던 중 ‘우리 군이 미군의 아파치 철수로 초래되는 전력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3년쯤 공격헬기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상황을 정리해보자. 주한미군의 마지막 아파치 1개 대대가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그 공백을 메울 헬기를 새로 사오거나 우리 힘으로 헬기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비약적으로 커진다. 최근 수개월 동안 아파치 도입사업이나 한국형 헬기 개발사업에 관해 적잖은 기사가 쏟아진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있다. 이들 보도의 이면을 보면 중고 아파치를 도입해 군의 작전소요를 충족시키는 게 우선이냐, 국산 공격헬기를 개발해 고용을 창출한다는 경제논리가 우선이냐를 두고 물밑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은 주한미군의 아파치 1개 대대를 철수한다는 이 특급정보를 한국 언론에 흘린 당사자가 미국 최고의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간부였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의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해 공장을 견학시키면서 “펜타곤으로부터 직접 확인했다”며 아파치 대대 철수계획을 흘렸다. 주한미군 아파치 대대가 철수할 경우 한국이 구매를 검토해야 하는 아파치는 보잉사 제품이지만 여기 들어가는 첨단시스템은 록히드마틴 제품이다. 기자들은 이를 고단수의 아파치 판매 마케팅 기법으로 해석했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엠바고를 걸었다. 이 엠바고가 수리온 출고식이 있기 직전 해제되어 관련 기사가 나온 것이다.



    매혹적인 초기 제안

    이렇듯 갖가지 ‘플레이’가 난무하는 아파치 도입의 책임부서는 방위사업청이다. 지난 3월 변무근 방사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헬기 획득과 관련해 중대형 공격헬기 274대를 직접 개발하는 현재의 방향을 수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안은 아파치급(AH-X) 36대를 해외에서 직구매하고 소형 공격헬기 214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2개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중대형 공격헬기는 미 육군이 지난해 한국에 제안한 중고 아파치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럴 경우 9조원이 드는 한국형 공격헬기 자체개발 사업보다 4조원이 절감된 5조원만으로 2개 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라는 논리다. 이에 이 대통령은 “비용이 적게 든다면 경제성 없는 국내개발을 고집하는 것보다 해외구매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개발 기간과 비용을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변 청장의 보고내용을 보면 향후 한국군의 헬기 운용은 하이(High)급 중대형 공격헬기와 로(Low)급 소형 공격헬기를 혼합 운용하는 이른바 하이로 믹스(High-Low Mix) 개념에 바탕을 둔다. 여기서 하이급으로 도입되는 미국제 중고 아파치 도입비용이 1조원이 조금 넘는 것으로 돼 있다. 아파치의 대당 가격을 260억원 정도로 보고 36대를 도입하자면 그 정도 돈이 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보고가 올라간 지 두 달도 지나지 않아 변 청장의 대통령 보고 내용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실수가 아니라 헬기도입사업 자체를 호도하는 심각한 착오였다. 대통령에게 보고한 도입예상비용이나 도입예상시기 등 핵심 요소가 모두 나중에 미국 측으로부터 확인된 사실과는 달랐던 것. 이는 방사청이 미국 측의 제안내용을 잘못 이해했거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미 육군이 중고 아파치를 한국에 판매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최초로 전달해 온 것은 지난해 4월이었다. 주한 미 합동군사업무지원단장 명의로 발송된 구매제의 서한에서 ‘AH-64D 아파치 공격헬기 블록1, 2를 대당 137억원(블록1 기준)에 FMS(대외군사판매) 방식으로 한국에 판매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8월까지 구매 여부를 통보해달라고 요청한 것.

    이 파격적 제안에 합참은 즉시 의견수렴을 거쳤고 지난해 5월 ‘대형 공격헬기 구매 36대, 소형 공격헬기 200대 연구개발 방식’의 공격헬기 전력증강계획을 국방부에 보고했다. 국방부는 김종천 당시 차관 주재로 이를 검토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다. 석 달 뒤인 8월29일, 아파치 구매를 위한 AH-X 사업이 합동참모회의에서 의결되고 9월5일에는 국방장관 결재를 통과함으로써 대형 공격헬기(AH-X)사업 소요는 36대로 결정됐다. 이에 따라 연말에 국회는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사업 예산을 삭감했다.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최초의 국산 기동헬기인 ‘수리온’ 1호기 출고기념식이 7월31일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열렸다. 기념식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비용은 폭증, 도입 시기도 오류

