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막장, 파격 이미지 벗고 신선한 엔터테인먼트 채널 안착

tvN, 지상파를 누르나?

  • 김희연│자유기고가 foolfox@naver.com│

    입력2009-12-07 17: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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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N, XTM, On Style, FOX, Mnet…. 리모컨 버튼을 누르다보면 끝도 없이 케이블 채널이 이어진다. 영문으로 지어진 이름들은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하고, 숫자만 많을 뿐 볼만한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시장…, 그러나 tvN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케이블 춘추전국시대에 일대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개국 3주년을 맞은 tvN의 성공 비결을 짚어봤다.
    막장, 파격 이미지 벗고 신선한 엔터테인먼트 채널 안착

    재밌는 TV 롤러코스트.

    케이블 채널 tvN(티브이엔)을 말하려면 먼저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이하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을 이야기해야 한다. 아니, 그보다 앞서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인 ‘남녀탐구생활’을 언급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코너는 화장실 사용, 부모님 방문, 형제와의 싸움 등 생활 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상황을 설정한 후, 같은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그려내는 형식을 띠고 있다. 미국 드라마 ‘엑스파일’에서 여주인공 ‘스컬리’의 목소리를 맡았던 성우 서혜정씨의 기계음에 가까운 내레이션이 특징이다. 요즘 각종 광고에서 서씨 본인이나 이를 흉내낸 음성을 자주 들을 수 있어 친근하다. 남녀 주인공인 개그맨 정형돈, 탤런트 정가은씨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롤러코스터의 인기는 시청률에서 드러난다. 시청률 조사 전문기관인 AGB닐슨에 따르면, 10월31일(토) 밤 11시에 방송된 롤러코스터 본방송이 전체 케이블 채널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 1위는 지상파 3사가 점령하고 있었다. 주로 지상파에서 방영된 쇼와 드라마를 재방영하는 MBC드라마넷, KBS드라마, SBS드라마플러스가 1위에서 3위까지를 독차지해온 것.

    그런데 롤러코스터가 나머지 채널은 물론 지상파 3사의 케이블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한 번의 반짝 인기도 아니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는 11월7일(토) 방영분의 롤러코스터가 전국 기준 3.85%의 시청률로 케이블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케이블에서는 시청률 1%만 넘겨도 중박이 되고, 2%를 넘으면 대박이라고 본다. 시청률만 봐도 롤러코스터의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 실감할 수 있다.

    ‘남녀탐구생활’을 보지 않고서는 학교나 직장에서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벌어지고 있다. 10대부터 40대까지 시청률이 고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20대 여성 고정수씨도 한국에 있는 친구나 한국 유학생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인터넷에서 롤러코스터를 다운로드해 주말 내내 시청했다고 한다.

    “남녀탐구생활 화장실편 봤어? 여자가 공중화장실에서 변기 위에 휴지 깔고 기마 자세한 채로 일보는 장면 말이야. 난 나만 그러는 줄 알았어.”



    남녀탐구생활을 보고 난 시청 소감 교환은 대개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 TV를 보며 남자는 혹은 여자는 정말 저렇다며 무릎을 치고, 사람은 누구나 나와 다를 것 없이 살아간다는 안도감을 얻기도 한다.

    CJ미디어 계열 오락 채널

    롤러코스터로 일을 낸 tvN은 CJ미디어그룹 소속의 케이블 채널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의 회원사인 채널사용사업자(PP)는 30여 개에 달하는데, CJ미디어는 tvN 외에도 채널 CGV, XTM, 챔프, 중화TV, 올리브 등 다양한 장르의 PP를 보유하고 있다. CJ미디어 그룹과 자웅을 겨루는 회사인 오리온 계열의 온미디어는 투니버스, OCN, 온스타일, 스토리온, 슈퍼액션 등의 채널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가 운영하는 채널만 합쳐도 스무 개가량이다. MBC, KBS 등 지상파 계열의 스포츠와 드라마 채널을 제외하면 거의 전부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시청률에서는 초창기만 해도 온미디어가 앞서는 편이었는데, 최근 몇 년 새 자리가 뒤바뀌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올해 중반에는 오리온이 온미디어를 매각하고, 이를 CJ오쇼핑 쪽에서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CJ는 1997년 음악 채널 Mnet(엠네트)를 인수하면서 케이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CJ미디어는 요리, 영화, 애니메이션 등 케이블 채널을 잇달아 인수하거나 개국하면서 채널을 늘려왔다. CJ미디어 채널 가운데 가장 최근에 개국한 tvN은 2006년 10월 첫 방송을 시작했다. 토털 버라이어티 채널을 표방하며, 케이블에서는 드물게 자체 제작물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해 지상파 재방송이나 수입 프로그램에 의존하던 기존의 관행에 충격을 던졌다.

