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꼬마펀드’로 100% 수익률 올렸다

수익률 1위 한상수 펀드매니저

  • 공종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ong@donga.com│

    입력2009-12-07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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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아’는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지난 1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과 펀드별 순위를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
    • 제로인에 따르면 11월4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간 평균 수익률은 21.57%. 그런데 평균 수익률의 5배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가 있었다.
    •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차지한 ‘마이애셋 트리플스타’ 펀드의 수익률은 100.84%였다.
    • 이 펀드를 총괄하는 한상수 마이애셋 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을 만났다.
    ‘꼬마펀드’로 100%   수익률 올렸다
    기자가 미국 근무를 마치고 귀국한 시점은 2008년 8월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필자에게 “당신은 큰돈 벌었다”며 부러워했다. 내가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한국을 달궜던 ‘펀드 광풍’을 피해갔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로 그랬다. 기자의 동생부터 동창, 회사 동료 등 상당수가 펀드 열풍 당시 수천만원에 달하는 금쪽같은 자금을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상황이었다. 대출을 받아 중국 펀드에 몇 억씩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반토막 난 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도 봤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은 지리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붕괴 직전까지 갔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회복한 편이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펀드라는 말만 나오면 여전히 몸서리친다. ‘뼈아픈 추억’ 때문이다.

    펀드 판매를 주도했던 은행도 마찬가지다. 11월13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펀드 부실판매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은행창구에서 펀드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어떤 직원은 펀드에 가입하러 온 고객에게 “요즘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연말 소득공제를 앞두고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게 좋다”고 권할 정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신동아’는 12월호에 펀드 관련 기사를 쓰기로 했다. 펀드가 인기 없는 요즘에, 펀드에서 높은 수익률을 내는 펀드매니저를 인터뷰해서 그 비결이 뭔지 그리고 바람직한 펀드투자 방식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인터뷰는 11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마이애셋자산운용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한국거래소(KRX) 맞은편 건물 6층이었다. 국내 최고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 매니저들이 일하는 사무실치고는 매우 소박했다. 한상수 본부장(상무), 전성문 운용팀장, 조항서 과장 등 3명이 ‘마이애셋 트리플스타’라는 펀드를 운용한다.



    ▼ 우선 펀드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지난해 8월에 마이애셋자산운용에 들어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마이애셋자산운용에는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리테일 펀드가 없었습니다. 제가 전 직장인 동양투자신탁에 있을 때 리테일 펀드를 운용해 회사 주력상품으로 키운 경험이 있고, 회사의 도약을 위해선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고 판단해 리테일 펀드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회사에 칭기스칸펀드라는 기존 펀드가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는데 펀드 판매회사가 제가 예전에 있었던 대한투자신탁증권(하나대투증권)이었어요. 그래서 신규 펀드를 만들기보다는 이 펀드를 손봐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9월25일 고객들에게 일일이 이해를 구하고 새로운 투자철학과 목표를 설명한 뒤 ‘마이애셋 트리플스타’를 출범시켰습니다.”

    1억원으로 시작한 펀드

    ▼ 기존 펀드 규모는 어땠나요.

    “약 20명의 고객이 있었고 펀드 규모가 1억원 정도였습니다.”

    ▼ ‘마이애셋 트리플스타’의 투자철학은 뭔가요.

    “저희는 세가지 업종군에 투자합니다. 첫째는 스타성장주입니다. 스타성장주는 삼성전자와 같은 업종 대표주입니다. 스타전환주는 현재 업종 대표주가 아니지만 2~4등 하는 기업으로 업종 대표주가 될 수 있는 기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기대주는 꿈을 갖고 있는 주식으로 당장 1,2년 안에는 안 되겠지만 3년 5년 10년이 지나면 스타전환주가 될 수 있는 주식입니다. 중소형주에 많아요. 우리 펀드는 주식을 이렇게 분류한 뒤 스타성장주에 40%, 스타전환주에 30%, 스타기대주에 20%를 투자합니다.”

    ▼ 그렇다면 나머지 10%는 어떻게 관리하나요.

