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클래식 음악 방송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입력2009-12-08 17: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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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가 라디오 주파수를 클래식 FM에 고정시키는 이유는 산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듣는 동안 뭘 해도 방해되지 않아 즐기지만, 재미와 활기를 원할 땐 주파수를 바꾸게 마련이다.
    • 클래식이 ‘과거의 음악’이라는 편견은 클래식 방송은 정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낳았다. 클래식 음악으로도 ‘무릎팍 도사’가 가능하다는 걸 왜 모르는가.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음악이 존재하는 한 라디오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한 말이다. 물론 어디선가 들은 말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 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다른 체험이 필요 없이 오직 귀로만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예술이 바로 음악이고, 들려주는 방송인 라디오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다. 그중 클래식 음악 채널은 클래식 음악을 보급하는 중요한 매체다. 많은 사람이 라디오를 통해 음악을 듣다가 마음에 들면 그 음악을 구입하려고 한다. 그렇게 접근해 연주자나 작곡가를 알고, 점점 애호가의 길로 접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 프로는 단순히 계속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방법을 통해 음악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야 함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여러 라디오방송에 출연하면서 엄청난 열정을 가진 PD와 진행자들을 만나보았다. 그들은 정말 좋은 방송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새로운 방향을 연구한다. 그들과 나눈, 앞으로 클래식 방송이 변화해야 할 방향에 대해 적어본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 방송은 내용과 진행에서 다른 프로그램처럼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클래식 음악을 들으려고 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고려해 되도록 차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물어보자.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 혹시 클래식 음악 방송이 우리를 더 차분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조용하게 명상을 즐기기 위해 돌리는 채널로 인식하게 만든 장본인은 청취자가 아니라 방송 제작진일 수도 있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고상하다’ ‘차분하다’ 하는 식의 선입관은 대부분 클래식 라디오 방송이 만들어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곡의 제목을 읽어주고는 음반을 30분 이상 틀고, 작곡가의 작품세계라고 하는 것을 잠깐씩 대본으로 읽어주는 방식. 괜찮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모든 방송이 이렇다면 문제가 있다. 수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 방송은 편안하고, 조용하고… 아니, 이것은 좋게 말할 때 나오는 얘기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졸리고, 느리다고 말한다. 그것이 클래식 음악과 어울린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문제는 클래식 음악이 결코 그런 음악이 아니라는 점이다.

    클래식은 다양하고 역동적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클래식 방송은 클래식을 널리 알리는게 목적인 만큼 재미있고 유익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만큼 인간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도 없다. 물론 느리고 조용한 곡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작품은 아주 일부다. 긴장되고, 격렬하고, 소름끼치며, 때로는 이상하기도 하고 때로는 음산하다. 우습고, 파괴적이며 사람을 미치게 하는 음악도 있다. 이런 감정들을 담고 있는 음악을 소개하면서 조용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왜일까? 그것은 이런 방송에 익숙한 청취자를 의식해서다. 물론 이런 스타일의 방송을 좋아하는 청취자 층이 분명 존재하며 또 무시할 수 없지만, 그들이 절대 다수일 거라고 보는 시각이 현실을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지금까지의 형식을 고수하면서 “우리 청취자들은 이런 것을 좋아합니다”라고 말하기 전에 다른 것을 얼마나 시도했는지, 그런 벽을 허물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보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청취자로선 다른 형식의 방송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러니 조금만 달라도 처음엔 거부감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 청취자 게시판 등을 통해 청취자들과 깊이 있는 토론을 하고, 새로운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악성 댓글이 아닌 진지한 토론 말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돌아올 즈음이면 텔레비전에선 만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저녁을 먹을 때가 되면 뉴스가 등장했다. 뉴스가 끝나면 이번엔 오락물과 드라마, 아빠가 들어오실 때면 또 뉴스가 나왔다. 일반 방송은 이처럼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해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요즘은 워낙 채널이 많아져 전문 채널도 여럿 있지만. 반면 클래식 음악 채널은 어떤가? 채널 자체가 특정 층을 위한 것으로 인식되다보니 시간대별로 변화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기존 청취자들이 변화를 거부한다는 이유가 가장 큰데, 그것도 일리는 있다. 클래식 방송 청취자 중엔 채널을 고정해놓고 종일 편안한 음악을 들으면서 보내는 사람이 많다. 이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런 사람들만 모이도록 한 방송의 콘셉트에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클래식 방송이 극소수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다양성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교육 콘셉트가 대세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유명애니메이션 음악 작곡가 히사이시 조

    연주활동을 하고 방송을 진행하면서, 또 책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체험으로 알았다. 그 많은 사람을 위해 ‘교육’을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클래식 방송에서 진행자가 곡의 배경을 설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듣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이것은 결국 교육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수준 높은 애호가들을 고려해 감히 ‘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상기시켜준다고 생각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1%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관대하다. 나머지 99%는 위대한 작품들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지금처럼 소극적인 해설이 아닌 ‘교육방송’분위기의 적극적인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클래식 강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작해야 한다. 교과과정처럼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을 우리가 모두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불과 300년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작곡가들과 작품의 세계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연중기획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전문가가 되는 일은 청취자의 몫이다.

