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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⑦

007의 첫 연인 베스퍼, 그리고 마티니

  • 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007의 첫 연인 베스퍼, 그리고 마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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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의 첫 연인 베스퍼,        그리고 마티니
베스퍼의 이름을 따다

그런데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마티니는 지금까지 설명한 진과 버무스를 섞은 정통 마티니가 아니라 ‘베스퍼 마티니’와 ‘보드카 마티니’다. 먼저 007과 그의 첫사랑 베스퍼의 추억이 스며든 유명한 칵테일 베스퍼 마티니를 알아보자.

베스퍼 마티니가 일반에게 널리 알려진 건 영화 ‘카지노 로얄’을 통해서다. ‘카지노 로얄’은 마틴 캠벨 감독이 2006년 007시리즈 21번째 작품으로 만든 영화. 대니얼 크레이그가 처음으로 본드 역할을 맡은 이 작품은 1953년 발표된 플레밍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시점만 놓고 보면 지금까지의 007시리즈 중 맨 처음에 해당한다. 즉 본드가 007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시기를 다룬 것으로 이른바 살인면허를 얻어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물론 영화의 배경은 현대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 영화는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007시리즈를 시작하는 재부팅이었다.

영화는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부패한 M16(영국 해외정보국) 책임자와 그의 정보원을 성공적으로 제거한 뒤 본드는 살인면허를 얻어 007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이윽고 무대는 아프리카 우간다로 바뀐다. 세계적 범죄 조직인 퀀텀의 핵심 멤버인 화이트는 불법 자금을 세탁하려는 보바노와 금융인 르쉬프의 만남을 주선한다. 르쉬프는 알바니아 출신으로 체스 챔피언이자 포커에 미친 수학천재이면서 테러리스트다.

007의 첫 연인 베스퍼,        그리고 마티니

제임스 본드는 포커 게임 중 ‘베스퍼 마티니’를 창작한다.

한편 제임스 본드는 007이 된 뒤 첫 임무로 마다가스카라에서 테러용 폭탄 제조범을 타국의 대사관까지 따라 들어가 제거하는데, 그 와중에 대사관까지 폭파돼 큰 물의를 일으킨다. 본드는 죽은 범인의 휴대전화에서 바하마에 거주하는 디미트리오스라는 사람에게서 받은 메일을 발견한다. 디미트리오스는 르쉬프와 연결된 사람으로 르쉬프에게 사람과 무기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는 르쉬프가 주가조작에 나선 한 항공사의 새 항공기를 폭파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 바하마로 날아간 본드는 디미트리오스의 부인을 유혹해 그가 마이애미 공항으로 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추적한다. 본드는 결국 디미트리오스와 그의 하수인을 제거함으로써 르쉬프의 계획을 무산시킨다.



본드 때문에 테러 계획이 실패로 끝나면서 1억달러가 넘는 자금을 날리게 된 르쉬프는 자금주들의 보복을 두려워한다. 그는 돈을 구하기 위해 또 다른 범죄를 구상한다. 몬테네그로의 카지노 로열에서 1억5000만달러를 조달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만큼 그는 포커에 자신이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입수한 정보국의 책임자 M(주디 덴치 분)은 본드에게 정부의 돈으로 포커 게임에 참여하라고 지시한다. 그의 구상은 포커 게임에서 본드가 르쉬프를 빈털터리로 만든 뒤 그에게 신변보호를 제공하면서 테러조직과 관련한 정보를 획득하겠다는 것이었다.

본드는 몬테네그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도박 자금을 가져온 영국 재무부 소속의 베스퍼(에바 그린 분). 본드는 첫눈에 이 미녀에게 호감을 갖는다. 베스퍼는 본드가 007로서 처음 사랑한 여자다. 본드는 몬테네그로에 도착해서 정보국의 현지 요원인 마티스에게 현지 정보를 얻는다. 마침내 포커 게임이 시작된다. 그러나 본드는 르쉬프의 계략에 말려 베스퍼에게서 넘겨받은 1000만달러를 잃는다. 게임 결과에 실망한 베스퍼가 추가 500만달러는 주지 않겠다고 말하자 화를 참지 못한 본드는 르쉬프를 제거하려고 한다.