    “현금 등 유동성으로 갖고 있습니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때 10%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그만큼 덜 빠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나아가 현금성 자산을 리스크가 없는 절대수익률에 투자해 3%의 수익만 올린다고 해도 사실상 13%의 현금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보너스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일반 공모 시장의 경우 상장에 비해 경쟁이 덜 치열합니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해서 분석하면 의외로 안정적이고 절대수익률을 올릴 기회가 있어요.”

    ‘꼬마펀드’로 100%   수익률 올렸다

    '마이애셋 트리플스타'를 운용하는 팀원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했다.

    ▼ 올해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그 비결은 도대체 뭔가요. 구체적으로 사례를 들어 설명 해주세요.

    “삼성전자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스타성장주입니다. 우리도 샀어요. 그런데 아웃퍼폼(시장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의 폭은 스타성장주보다는 스타전환주에서 더 큽니다. 이것을 잘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잘 봐야 합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어떤지, 속한 산업 내 기업의 위치는 어떤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리는 송원산업이라는 주식을 발견했습니다. 이 업체는 플라스틱의 노후화를 방지하는 산화방지제를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일반인은 잘 모르지만 전세계에서 시장점유율이 3위인 회사였어요. 이 기업을 보니 10여 년에 걸쳐 투자를 꾸준히 해왔지만 지난해 경기가 나빠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업계는 구조조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업황만 살아나면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봤어요. 그런데 이 업종의 경우 3위 업체로는 그저 먹고사는 정도여서 2위 안에 들어가야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었어요. 경쟁업체인 2위 업체 상황이 썩 좋지 않아 송원산업이 업종 대표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송원산업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불과하지만 우리 펀드는 5%를 실었어요. 확신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4300원에 샀는데 7000~8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투자한 지 불과 10일 안에 2위 업체가 법정관리를 신청했어요. 저는 당시 2위 업체가 1년은 버틸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 겁니다. 또 1위 업체는 화학업체에 인수됐습니다. 보통 어느 회사의 사업부문으로 들어가면 회사를 공격적으로 키우기 어려워요. 두 달 안에 주가가 1만원이 넘었어요. 저희는 매도단가가 1만1000원 정도 됐습니다. 지금도 송원산업 주식 일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시장을 아웃퍼폼할 수 있는 것입니다.”

    ▼ 스타전환주에서 투자에 성공한 사례는 또 없나요.

    “기아차입니다. 자동차에서 대표주는 현대차이며, 기아차가 현대차 자리를 노릴 수 없어요. 지난해 말 저는 경기가 돌아서면 자동차와 IT가 선도할 것으로 봤어요. 그래서 자동차에서 기아차를 스타전환주로 골랐습니다. 당시 일각에선 기아차가 부도가 날 수도 있고, 이것 때문에 현대차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저는 절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봤습니다. 자동차업계가 살아나면 기아차의 정상화 각도가 오히려 현대차보다 더 클 것으로 봤습니다. 그래서 레버리지(차입을 통한 투자)를 했어요. 기아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를 사면 차입해서 투자하는 효과가 있거든요. 우리 펀드 순자산의 4%를 투자했는데 5개월 만에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습니다.”

    ▼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선 리스크도 많이 따르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스타전환주에서는 초과수익률도 많이 발생하지만 실패하면 손실도 큽니다. 그런데 전환주는 그래도 나은 편이에요. 스타기대주는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주가가 옆으로만 가면 괜찮은데 하락할 때는 정말 힘들어요. 스타기대주 중에는 손해 보는 것도 있어요. 제가 능력이 안 돼 5~10년 이후를 볼 수는 없지만 그 시점으로 종목을 고릅니다. 솔직히 저희가 벤처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투자하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그런 심정으로 투자해요. 결과는 2년 정도 지나면 나옵니다. 어떤 투자는 빨리 나오기도 하고, 1년 넘게 손해 보는 주식도 있어요.”

    ▼ 스타기대주에서 성공한 투자 사례가 있나요.