    어린이부터 클래식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를 위한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어린이가 듣고 즐기는 음악 방송 말이다. 아이들이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대에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유아교육이나 코다이 교수법(헝가리 작곡가 코다이가 제창한 음악 교수법) 같은 어린이 음악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과 협력해 만화처럼 재미있고 쉽게 작곡가나 악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줄 방법을 모색하자. 그러면 아주 유익하고 새로운 형태의 쇼가 만들어질 것이다.

    혁신적인 연구과정을 거쳐 완성되어 큰 성공을 거둔 ‘텔레토비’를 기억하는가?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한 네 가지 색깔의 인형복장, 모든 것이 동글동글한 원형심리 작전, 아이들이 푹 빠질 수밖에 없도록 반복되는 장면들…. 어린이 입맛에 맞는 클래식 프로그램도 이러한 노력 없이는 나올 수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명 대신 ‘종달새’ ‘개구리’처럼 그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제목들을 알려주고, 만약 그런 제목이 없으면 새로 붙여야 한다. 전 악장을 한꺼번에 들려주기보다 흥미를 끌 만한 부분만 반복해 들려주고, 작곡가의 일생을 만화나 콩트로 구성해 보여준다면 훌륭한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다른 연령대를 위한 방송도 가능하다. 아침시간대 주부들을 위한 클래식, 출퇴근시간 직장인을 위한 시사 클래식, 청소년을 위한 인기순위 프로그램이나 게임 속 클래식 혹은 영화나 드라마 속 클래식, 경영인을 위한 리더십과 클래식 등 연구와 기획을 통해 다양한 방송을 만들어볼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포복절도 토크쇼

    더 많은 음악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새로운 음악을 소개할 때는, 최신 영화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방송이 홈쇼핑 프로그램이 되면 어떡해?’ 하는 우려가 있겠지만, 클래식 CD전집을 홈쇼핑으로 팔기도 하면서 뭘 그러나? 음악을 소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이것을 듣는 사람들이 이 음악을 좋아하고 또 듣고 싶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음악을 구입하게끔 이끄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특정상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들려주고, 보여줘도 괜찮다. 사람들이 그 음악을 한번 듣고 잊어버리거나 혹은 잘 듣지 않게 만든다면,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작곡가의 일대기를 심층 다큐멘터리로 만들거나, 라디오 드라마처럼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가들이 대체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으니까. 베토벤의 일대기나 바그너와 브람스의 지지자들이 벌인 100년 전쟁을 라디오 드라마에서 음악과 함께 들려준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흥미롭겠는가. 지금까지의 클래식 방송은 ‘책읽어주는 여자 혹은 남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나 할까. 이제는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가 됐다.

    클래식 방송에도 초대 손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간혹 있는데, 본격 토크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주자를 불러서 근황을 묻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1시간 동안 포복절도할 만큼 재치 있는 토크쇼 말이다. 텔레비전에선 이런 토크쇼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지만, 라디오에서는 기회가 흔치 않다. 초대 손님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심층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MBC ‘무릎팍 도사’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진행자와 진행방식에 따라 토크쇼의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 주간의 인기투표로 이번 주, 혹은 이달의 톱10과 같은 흥미진진한 차트 발표를 할 수도 있다. 신곡이 아닌 과거의 음악으로도 충분히 순위표를 만들 수 있다. 거창하게 여론조사기관을 동원할 수도 있고, 방송사 인터넷 게시판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음반판매 차트일 수도 있고, 작품 각각에 대한 인기투표 결과일 수도 있다. 이를 요란한 드럼소리와 함께 발표한다고 해서 작곡가들이 무덤에서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그들은 확실히 일어나지 못한다) 이런 결과를 공개할 때마다 취향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논쟁을 벌일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얼마나 유익하고 건전한가.