그때 게임 참가자 중 한 사람이 본드에게 자기가 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으로 이름은 라이터라고 소개하면서 “이길 가능성이 높은 당신에게 내 자금을 넘길 테니 이겨보라”고 권유한다. 물론 그는 “포커에서 승리한 뒤 르쉬프를 CIA에 넘겨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본드가 이 조건에 동의하면서 게임이 재개된다. 그런데 이번엔 르쉬프가 애인을 시켜 본드가 마시는 칵테일에 독을 탄다. 베스퍼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긴 본드는 마침내 게임에서 승리한다.

본드와 베스퍼는 승리를 자축하는 저녁식사를 한다. 그런데 식사 후 베스퍼가 괴한들에게 납치되고 이를 추격하던 본드마저 르쉬프 일당에게 사로잡힌다. 혹독한 고문에 시달리던 중 갑자기 화이트가 나타나 돈을 멋대로 써 조직의 신뢰를 떨어뜨린 사람은 살려둘 수 없다면서 르쉬프를 총으로 쏘아 죽인다. 혼란의 와중에서 본드와 베스퍼는 기적적으로 살아난다. 병원에서 깨어난 본드는 르쉬프가 이중첩자라고 지목한 마티스를 체포해달라고 부탁한다.

본드는 베스퍼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M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뒤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베스퍼와의 평범한 행복을 꿈꾼다. 그런데 그가 도박에서 딴 자금이 정부 계좌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스퍼가 그의 옛 애인을 납치한 범죄조직의 협박에 굴복해 돈을 빼돌린 것이다. 협박범들은 본드에 의해 모두 죽임을 당하고 베스퍼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이 범죄 조직의 막후 조종자는 화이트. 그는 베스퍼가 빼돌린 돈을 갖고 유유히 사라진다.

본드는 베스퍼의 배신에 치를 떤다. 본드는 르쉬프 일당에게 잡혀 있던 자신을 살려주는 조건으로 베스퍼가 협박범들의 제안에 응했다는 사실을 M에게서 듣는다. 오해가 풀린 뒤 본드는 베스퍼가 휴대전화에 화이트의 전화번호를 남겨놓은 것을 발견한다. 호숫가 대저택에서 은신 중이던 화이트는 본드의 총에 다리를 맞고 쓰러진다. 그러곤 본드가 특유의 어투로 이렇게 말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The name is Bond. James Bond.”(이름은 본드, 제임스 본드)

전설적 칵테일은, 본드가 포커 게임에 합류한 뒤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등장한다. 본드는 바텐더에게 드라이 마니티를 주문했다가 취소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Three measure′s Gordon′s, one of Vodka, half of Kina Lillet, Shake it over ice, Then add a thin slice of lemon peel(고든즈와 보드카 그리고 키나 릴레이를 얼음에 띄워서 흔든 뒤 얇은 레몬 한 조각을 얹어달라).

르쉬프를 뺀 다른 사람들도 본드의 주문에 흥미를 느끼고 같은 칵테일을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본드의 주문에서 고든즈(Gordon′s)는 진(gin)의 상품명. 보드카는 독자 여러분도 잘 아는 술이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다. 이 칵테일의 백미는 키나 릴레이(Kina Lillet)다. 이 술은 19세기 말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개발된 것으로 와인에 오렌지 리큐르를 혼합한 후 당시 강장제로 인기이던 키니네를 섞은 것. 키니네는 맛이 쓰다. 그래서 요즘엔 키니네의 양을 대폭 줄인 블론드 릴레이(Blonde Lillet)라는 제품을 대체제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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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서울대 흉부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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