    “엘앤에프라는 종목이 있어요. 지금이야 2차 전지가 관심을 끌고 있지만 지난해만 해도 잘 모르거나 모두가 고개를 흔들었어요. 2차 전지를 만드는 이 회사는 당장 실적은 없는 회사입니다. 비전과 아이디어를 상품화할 능력, 그리고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당시 실력은 갖고 있지만 시장성숙도가 낮다고 봤습니다. 그래도 언젠가는 시장이 온다고 생각했어요. 5~10년을 내다보는 심정으로 골랐어요. 처음 3,4개월은 재미가 없었는데 올해 4월부터 주가가 움직였어요. 지난해 11월에 1만4000원 정도였는데 4만원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6월에 3만9000원부터 팔았습니다. 그 이유는 꿈이 실현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20~30%는 디스카운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펀드매니저,현장으로 돌린다

    ▼ 주식은 언제 팔아야 하나요.

    “저는 매도할 때 다른 사람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팔고 나서 주가가 더 올라야 합니다. 그래야 누군가 제 주식을 사주지요. 저는 세가지 투자전략을 갖고 있어요. 첫째 좋은 주식, 그리고 좋아질 주식을 사야 합니다. 진짜 수익률은 좋아질 주식에서 나옵니다. 둘째 아무리 좋아질 주식도 이미 가격이 많이 반영됐으면 쓸모가 없어요. 그래서 좋은 가격에 사야 합니다. 좋은 가격, 즉 내재가격을 알기 위해선 기업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매도시점입니다. 주식이 적정 가격까지 오르면 이익을 실현해야 합니다. 결단력을 갖춰야 합니다. 남도 먹을 수 있도록 욕심을 줄여야 합니다. 5만원 갈 주식이면 4만원 정도에 팔아야 합니다. 제가 팔고 난 뒤 올라야 합니다. 일반 투자자도 이런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고 봅니다.”

    ▼ 그래도 올해에는 시점이 빨리 왔고, 상승폭도 컸네요.

    “그래요. 각도가 컸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올해는 ‘특이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제가 그런 말(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말)을 두 번 했어요. 코스피지수 1200이 붕괴됐을 때, 그리고 1000이 붕괴됐을 때였어요. 그리고 일시적으로 900선이 붕괴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무 말도 못했어요. 이해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본주의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붕괴하는데 그 안에서 펀드매니저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지금 생각해보니 과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주식시장은 과도하게 상승했습니다. 그래서 초과수익률 달성 시점이 빨리 온 것입니다. 제 펀드가 6월말에 수익률 100%를 제일 먼저 달성했거든요.”

    그는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가 자신까지 포함해서 3명인 것과 관련, 불리한 점보다는 매니저 숫자가 적은 게 장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와 함께 일하는 펀드매니저의 경우 잡일을 하는 대신 펀드 운용에만 전념하도록 가능하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도록 했다. 시간이 있으면 밖에 나가서 투자할 대상을 찾게 하고 본부장이든 사원 이든 한 사람만 사무실을 지키면서 밖에서 전화를 걸어오면 바로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했다.

    ▼ 펀드매니저를 이런 식으로 운용하는 게 드문 일인가요.

    “사실 우리처럼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가 많지 않아요. 우리는 인원은 적지만 신속하고 실제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저는 또 매니저에게 자율권을 많이 줍니다. 또 매니저가 투자대상을 찾아내면 무조건 순자산의 2%를 편입하도록 했습니다. 대신 상한선은 제가 결정합니다. 좋은 종목을 추천하면 제가 다시 방문하고 펀드 순자산의 10%까지 제가 결정합니다. 회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격식 없이 합니다. 커피숍이나 호프집에서 주로 해요. 다음 주 방문할 기업리스트를 정하는 문제 등을 토론합니다.”

    100만원, 200만원 펀드 많다

    ▼ 펀드 규모가 작고 운용사가 대형회사가 아니어서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았을 텐데….