    개국 초기 tvN의 대표 프로그램은 ‘독고영재의 스캔들(스캔들)’이었다. 스캔들은 다양한 형태의 불륜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다뤘다. 소재가 선정적인 만큼 19세 미만은 시청할 수 없었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적나라했다. 또 실제 벌어지는 상황이 아닌데도 카메라 들고 찍기와 모자이크 처리 등 다큐멘터리 촬영 기법을 사용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에게 큰 혼동을 주기도 했다. 2007년 1월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숱한 화제를 뿌리며 2008년 10월 92회로 막을 내렸다.

    야한 장면이나 욕설이 섞인 대사가 종종 등장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시청률은 높았다. 시청자에게 스캔들은 한마디로 욕하면서도 보게 되는, 이른바 ‘막장’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채널을 돌리다가 스캔들이 나오면 호기심이 생겨서 가끔 봤어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본 적은 없어요. 남에게 봤다는 말도 안 하고, 남이 본다는 말을 들은 적도 없고요.”

    50대 주부인 김영애씨와 같은 반응이 일반적이었다. 방영 당시 스캔들의 최고 시청률은 4%를 넘어섰고, tvN은 몰라도 ‘스캔들’은 많은 사람의 입소문을 타며 유명세를 얻었다. 자체 제작 프로그램 최초의 대박이었지만, 스캔들은 ‘케이블이 말초적인 재미만을 추구하고 질은 떨어지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리는 데도 공헌을 했다. 케이블 채널들은 앞다퉈 스캔들을 본뜬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캔들은 불륜 추적보다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스캔들 2.0’이라는 새로운 버전으로 거듭나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방송되기도 했다.

    ‘tvNgels(티브이 엔젤스)’라는 서바이벌 오락 프로그램도 스캔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끼리 게임을 통해 경쟁을 벌이는, 이른바 ‘섹시 스타’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니 한복, 교복, 비키니 등 노출이 심한 출연자의 복장이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자세와 남성 MC의 과도한 반응 등으로 케이블 프로그램의 저질 논란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도 tvNgels는 높은 인기에 힘입어 조금씩 방식을 바꿔가며 3시즌까지 제작됐고, 2007년 11월까지 방송됐다. 이런 프로그램들로 인해 tvN은 방송위원회 제재 단골 채널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채널 이미지의 변화 도모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tvN에는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저질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프로그램들이 대폭 종영되고, 새로 편성된 프로그램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선두주자가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다. 2007년 4월 선보인 ‘막돼먹은 영애씨’는 드라마에 다큐멘터리 형식을 도입한 다큐드라마다.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분한 주인공 ‘이영애’는 평범한 얼굴에 통통한 몸매를 지닌 직장 여성이다. 주인공이 직장에서 겪는 애환과 연애에서 느끼는 고민을 다룬 에피소드가 매회 펼쳐지고, 총 16회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시즌으로 묶여 전파를 탔다.

    ‘막돼먹은 영애씨’는 20~30대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현재 6시즌이 방영 중이다.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서른둘 노처녀인 영애씨가 계약직에서 벗어나 정규직 사원, 그리고 대리로 승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높은 인기를 반영해 16부작을 넘어 23부작으로 제작됐다. 또한 다큐멘터리 효과를 살리기 위해 6mm 카메라로 찍어오다가, 5시즌부터는 해외 판매 등을 염두에 두고 HD(고선명) 화질로 제작 중이다.