    미국 측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구형 아파치, 즉 AH-64A는 총 621대가 생산됐다. 이 가운데 284대는 엔진과 표적획득지시장비, 조종사 야시(夜視)장비를 새로 달아 아파치 롱보우(AH-64D) 블록1으로 만들어 1997년부터 운용해왔고, 337대는 무장체계의 성능을 개선하고 계기현시체계를 개선해 블록2로 만들어 2003년부터 사용해왔다. 이 블록1, 2 가운데 동체까지 교체해 신형에 버금가는 블록3로 성능을 개량한 372대는 미군이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동체를 교체하지 않은 블록1, 2 상태로 동맹국에 판매를 추진한다는 게 미국 측이 가진 복안이다.

    초점은 한 가지로 모인다. 지난해 4월 미군이 보낸 제안서만으로 1조원만 주면 신형 헬기나 다름없는 우수한 성능의 아파치 36대를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방사청의 판단은 과연 적절한 것이었을까.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방사청은 이에 대한 자세한 판단 없이 올 3월 이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했다. 그러나 이 보고 내용에는 중대한 실수를 담고 있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여당 의원의 말이다.

    “올해 초까지 방사청은 미 육군이 헬기를 리셋(reset)할 것이라고 국회에 설명했다. 구형 헬기를 완전히 뜯어 신품이나 다름없는 헬기로 바꾼 뒤 한국에 판매한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되면 새로 제조(manufacture)된 헬기, 즉 신품과 다름없는 감가상각 0의 헬기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사청의 설명은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순 엉터리였다. 더 심각한 것은 도입 시기도 잘못 파악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빨라야 2010년 아파치 헬기 도입예산을 국방예산에 반영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블록2 도입 시기는 2016년이 된다. 전력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군의 판단도 5년이나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결국 2012년에나 도입이 가능한 블록1만이 구매대상 기종으로 남는다. 가장 구형 헬기만 도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방사청이 순진한 건지 미국이 장난을 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뒤죽박죽이 된 것은 분명하다.”

    방위사업청, ‘공격형헬기 도입사업’대통령 졸속보고

    2003년 3월31일 미군 병사와 장교가 이라크 중부 사막 지역에서 사고로 부서진 아파치 헬기를 조사하고 있다. 이 헬기는 의료 수송용 블랙호크 헬기를 호위하기 위해 이륙하던 중 사고가 났으며 2명의 조종사가 부상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무엇을 잘못 판단해 한국군의 주요 무기도입 사업이 이 같은 상황에 처한 것일까.

    우선 미국 측이 맨 처음 파격적인 저가 헬기 판매를 제안했던 배경을 우리 군 당국과 방사청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는지부터 다시 살펴보자. 4월에 제안하면서 8월까지 답변을 달라는 당시 미국의 요구는 제안의 세부사항을 검토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이 때문에 검토기간은 1년으로 연장됐지만, 이후에도 방사청은 충분한 검토를 거쳐 대통령 보고를 추진하는 대신 무슨 이유에선지 서둘러 보고를 강행했다.

    확인된 실체

    대통령 보고가 끝난 뒤인 올 4월에야 비로소 아파치의 가격 및 도입조건에 대한 미 육군의 60쪽 내외의 답변서가 도착했다. 먼저 도입 시기는 2010년 전 한미 간 구매계약(LOA)이 체결될 경우를 전제로 할 때 블록1이 2012~2014년에 납품이 가능하다고 미국 측은 답했다. 2010년 1월 이후로 LOA 체결이 늦어질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시간이 연장된다. 블록2는 2016년에나 납품할 수 있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블록1 재생헬기는 이라크, 아프간에 참전했던 헬기를 다시 파견이 가능한 수준의 준비상태로 전환하는 수리를 거친 헬기라는 것이다. 성능이 개량된 것은 없고 엔진과 부품만 교체 수리한 수준이다. 따라서 블록1 재생헬기의 경우 한국 측이 요구한 ‘30년 운용 가능한 상태’는 보장할 수 없다고 답변서는 못박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블록2는 도입가능 시기가 늦기 때문에, 한국이 당장 전력공백을 메우려면 블록1을 살수 밖에 없다. 25년 이상 경과된 구형 헬기에 몇 가지 장비만 교체해 팔겠다는 게 미국 측의 제안내용이었던 셈이다.

