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박15일 일정으로 미국여행을 갑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신종 플루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하네요. 미국 내 동향이 어떻습니까. 실제로 신종 플루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까. 전 29살의 건장한 남성으로 현재 감기기운이 조금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에 입국하는 데 무리는 없을까요. 즐거워야 할 여행이 너무너무 걱정이 돼서 심란하네요. 30살이 되기 전에 가게 되는 미국이라 무척이나 설는데. 성실한 답변 부탁 드릴게요.”
최근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온 질문이다. 요즘 신종 플루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해외여행을 앞둔 사람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외에서 신종 플루에 걸렸을 경우 치료는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처방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종 플루 감염자나 사망자 통계만을 놓고 보면 현재 미국에서 신종 플루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11월12일 신종 플루와 관련해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했다.
미국 내에서 지난 6개월 동안 2200만명이 신종 플루에 감염돼 이 중 어린이 540명을 포함한 39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것. 특히 사망자 규모는 CDC가 당초 추정했던 1200여 명의 3배가 넘었다. 기존 통계는 보고된 것을 위주로 한 통계인데 실제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추정하면 사망자가 3900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신종 플루와 관련돼 입원한 환자는 모두 9만8000명이며, 이 가운데 3만6000명이 17세 이하의 청소년 또는 아동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18~64세의 연령대에서 2920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평균 20만명이 겨울철 유행성 감기에 감염되며 이 중 3만6000명이 사망한다. 하지만 겨울철 유행성 감기는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인 반면에 신종 플루는 어린이 및 청·장년층에 피해가 집중됐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미국에서 최근 3년 동안 계절성 감기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는 매년 78~88명에 불과했다.
미국은 인구가 약 3억명으로 한국의 6배에 달한다. 그런데 11월12일 기준으로 한국의 사망자수는 64명. 신종 플루 사망자는 미국이 한국의 60배에 달한다. 한국에서 미국 비율로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거의 700명에 달한다. 만약 한국에서 신종 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700명 정도까지 발생했다면 패닉 수준의 혼란의 빠졌을 것이다.
최대 사망자 발생한 미국
그런데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아직 사회 전반적으로 ‘공포의 확산단계’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국가비상사태는 거점병원 지정 등 한국은 이미 해오고 있는 조치 등을 가리키는 말이다.
동아일보 하태원 워싱턴특파원은 “정부나 언론이 신종 플루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는 보도는 자주 하고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매일 사망자 통계가 발표되지 않고 있으며, 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도 관련이 있다. 미국 언론은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지게 할 내용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보도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예를 들어 이라크전쟁만 해도 미군 희생자가 4200명 안팎에 달하고 비판여론도 높지만 이것 때문에 국가 기간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다.
실제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CNN 등 미국 주요 언론에서 신종 플루 기사는 주요 기사가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안, 실업, 경기회복 여부 등이 지금 미국 사회의 주요 어젠다다.
모든 뉴스를 기사가치와 건수를 기계적으로 분석해 배치하는 구글 뉴스페이지를 방문해도 신종 플루 뉴스는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시작 페이지에 배치되는 경우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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