    ‘막돼먹은 영애씨’ 외에도 케이블 채널에서 제작한 드라마들 가운데 화제가 된 작품이 몇몇 있다. 온미디어 계열의 OCN이 TV무비라는 이름으로 ‘메디컬 기방 영화관’‘가족연애사’‘직장연애사’ ‘천일야화’등의 드라마를 방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청률이 높은 케이블 드라마들은 탄탄한 내용과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지만, 아무래도 성에 관한 표현이 공중파에 비해 높은 수위인 덕분에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많은 드라마 중에서 ‘막돼먹은 영애씨’가 새로운 차원을 연 드라마로 평가받는 것도 미혼 직장 여성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상파 드라마가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만들어진 대작과 비상식적 설정이 얽히고설킨 가족 드라마로 양분되는 동안, 오히려 케이블에선 신선한 소재와 형식, 주제를 들고 나옴으로써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을 것”

    tvN의 변화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서서히 다가왔지만, tvN으로서는 일순간 제작 방향을 바꾼 것과도 같았다. 한때 19세 미만 시청 금지물이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30%에 달했으나, 현재는 19세 금지물이 단 한 편도 없다. 앞으로 20세부터 49세까지를 중심으로 하는, 온 가족이 즐기는 종합오락채널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 tvN의 방향이고 전략이다. 이 때문에 초기 채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스캔들이나 tvNgels 같은 프로그램은 재방송조차 하지 않고 있다.

    “채널 아이덴티티에 맞는지가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의 기준입니다. tvN의 아이덴티티는 밝음, 경쾌함, 참신함입니다. 낡고, 불쾌하고, 어두운 느낌을 주는 프로그램은 과감하게 제외했습니다.”

    CJ미디어 이덕재 tvN팀장의 말이다. 그동안 tvN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어땠는지, 앞으로 무엇을 바라는지를 tvN이 먼저 알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무슨 프로그램을 보는지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는 이 팀장의 말에서 tvN이 채널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설정한 이유가 짐작된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20대 대학원생 이모씨의 이야기는 tvN에 대한 주시청자층의 느낌을 대변한다.

    “tvN이요? 롤러코스터, 스캔들, 백지연의 끝장토론…, 생각보다 많이 봤네요. 부끄러워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는 손가락질하면서도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보고 싶어할 것들을 잘 만드는 채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tvN이 원하는 밝은 이미지와 시청자들의 음습한 인식 사이의 간극을 획기적으로 좁힌 결과가 앞서 말한 롤러코스터의 성공이다. 롤러코스터는 1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의 사랑을 받아 높은 시청률을 얻었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30대 후반의 직장인 노동호씨는 “남녀탐구생활이 광고에도 나오고 여기저기 언론 기사에도 오르내려 찾아보게 됐는데, 무슨 채널에서 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남녀탐구생활’ 코너의 인기를 롤러코스터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tvN 채널 전체로 확장하는 과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세대별로 사랑받는 프로그램

    막장, 파격 이미지 벗고 신선한 엔터테인먼트 채널 안착

    다큐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주인공을 맡고 있는 개그우먼 김현숙.

    tvN이 가족 오락채널로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80일만에 서울대 가기’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수험생에게 성적 향상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10월18일(일) 첫선을 보인 이 프로그램에는 고등학교 3학년생과 재수생 등 수험생이 직접 출연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다녀본 적이 없는 학생, 과외에 중독된 학생, 수리영역을 포기하고 외국어영역에 목을 맨 교환학생 등 각기 다른 처지에 있는 출연자들이었다. MC는 수험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공부의 제왕’과 ‘꼴찌탈출’을 진행한 바 있는 개그맨 이윤석씨와 김진수씨가 맡았다.

    이 프로그램은 입시 전문가들이 공개하는 ‘단번에 백 점을 올릴 수 있는 비법’이라는 뜻의 ‘단백비급’을 소개했다. 또한 프로그램 말미에 나오는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단백특강’ 동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본 방송에서는 다양한 출연자의 모습을 통해 논술, 면접, 수시, 정시 등에서 상위권 학교에 합격할 수 있는 전략을 수능 직전인 11월8일(일)까지 다뤘다.

