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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이드’ 퇴직연금 잘 드는 법

사업자는 불꽃 튀는 경쟁 가입자는 미온적 태도

  • 김희연│자유기고가 foolfox@naver.com│

‘경제 가이드’ 퇴직연금 잘 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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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가이드’ 퇴직연금 잘 드는 법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1위는 은행권이지만 전 업계 통틀어 1위 사업자는 삼성생명이다. 1977년 종퇴보험을 시작한 이후 꾸준하게 퇴직 관련한 상품을 운영해왔다.

한국조폐공사는 2006년 10월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당시 14개 금융기관이 경쟁해 6개 기관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2009년 6월말 기준으로 DB형에 460여 명, DC형 600여 명이 가입한 상태인데, 최근 들어 DC형으로 이동하는 가입자가 늘고 있다. 초창기에는 자산운용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기존 퇴직금과 비슷한 DB형을 선호하던 근로자들이 매년 컨설팅을 받으면서 DC형으로 이동한 결과다. 한국조폐공사 노사협력실의 최윤호 과장은 “지속적인 자산운용 교육을 통해 근로자들의 금융 마인드가 향상되면서 퇴직연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노조는 당시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 점을 들어 퇴직연금에 반대했다. 또한 DB형은 기업이, DC형은 근로자가 적립금 운용 손실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한전 노조 측의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현재 DC형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예금자보호법의 대상이지만, DB형 원리금보장형 상품은 대상이 아니다. DB형의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원리금을 보장한다. 여느 금융기관보다 안정성이 높다고 자부하는 한전 같은 기업으로서는 큰 매력이 없는 셈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퇴직소득세와 연금소득세의 차이다. 퇴직연금제의 소득세는 최종 수령 단계에서 납부하게 된다. 납입과 운용 단계의 과세가 미루어져 최종 수령시 소득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일시금으로 받게 될 때는 분류과세되지만, 연금으로 나눠 받을 때는 종합소득으로 합산되어 원천징수 5.5%의 연금소득세를, 연간 연금수령액 600만원 초과시에는 종합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된다. 연금수령 20년에 투자수익률 5%가 난 근로자의 예를 들면 2억4600만원 이상일 경우 퇴직소득세가 적고, 이하일 경우 연금소득세가 더 적다. 퇴직금이 적고 연금 수령 기간이 길면 연금소득세가 유리한 것이다.

‘중간정산’이라는 달콤한 독약도 걸림돌이다. 중간정산을 받아 주택대출이나 생활자금으로 써왔던 근로자들은 퇴직연금제도하에서는 중간정산이 안 된다는 점에 난색을 표한다. 퇴직연금 제도는 중간정산의 대체 수단으로 담보대출과 DC형에 한해 중도인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담보대출은 적립금의 50%까지 가능하다. 중도인출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가입자 또는 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기타 천재·사변의 경우에만 해당된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에 연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으므로 담보대출과 중도인출은 노동부가 권장하는 사항이 아니다. 노후를 저당 잡혀 당장의 편리를 추구하는 중간정산에 대한 근로자의 태도 전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다수 기업은 어차피 퇴직연금 제도로 전환하게 되겠지만, 미리부터 도입해 근로자의 궁금증이나 불만을 부채질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근로자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완충 내지는 보완장치가 마련되어 있고, 앞으로도 법 개정과 관리감독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한다.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에서는 가입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을 준비 중이다.



가입자들은 관망하는 자세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바쁘다. 노동부에서는 현 단계 퇴직연금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단기수익률과 수수료 경쟁, 그리고 리베이트를 들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 중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비율은 DB형 91.4%, DC형이 64.8%에 달한다. 금융시장의 정상적인 수익률을 넘어서는 높은 수익률을 내걸고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지금 출혈을 해서라도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금융권의 무리한 전략 탓이다.

단기 수익률 경쟁 과열

현실적으로 근로자가 손해를 입을 수 있는 DC형의 실적배당형 상품은 주식 직접투자가 금지돼 있고, 간접투자 상품도 위험자산 투자 가능성이 봉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률을 미끼로 한 원리금보장형에 대한 지나친 쏠림 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다. 노동부 임금복지과 최진광 사무관은 “비정상적인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제공될 수 없을뿐더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상품권 제공 등 리베이트도 마찬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고 가입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1위는 은행권이지만 전 업계 통틀어 1위 사업자는 삼성생명이다. 1977년 종퇴보험, 1999년 퇴직보험, 2005년 퇴직연금까지 제도 변화를 겪는 동안 꾸준하게 퇴직 관련 상품을 운영해온 것이 삼성생명의 강점. 장기자산 운용능력이나 인프라, 서비스 면에서 삼성생명을 따를 사업자가 없다는 평가도 있다.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의 허준 선임연구원은 “금융권의 퇴직연금 담당자 가운데 삼성생명 출신이 많다. 그만큼 인력도 최상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라는 대형 잠재 고객을 가진 것도 다른 사업자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계열사라고 해서 반드시 사업자로 선정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암묵적인 기대를 가질 수는 있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HMC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것을 두고도 업계에선 “계열사 유치 가능성을 내다본 결정이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퇴직연금 사업 준비에 가장 열심인 사업자로 자타가 공인하는 곳은 미래에셋이다. 미래에셋은 퇴직연금연구소를 설립하고 200명 이상의 전담인력을 구성했다. 본사와 지역본부로 나뉘어 연금시장 동향을 파악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회계사, 노무사, 세무사 등 관련 전문가도 가장 많이 보유한 상태다.

경쟁사들은 미래에셋이 손익분기점에 대한 고려 없이 과잉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추진본부 본부장인 김대환 상무는 “퇴직연금은 단기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살아 있는 제도이고 프로세스다. 초반 투자 없이 장기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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