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10월28일 경남 양산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이로써 6선 의원의 반열에 올랐다. 이상득 의원과 더불어 한나라당 내 최다선이다. 지난해 공천 부적합자로 분류돼 출마도 못했던 사람이 당 대표를 지내고 총선 후 1년 반 만에 재선거에 나가 의원 배지를 달다니, 한나라당도 참 엉뚱하고 종잡을 수 없는 정당이다.
그는 “별로 할 얘기가 없는데 무슨 인터뷰를 하겠다고…” 하면서 초장부터 김을 뺐다.
▼ 원외에 있다가 원내로 들어온 소감이 어떻습니까.
“(당) 대표를 했기 때문에 원외에 있었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국회에 계속 있었으니.”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11월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 기자들에게 “나도 똑같은 박 전 대표인데, 난 왜 이리 인기가 없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사연은 이렇다. 그날 아침 기자들은 박근혜 전 대표가 본회의장으로 걸어오자 벌떼처럼 달라붙어 일제히 세종시 관련 질문을 던졌다. 박 전 대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보도진 때문에 길이 막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그가 기자들 등 뒤에서 그런 우스갯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이 일에 대해 묻자 그는 “‘나는 왜 인기가 없나’라는 말은 했지만, ‘나도 박 전 대표인데’라는 말은 기자들이 갖다 붙인 것”이라고 했다. “왜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거기로만 몰리고 나한테는 안 오니…”라고 질문 취지에 맞지 않는 답변을 했다.
“투표율에 문제가 생겼다”
경남 양산에서 출마한 그는 3만801표를 얻어 38.1%의 득표율을 올렸고 민주당 송인배 후보는 2만7502표(34.5%)를 얻었다.
▼ 뒤늦게나마 축하합니다.
“허허허, 멋쩍네.”
▼ 상당히 고전하셨죠? 3300표 차이였죠. 의원님의 정치적 입지나 경력을 감안하면 표 차이가 별로 안 난 거죠?
“그 지역에 처음 간 겁니다. 두 달 동안 선거운동 한 것치고는 많이 나왔죠. 워낙 생소한 지역이니. 상대 후보는 세 번째 나온 사람이고요.”
▼ 일반적인 예상은 크게 이긴다는 것 아니었나요?
“여론조사에선 언제나 10~15% 앞섰습니다. 그런데 투표율에 문제가 생겼죠. 지난 총선 때보다 높았거든요. 막판에 투표율이 10% 올라갔어요. 이런저런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요.”
투표율이 높은 걸 두고 ‘문제가 생겼다’라고 표현하다니.
▼ (양산에) 갈 때는 자신이 있었을 것 아닙니까.
“주민들이 지역발전을 희망한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들고 간 건 ‘발전’이라는 두 글자입니다. 시민들에게 ‘큰 양산’을 만들겠다고 호소하고 다녔죠. 그러려면 정치적으로 큰 힘이 있어야 한다고. 내가 여당 대표도 지냈고 최다선이니 지역발전에 몽땅 쏟아 붓겠다고 했죠.”
▼ 죽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느껴졌습니까.
“글쎄요. 상대방 구호가 ‘노 대통령을 살립시다’였어요. 벽보에 써 붙였어요. 그게 젊은 층에 먹혀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그가 “선거 치른 지 며칠 안 돼 큰 이야기를 할 처지가 못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가 재미없게 진행될 조짐이었다.
10·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두 곳, 민주당은 세 곳에서 승리했다. 수도권인 경기 수원과 안산에서 민주당이 이긴 걸 두고 언론은 여당의 참패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패배가 아니라 ‘호각지세’라고 주장했다.
“재·보선에서는 여당이 이기기 어렵습니다. 은연중에 견제심리가 발동하지요. 노무현 대통령 때 우리가 33대 0으로 이겼잖습니까. 33번 선거해 다 이겼습니다. 난 이번에 선전했다고 봐요.”
▼ 충북에서 패한 데는 세종시 영향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4개 시군으로 이뤄진 복합선거구예요. 지역적 이해관계가 최우선으로 작용하죠. 세종시 권외입니다.”
▼ 정서가 통하지 않습니까.
“아닙니다. 남도와 북도는 정서가 달라요.”
“아무도 문제제기 안 했다”
▼ 요즘 세종시에 대한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충청도 전체가 비슷한 양상인데요
“일반론이 아닐까 싶어요.”
▼ 세종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요?
“지금은 아무런 의견이 없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이 뭐라 설명했는지 선거 치르느라 따라가지도 못했고. 연내 세종시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하니 그거 보고 이야기해야겠죠.”
▼ 의원님 생각이 있을 것 아닙니까.
“이제까지 당에서는 원안대로 하는 걸로 알고 있었지. 이제껏 그렇게 이야기를 해왔고. 수정 문제가 제기된 게 얼마 안 되지 않았습니까. 정운찬 총리 취임 이후죠. 그전엔 당에서 논의를 안 했어요. 그냥 원래대로 추진하는 걸로 알고 있었어요. 아무도 문제제기를 안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