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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민상 수영 국가대표팀 감독

“태환이가 올림픽 금메달 딴 후 내 훈련 방식은 ‘죽일 짓’ 돼버렸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노민상 수영 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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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상 수영 국가대표팀 감독

박태환을 7세 때부터 가르쳐온 노민상 감독은 지금도 그를 ‘아이’라고 부른다. 노 감독과 박태환이 함께 훈련하던 모습.

▼ 꼭 해야 하는 훈련이 아예 빠져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수영은 200m 400m 1500m 종목에 따라 훈련 방식이 다 달라요. 그 거리에 맞는 특정 훈련이 있지요. 그걸 안 하고 지구력 강화 훈련만 한 거 같아요. 다른 걸 왜 안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 그래도 국가대표팀 소속인데, 선수가 어떤 훈련을 받는지 안 받는지는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전지훈련 나가면 나간다, 들어오면 들어온다 일방적으로 통보만 받았어요. 그쪽(SK 전담팀)에서 저하고 말 한마디 하자고 요청한 적 없으니…. 한국에 있어도 웨이트 트레이닝까지 다 선수촌 밖에서 하는데 제가 알 수가 있나요. 그렇게 훈련한 결과 좀 달라고 해도 준 적 없고…. 보여달라고 하면 갖다준다 하고는 함흥차사고….”

▼ 그래서 6월 중순에야 비로소 선수 상태를 알았다는 말씀이군요.



“태릉 들어온 첫날부터 계속 운동이 안 맞아 떨어지는 거예요. 무산소역치 같은 건 베이징올림픽 전에 충분히 소화하던 수준의 훈련도 못 따라왔지요.”

‘무산소역치’란 운동장을 뛸 때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면 숨이 가빠지고 젖산이 쌓여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시점을 가리킨다. 무산소역치 이상의 강도로 운동을 계속하면 오래지 않아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 수영 기록을 단축하려면 무산소역치 수준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박태환은 자신의 최고 기록을 내기에도 힘에 부친 상태였다.

“내 훈련 방식은 죽일 짓이 돼 있었다”

▼ 박태환 선수는 문제를 몰랐을까요?

“아직 어린 나이니까 몰랐을 수도 있죠. 미국 훈련이 그래요. 선수가 해야지, 지도자가 독려하고 이끌어주고 그런 게 없어요. 사실 태환이 입장에서야 미국이라는 데가 좋잖아요. 태릉에 오면 갇혀서, 통제 속에서 해야 하니까 밖에 있고 싶었겠지요. 이번 경기 끝나고 스스로 느낀 바가 많았을 겁니다.”

▼ 사태가 이렇게까지 되기 전에, 감독님이 좀 더 적극적으로 훈련 방식 등에 대해 얘기를 할 수는 없었나요?

“박태환이 세계적인 감독한테 훈련받는다고 다들 칭찬하는데…. 그때 누가 제 이야기 하기나 했나요? 사람들이 세계 수영과 우리 수영을 보는 시각이 달라요. 미국에서 코치가 선수한테 1만5000m를 훈련시키면 ‘선진국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1만6000m, 1만7000m씩 훈련시키면 아주 죽도록 욕먹을 짓입니다.”

▼ 선수 학대한다고요?

“그렇죠. 베이징올림픽 출전할 때 태환이 기록은 세계랭킹 3위였어요. 당시 1위는 데이브 살로가 가르친 선수였지요. 그런데 우리가 이겼잖아요. 왜 그랬죠?…”

그는 격정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다 갑자기 말을 끊었다.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선수를 한 명만 더 길러냈으면 말이 되는데… 한 명은 우연일 수 있으니….”

목소리가 탄식처럼 잦아들었다.

▼ 선수가 훌륭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지 훈련 방식이 좋았던 건 아니라는 말이 많다는 거지요?

“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요. 그래서 전 아무 말도 못했어요. 발언권이 없는 거예요. 뭘 던지면 맞을 수밖에 없는 거고….”

수영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운 적 없는 그는 독학으로 지도법을 익혔다. 영어로 된 전문서적을 구해다가 한 단어 한 단어 사전을 찾아가며 읽었다. 수영지도자 강습회도 열심히 쫓아다녔다. 노 감독의 집에는 지금도 그때 원서를 번역해 파일로 만든 자료가 수십 권 있다. 낮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공부에 매달리며, 그렇게 길러낸 제자가 박태환이다. 그의 지도법으로 박태환이 성공했지만, 환희의 순간마다 그의 ‘무학’은 번번이 노 감독의 발목을 잡았다.

베이징올림픽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박태환은 지난해 2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본격적인 훈련을 위해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노 감독은 매일 1만5000m씩 수영을 시켰다. 50m 풀장을 150번 왕복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훈련량이다. 초기에는 1만6000m, 1만7000m씩도 시켰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이렇게 훈련한 끝에 금메달을 땄는데,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노 감독의 지도 방식은 ‘선수 죽이는 짓’이 돼 있었다.

그는 여기까지 얘기하다 “담배 한 대 피워도 되느냐”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노 감독이 이런 상실감을 느낀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도 박태환은 그와 함께 훈련해 3관왕에 오르는 등 메달 7개를 따면서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뒤 전담팀을 구성해 태릉을 떠났었다.

“어른들이 끼어들어서 그랬지요. 잘하는 애를 이리저리 흔들어놓고, 어른들은 다 빠져버리고 애한테 뒤집어씌우고….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에요. 저는 태환이를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 아이가 7살 때부터 봤습니다. 한 번 잘못했다고, 또 두 번 잘못했다고 마음이 변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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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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