    국방장관의 진노

    추가비용도 엄청나다. 미군은 블록1을 2017년, 블록2는 2025년까지만 운용할 예정이므로 이후에는 539개에 달하는 예비부품이나 수리부속이 모두 폐기된다. 한국이 이들 헬기를 도입해 장기간 운용하려면 이들 예비부품과 수리부속을 한꺼번에 사와야 한다. 이미 단종된 17개 부품을 포함해 30년치를 일괄 구매하라는 것이 미국 측의 답변서 내용이었다.

    더욱이 판매 대상기종에 한국형 전술데이터링크체계(Link-K)를 연결하거나 국산 무전기를 장착하려면 그 개발비용은 당연히 한국 측이 부담해야 한다. 최초의 제안서에서 미국은 헬기 1대당 기체 비용으로 214억원을 제시했고 방사청은 이를 바탕으로 대당 도입비용을 260억원 내외로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데이터링크, 무장능력과 같은 임무장비를 위한 추가비용이 1대당 91억원, 예비부품 확보 등 후속군수지원(ILS) 비용이 1대당 155억원 등 총비용은 460억원까지 상승한다. 여기에 추가비용이 얼마나 더 들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 같은 사실은 3월경 파악되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4월 미 육군이 보내온 답변서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4월 미국 측의 답변내용이 방사청을 통해 이상희 국방장관에게 보고되자, 이 장관은 이제껏 보고받은 바와는 다른 내용이 올라온 것에 크게 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6월에는 헬기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장관의 지시가 합참과 육군에 떨어졌다. 이에 육군은 8월 말까지 재검토 결과를 국방부와 합참에 보고할 계획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된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제안에 구미가 당긴 군 당국이 향후 한국군이 필요로 하는 공격헬기의 기본성능이나 부수적으로 소요될 비용에 대한 정확한 검토 없이 중고 헬기 도입 결정을 먼저 내렸다는 데 있다. 방사청의 해외구매 부서는 소요군의 협조를 얻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격헬기의 성능과 운영유지에 필요한 각종 가격정보, 지원여부를 확인 요청할 수 있는 ‘비용 및 가용성 자료(P&A·Price and Availability Data)’를 미국 측에 요청했다. 이때가 지난해 11월경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한 세부항목에 대해 기초적인 데이터를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소요결정이 먼저 내려졌고, 미국 측의 답변을 받기도 전에 대통령 보고가 강행됐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美, “한국 측은 묻지 않았다”

    필자는 최근 한 미군 관계자에게 미국이 한국군의 기대에 어긋나는 답변서를 보내온 이유가 무엇인지 어렵사리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 왜 미국 측은 최초 제안과 달리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했나.

    “오해다. 이라크 전쟁을 거치며 헬기를 업그레이드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이 과정에서 잉여 헬기를 해외에 판매하기로 한 것은 전세계 모든 국가에 알려져 있다. 어떤 나라는 신형 아파치 롱보우 헬기를 구매하고 싶어 하지만, 구형이라도 좋은 조건에서 구매하길 원하는 국가도 있다. 네덜란드도 2006년 이 정보를 기초로 우리에게 구매의사를 타진해 온 적이 있고, 지금은 11개국이나 된다. 한국은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우리는 한국이 요구하는 가격이나 비용정보를 처음에는 구두로, 다음에는 문서로 상세히 제시했다. 미 육군의 입장에서도 공격헬기 해외 판매는 중요한 사업이므로 한국 측에서 문의가 있으면 최대한 정확하게 답했다.”

    ▼ 그러나 한국은 중고 헬기 36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가, 최근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아파치 헬기를 운용하는 데 소요되는 총수명주기관리(TLCM·Total Life Cycle Management) 비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런데 한국 방사청 실무자들은 이걸 알아듣지 못하고 거듭 질문했다. 지난해 봄에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워크숍을 개최해서 TLCM에 관한 설명도 했다. 이 정도면 방사청이 가격과 비용정보를 판단할 수 있었다고 본다.”