    순수예술 방송을 예능프로처럼 재미와 시청률을 염두에 두고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여러 형태의 방송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을 클래식 음악 애호가로 만들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애호가도 더 다양한 성격의, 폭넓은 연령층을 가리킨다. 젊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싫어한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만들어버린 사람들이 책임지고 바로잡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영화음악은 변형된 오페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음악을 순수예술 시각에서 진지하게 분석하는 방송도 가능하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은 이미 많이 있고, 또 ‘영화에 등장하는 클래식’혹은‘인상 깊은 주제가’라는 소재도 많이 다루어졌다. 그러나 주제곡이나 메인 테마가 아닌 특정 장면에 부분적으로 쓰인 꽤 수준 높은 음악들을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히사이시 조 같은 애니메이션 작곡가들이 남긴 음악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영화나 만화에 쓰인 음악이 ‘대중음악’ ‘쉬운 음악’이라는 선입관은 후진국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평가되고, 분석되며, 예찬되어야 마땅하다. 많은 영화음악이 오페라에서 한발 나아간 장르라고 여겨질 정도의 높은 작품성을 보이는 것이 사실임에도 그것을 섬세하게 다루는 매체는 따로 없다. 책이나 잡지의 글들로는 다루기가 어렵다. 방송이 나서야 한다. 영화음악 작곡가나 평론가들에게도 이것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음악이 사용되어 우리의 감정을 흔들어놓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왜 필요하냐고? 우리는 오페라를 그렇게 대하고 분석하지 않는가? 영화음악은 분명히 오늘날의 변형된 오페라다. 그런데도 영화를 위해 작곡된 배경음악은 깊이 있게 다뤄진 적이 거의 없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간과하는 사이 수많은 예술작품이 추억 속으로 잊히고 있다. 이것을 다시 살려내는 일은 비평가뿐만 아니라 언론과 방송, 나아가 연주자와 애호가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게임음악은 특히 음악인이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 할 훌륭한 장르다. 요즘의 게임은 하루가 다르게 대형화해 영화 이상의 스케일을 담고 있어 그 배경음악 또한 영화음악 이상의 규모와 작품성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작곡가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그렇게 탄생한 명곡도 꽤 된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면서 칸노요간코 같은 대작곡가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롤플레잉 게임인 ‘YS’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의 음악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콘서트도 자주 열린다. 이런 게임음악의 사운드트랙이 언제나 판매차트 상위권에 들어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게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음악의 성부가 2개나 3개로 제한됐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이런 환경에서 최대 효과를 끌어내는 음악을 만들었다.

    여성들을 오락실로 이끈 ‘버블보블’의 음악을 기억할 것이다. 성부가 두 개뿐인데도 충분히 신나는 음악을 완성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 공룡들이 ‘신발’ 아이템을 먹으면 갑자기 빨라지는 ‘피우 모소(piu mosso·더 빠르게 연주하라는 음악용어)’, 고래유령이 나올 때의 조성 변화 같은 것은 게임을 더욱 박진감 있게 만든다. 게임에 등장하는 음악은 반복되는 특성이 있어 게임을 한 사람의 머릿속에 깊이 새겨진다. ‘테트리스’를 하면서 거기에 등장하는 러시아 민요를 저절로 외우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한회랑(echochrom)’ 착시효과를 이용한 퍼즐게임인데, 매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게임의 배경음악은 무한 반복 연주되는 현악사중주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청취율 경쟁, 나쁘지 않다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영화음악도 순수예술 시각에서 깊이 있게 다뤄질 필요가 있다.

    이런 음악들을 어디서 다뤄야 할까? 게임채널? 아니다. 클래식 방송에서 다뤄야한다. 클래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곁에 있는 것이라고 말해줘야 한다. 다른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클래식 음악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전혀 다른 부류다”라고 하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다.

    취미가 다양하지 않다는 것은 사실 부끄러운 일이며, 피해야 할 일이다. 다양한 취미는 많은 사람이 오판하듯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즐기기 위해 시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과 열정의 결과다. 수익의 원천이 되는 일을 하느라 정작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사람, 혹은 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운 좋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문성 확보를 이유로 다른 경험을 소홀히 한다면 자기 분야의 깊이와 인간됨을 잃을 수 있다.

    누구나 게임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게임음악을 분석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강요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남이 가진 취미를 너무 쉽게 “한심하다” “밥벌이가 안 되는 일이다” “시간낭비다” 하는 식으로 무시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런 행위는 한 개인에게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화 수준까지 떨어뜨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그렇게 무시해온 취미 속에 수많은 예술가가 발전시킨 놀라운 음악과 미술, 체계와 기술들이 담겨있다.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조윤범

    1975년 서울 출생

    선화예고, 연세대학교 기악과 졸업

    서울 필하모닉 단원 및 다수 오케스트라 객원 악장 역임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겸 제1바이올린 주자

    예당아트TV ‘콰르텟엑스와 함께하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진행

    ‘조윤범의 파워클래식’(2008)


    취향이 다른 클래식 음악 팬들을 위해 색다른 채널을 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우선은 기존 채널 안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봐야 한다. 기존의 틀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기에 우리는 더 새로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반 방송처럼 더 다양하고 많은 청취자를 불러와야 한다. 청취율이나 시청률 경쟁이 꼭 상업적인 목표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목적이 있는 방송일수록 더 많은 지지자와 애호가 그룹을 형성할 의무가 있다. 일종의 사회운동인 셈이다. 좋은 것을 나만 가지려 하지 않고 나누려는 자세는 박애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가져야 할 의무다.

    클래식 채널 안에서도 훨씬 다양한 방송을 듣고 싶다. 더 많은 사람과 음악 얘기를 나누며 흥분하고, 폭소하고, 진지해지며, 감동받고 싶다. 그것은 나의 작은 소망이자 동시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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