    “저희 회사는 일반고객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입니다. 사업영역도 특수 펀드 중심으로 특화돼 있어요. 그래서 사장부터 임직원들이 일대일로 뛰었습니다. 저도 주변에 가입을 많이 권유했어요. 그래서 제 얼굴 보고 100만~200만원씩 가입한 분이 많습니다. 5000만원 이상 가입자에게는 제가 직접 가서 설명도 했어요. 제가 골프를 가끔 치는데 골프장 캐디에게서 ‘수입의 50%를 저금하는데 돈이 안 모인다. 펀드도 고점에 들어가서 많이 까졌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래서 ‘내가 15년 동안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중간 이하로는 간 적이 없다’며 펀드 투자를 권했더니 동료 캐디랑 해서 3500만원을 투자했어요. 올해 6월초에 그 캐디로부터 ‘고맙다’는 문자가 왔는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모두가 열심히 뛰고 수익률이 좋으니깐 올해 4월말에 1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우리 펀드에는 100만~200만원가량 넣은 고객이 의외로 많아요. 평가금액으로 130억대가 되는데, 고객 수가 1000명은 될 겁니다.”

    ▼ 130억원대 펀드는 출발 당시에 비하면 많이 커졌지만 그래도 수천억원, 몇조원대인 대형펀드에 비하면 작은데 불리하지 않나요.

    “펀드 크기와 상관없이 편입 종목수는 비슷합니다. 펀드규모가 1억원이건 1조원이건 큰 차이가 없어요. 물론 1조원 규모의 펀드라면 유동성 때문에 약간 늘 수는 있어요. 예를 들어 현재 저희 펀드 종목수가 40개인데, 60개 정도로 될 수 있어요. 제가 1990년대 말 대투에 있을 때 1조원 이상 운영해봤는데 큰 차이가 없어요. 개인적으론 은행에서 대형 펀드만 팔게 아니라 우리처럼 중소형 펀드도 팔아야 합니다. 적어도 기회는 줘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불리하기는 합니다. 그래서 수모를 당하기도 합니다. 저는 펀드규모를 1조원으로 늘리는 게 꿈입니다. 외부에서 들어오지 않으면 지금 돈을 잘 투자해서 늘리려 해요. 그러면 될 수 있어요. 제 꿈입니다.”

    ▼ 별도 리서치팀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증권사의 리서치를 참고하는 정도로만 활용하고 있어요. 펀드매니저가 리서치 기능도 합니다. 기업을 골라서 점수를 매기고, 편입종목을 고르기 위해 직접 기업에 가보는 등 리서치 기능을 함께 합니다. 규모가 커져 펀드매니저가 늘어난다고 해도 별도 리서치팀은 만들 계획이 없어요. 대신 더 많은 기업에 갈 수 있고, 한 번 갈 기업을 여러 번 갈 수 있어요.”

    그는 고객의 절반 정도가 자신을 보고 들어왔을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부담도 크다. 그래서 금감원에 문의해본 뒤 문제가 없다고 해서 저도, 펀드매니저도 이 펀드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그만큼 펀드에 애정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이 펀드가 5년이 아니라 20년, 30년을 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꺼냈다.

    그는 고민도 있다고 했다.

    “펀드 규모가 100억~200억원에 머물러서는 아무리 수익률이 높고 펀드를 잘 운영해도 회사에는 큰 이익이 없어요. 저는 괜찮지만 매니저에게 돌아가는 보상이 많지 않아요. 아직은 회사가 투자 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있지만 만약에 2,3년이 지났는데도 펀드가 커지지 않으면 좋은 펀드매니저를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공모펀드에서도 성과보수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요. 수수료는 아주 저렴하게 받는 대신 펀드가 약속한 수익률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내면 운용회사에 높은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럴 경우 펀드매니저가 과욕을 부려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욱 많다고 생각해요.”

    1등의 비결

    ‘꼬마펀드’로 100%   수익률 올렸다

    한상수 펀드매니저.

    ▼ 동양투신운용 시절에도 중소형 고배당주를 만들어 수익률 ‘톱’을 기록하는 등 1등의 경험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은 한 번도 하기 힘든 1등을 이처럼 여러 차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요.