    ▼ 그렇다면 한국 국방부나 방사청은 제때 문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내리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한 것인가.

    “그 부분은 우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 육군이나 주한미군, 주한 미대사관이 한국에 헬기를 마케팅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이 우리의 최초 제안에 호감을 갖고 설명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따라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다. 그런데 한국 언론이 마치 우리가 보낸 서한에서 이제까지의 제안 내용을 번복한 것처럼 보도하는 바람에 우리도 놀랐다. 또 우리의 서한을 보고 한국이 구매정책을 변경했다고 하는데, 그러한 주장의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 4월에 새로운 서한을 보낸 이유는 뭔가.

    “한국 측이 아파치 헬기와 한국군 데이터링크 시스템의 연동문제를 비롯해 임무수행에 필요한 몇 가지 추가사항에 대해 문의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포함해 다시 답변한 것이다. 지난해 이에 대해 미리 문의했다면 그때 답변했을 것이다.”

    ▼ 이전에는 그런 문의가 없었나?

    “한국 측에서 문의가 없으면 미국이 먼저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한국군의 임무수행에 필요한 성능은 한국군이 결정할 일이다. 우리가 그런 것까지 다 판단해서 묻지도 않은 정보를 제공해줄 수는 없지 않은가.”

    ▼ 이러한 논란이 한미동맹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좋은 영향이야 없겠지.(웃음)”

    왜 아파치에 집착하는가

    물론 그간의 정책 파행에 대해 방사청도 나름의 해명논리를 갖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현행 무기획득체계를 보면 방사청은 구매계약을 하는 집행부서지 실제 정책결정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은 아니다. 방사청은 헬기를 사서 육군에 주면 그만이다. 아파치의 운용개념이나 임무수행에 필요한 성능을 제시해야 할 의무는 육군 군수사령부에 있다. 육군 항공병과가 아파치 도입에 무리하게 과욕을 부려 밀어붙이자 방사청이 여기에 끌려간 측면이 있다고 본다.”

    육군이 500MD, AH-1S 등 주력 헬기의 도태로 인한 전력공백을 무리하게 부풀려 아파치 도입의 명분을 세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육군 항공병과의 조직이기주의가 한국형 공격헬기 개발의 힘을 잃게 만들고 해외도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아파치는 지상군의 지원거리 밖에서 독립적인 종심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기종이다. 그러나 2018~21년 사이에 모두 퇴역하는 500MD, AH-1S 공격헬기는 지상군과 합동으로 모든 전선에서 근접전투에 운용되는 전력이다. 설사 아파치가 도입되더라도 36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모든 전선에서 아파치 공격헬기를 운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형 공격헬기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성능이 낮은 기종은 육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더 가혹한 비판도 있다. 걸프전에서 맹활약한 아파치 헬기는 이후 코소보 전쟁, 아프간 전쟁, 이라크 전쟁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보여준 바 없고, 대신 수시로 격추 당했으며, 운영비가 많이 들어 미군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이라크 전쟁에서는 24대가 임무를 수행하다 16대가 격추 당하거나 고장을 일으켰고, 그 외에도 모래 바람에 견디지 못한 많은 아파치 헬기가 정비창으로 몰려들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핵심은 ‘전문성 부족’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감안해도 방사청의 전문성 부족이나 섣부른 업무수행은 비판의 소지가 충분해 보인다. 대통령에게 헬기사업을 보고한 변무근 청장은 무기획득에 관한 한 비전문가다. 방사청 개청 이래 역대 청장들은 모두 획득 전문가들이었지만, 변 청장은 획득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다. 방사청 실무자들이 청장에게 보고할 때 기초적인 용어설명부터 해야 한다는 것. 업무에 임하는 변 청장의 열정적인 자세는 인정하면서도,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실무자들이 쉽게 기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기 획득을 과학화하고 효율화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기관이 바로 방위사업청이다. 개청 이래 3년이 경과하도록 초보적인 시장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여기에 국방부와 합참, 소요군인 육군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배경이 의심스러운 미국 측 제안 하나만 믿다가 핵심무기사업 정책결정이 파행으로 이어진 근원에는, 국방의 이익이 아닌 조직 이익 논리에 휘둘리는 군 당국의 업무수행 풍토가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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