    “상식적으로 볼 때 투자에서는 1등을 하면 꼴등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리스크를 안고 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는 시가비중을 의식하지 않았어요. 오늘 코스피지수가 20포인트 올랐는데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면 투자자로부터 전화가 많이 걸려옵니다. 반면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는데 펀드 수익률이 좋으면 투자자는 좋아하지만 전화는 걸지 않아요.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시가비중에 따르는 안전한 투자를 합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시가비중이 13%인데, 펀드에서 삼성전자 비중을 이 정도 유지합니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지수보다 2,3%보다 잘하거나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절대 1등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저도 시가비중을 의식합니다. 현재 삼성전자 비중이 10%인데 그 비중이 4%였던 적도 있었어요. 상대적으로 의식을 덜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투자전략은 잘되면 톱이지만, 실패하면 밑으로 갈 수 있어요. 따라서 꼴등을 하지 않는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공부가 중요합니다. 제가 투자한 주식은 대체로 1년 정도면 반응을 보였어요. 2년의 시간을 준다면 95%는 제 판단이 반영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펀드에 가입하면 2년 동안 환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펀드 이름에 ‘트리플스타’가 들어간 이유가 있습니까.

    “지금은 펀드매니저가 됐지만 제 꿈이 천문학자였어요. 그래서 ‘스타’를 붙였어요. 제가 별 보는 것을 좋아해 15년 전 쯤 경기 여주 신륵사 근처에 땅을 200평 정도 샀습니다. ‘마이애셋 트리플스타’ 펀드는 제 이름으로 계속 가져가고 싶은 펀드입니다. 나중에 트리플스타 펀드 매니저들과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여주에 가서 별도 보고, 그렇게 지내려고 합니다.”

    ▼ 보통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오전 8시에 출근하는 매니저 위주로 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을 방문하거나 세미나에 참석한 뒤 오전 11시에 돌아와서 회사 업무를 봐요. 점심 먹고 오후 1~3시에는 시장상황을 보거나 기업을 방문해요. 4시 이후에는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7시가 되면 저녁 약속을 하지 않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뒤 11시까지 가족들과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참여해요.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는 e메일을 정리하면서 리포트를 읽기도 합니다.”

    펀드매니저의 조건

    ▼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되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하나요. 동물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우선 자산을 운용하는 일을 사랑해야 합니다. 돈벌이 수단으로 하면 안 됩니다. 일 자체를 좋아해야 합니다. 펀드매니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데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는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감각도 있어야 하는데, 더욱 중요한 것은 성실성입니다. 판단능력도 중요한데, 이것은 타고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판단을 실행에 옮기는 과감성도 필요합니다. 판단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펀드는 평범한 펀드에 그치고 맙니다.”

    ▼ 혹시 ‘수익률 1등 펀드’라는 게 부담으로 오지 않나요.

    “부담이 큽니다. 제게 징크스가 있는데, 언론에 나면 그 다음에 힘들어집니다. 아마 저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가 너무 알려져 있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좀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인터뷰를 하기로 했습니다. 힘이 들어가서 불필요한 리스크를 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국 제가 컨트롤해야 할 부분입니다.”

    결혼 위해 증권사 입사

    ▼ 전공은 행정학이었는데, 펀드매니저의 길로 들어선 계기는 뭔가요.

    “저희 집이 무척 가난했습니다. 경찰공무원이었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한 뒤 중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밥을 하루에 두 끼만 먹었어요. 굶어보지 않은 사람은 배고픔이 뭔지를 몰라요. 대학교 시절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어머니, 동생들과 함께 살았는데, 두 칸짜리 월세방이어서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증권회사에 들어가면 집을 한 채 준다고 해서 1988년 증권회사에 들어갔어요. 당시 우리사주 때문에 증권회사 직원은 1등 신랑감이었습니다. 실제로 입사한 지 6개월 만에 우리사주로 5000만원이 남아 고척동에 7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주무르는 펀드매니저가 되고 싶어 대한투자신탁에 신입사원으로 다시 입사했어요.”

    ▼ 수익률이 시간 단위로 나오는 펀드매니저 생활이 힘들지 않나요.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요.

    “음악을 듣습니다. 전에는 고전음악을 주로 듣다가 요즘엔 가요와 팝송을 많이 들어요. 3년 전까지는 카드를 많이 했습니다. 요즘은 집에 들어와 집사람, 아이와 이야기하면 스트레스가 풀립니다. 지난해 초부터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성경도 읽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골프도 가끔 칩니다. 9년 됐지만 여전히 90대 중반입니다. 저는 자연을 보는 게 좋아요. 들꽃 ,나무, 그리고 잎을 많이 보면서 숨결을 느낍니다. 주식도 사실은 유기체입니다. 아침에 태어나서 저녁에 죽고 다시 다음날 살아납니다. 주식투자는 살아있고 발전하는 기업을 찾아서 동참하고 그 과실을 투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 투자에서 실패 경험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 대투에 있을 때 펀드매니저 16명 중 분기 연속해서 하위 수익률 6명에 걸리면 퇴출됐어요. 저는 좋은 주식을 사고 싶은 욕심에 과감한 투자를 하다보면 어느 때에는 1등을 하는데 다음에 하위권으로 처질 수가 있어요. 그럴 때 다음 분기에는 초조해집니다. 비겁하기는 하지만 이후에는 중간만 가려고 해요. 펀드매니저로서 제 투자실적은 짧게 보면 실패할 때도 있고, 좋지 않은 구간도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2년 이상 놓고 보면 대체로 상위권에 있었어요. 5년 정도는 기다리는 마음으로 보면 맞아요.”

    한상수 펀드매니저의 기업방문 동행해보니

    한상수 본부장은 인터뷰에서 투자결정의 가장 중요한 판단근거로 기업현장 방문을 강조했다. 필자는 11월11일 한 본부장의 기업방문을 동행 취재했다.

    이날 방문한 회사는 경기 평택에 있는 한 회사로 반도체 장비업체였다. 한 본부장은 A사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건물에 들어가기에 앞서 회사 부지부터 살폈다. 이 회사는 부지가 매우 넓은 편이었다. 기숙사, 농구장은 물론 터가 남아서 텃밭에 배추, 무, 파까지 심어져 있었다.

    한 본부장은 “회사 부지가 장부가에는 평당 20만원 안팎인데, 실제로는 100만원이 넘을 것 같다”고 중얼거렸다. 장부에 나와 있지 않은 회사의 실제 자산가치를 알아내려는 노력이었다.

    회사 IR을 담당하는 직원 B모씨를 만나자마자 공장부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했다. B씨가 “공장부지가 근처 아파트 건설부지로 수용돼 이전 예정”이라는 말을 듣자 수용가격을 자세히 물었다. 회사 부지 매입가가 100억원이고, 보상가가 300억~400억원이라는 답변이 나왔다.

    B씨와 두 시간 동안의 미팅은 B씨가 설명하고 한 본부장이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필자의 귀에는 ‘암호’와도 같은 MOCVD, RIE ETCH 등 복잡한 반도체 용어를 놓고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그런데 질문의 초점은 올해 극도로 부진했던 회사 매출이 과연 내년에는 회복될 수 있는지에 모아졌다. 지난해 경기가 급강하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매출의존도가 높은 A사는 올해 매출이 급감해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경기가 살아나면서 최근 주가도 상승세를 타는 중이었다.

    A사와 같은 회사의 매출은 반도체 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A사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반도체산업 전체 업황을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 본부장은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반도체장비 주문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B씨는 “반도체는 주문이 스폿성(필요할 때 바로 하는 것)이 많아 12월이 돼야 윤곽이 보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밖에 재무담당 책임자의 경력, 우리사주 진행상황, 설명을 맡았던 IR담당자가 우리사주를 계속 사는지 여부까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미팅이 끝나자 오후 7시가 가까워왔다. 바로 옆에 있던 구내식당은 문을 닫은 시간이었다.

    한 본부장은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꼭 한번 해봐야 하는데 아쉽다. 기업을 탐방할 때에는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한번 해봐도, 혹은 경비원에게 말을 한번 붙여봐도 회사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A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물었다.

    한 본부장은 “반도체 장비업종이 조만간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본다. 그렇지만 한 달을 더 기다려 확인해본 뒤 투자를 결정하려고 한다. 물론 업종이 턴한 윤곽이 나타난 뒤 매입하려면 주가가 지금보다는 비쌀 테지만 그게 안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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