    CJ미디어 홍보팀은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반응이 좋았고, 이례적으로 동시간대 케이블 채널 가운데 40~50대 남성 시청률 1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80일만에 서울대 가기’는 프로그램의 소재와 성격에 따라 케이블 채널의 주시청자 층이 아닌 성별과 연령대도 얼마든지 TV 앞으로 끌어들일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년층 남성이 많이 시청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은 tvN 측에서 인터뷰 쇼라고 이름 붙인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다.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는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설가 김홍신, 소프라노 신영옥 등이 출연했다. 게스트에 따라 장년 시청자의 시청률에 변동이 있는 편. 개그우먼 이영자씨와 배우 공형진씨가 진행하는 토크쇼 ‘택시’도 시청률이 게스트의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30~40대 여성들이 주로 시청하는데, 남성 시청률도 상당히 높다.

    누가 뭐라 해도 tvN의 간판 프로그램은 채널 개국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자리를 지켜온 E News(이뉴스)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9시에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tvN 측은 ‘여성들의 9시 뉴스’라고 자평한다. 파파라치식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막무가내로 파헤치는 코너로 인해 시청자들의 항의도 많이 받은 프로그램이다. tvN에서는 간판인 E News도 밝고 경쾌하고 참신한 채널 아이덴티티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다. 사회 문제, 신기한 인물, 미스터리를 다룬 시사 연예 프로그램인 ‘리얼스토리 묘’도 개국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은 프로그램이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가진 특징은 가족이 모여 보는 채널로 만들겠다는 tvN 측의 의지를 입증해 준다. 연예인들의 해외 봉사활동과 연계한 월드 스페셜 ‘러브’, 젊은이들의 독도 홍보 분투기를 담은 특집 ‘독도가 달린다’ 등을 고려하면, tvN이 보여주고자 하는 재미와 감동의 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tvN은 “공감을 통해 시청자가 스스로를 쓸모와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끔 하는 ‘놀라운 즐거움’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체 제작물에 대한 고집

    막장, 파격 이미지 벗고 신선한 엔터테인먼트 채널 안착

    토크쇼 ‘택시’를 진행하고 있는 개그우먼 이영자와 배우 공형진.

    개국 이후 tvN의 자체 제작물은 항상 전체의 60% 수준을 넘었다. 앞으로도 70% 넘게 자체 제작물을 편성하고 연예오락물 50%, 드라마 15%, 리얼리티 쇼 10% 정도의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보통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외주를 주는 경우가 많지만, 외주 제작 비율이 낮은 것이 tvN의 특징이다. 현재 외주를 주고 있는 프로그램도 초기에는 내부에서 제작을 하다가 일정 궤도에 올라선 후에 외부로 돌린 것들이 대부분이다.

    “tvN의 채널 아이덴티티가 명확해지고, 가려는 방향이 널리 공유되면 외부의 아이디어도 충분히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현재도 외주 제작사의 기획을 수시로 공모하고 있습니다. tvN에는 좋은 아이디어에 일정 비용을 투자해서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뿌리를 내렸다고 자부합니다.”

    이덕재 tvN팀장은 롤러코스터는 대세의 시작일 뿐이라며, 지상파 방송사의 케이블 채널을 제치고 지상파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채널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미 tvN의 새로운 시도가 지상파 3사 오락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tvN은 “이제까지 선보인 프로그램들 가운데 시청률이 낮아 조기 종영한 것들도 있지만, 꾸준한 자체 제작을 통해 그만큼 기획과 제작 시스템이 진화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중파를 잡겠다는 tvN의 야심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현재 방송 중인 ‘미세스타운 - 남편이 죽었다’라는 드라마다. 기획에만 1년을 쏟아 부었고, 시트콤이나 다큐드라마가 아닌 본격적인 정극 시도는 처음이다. SBS 드라마 ‘연애시대’의 이민철 PD와 오현리 작가가 스태프로 참여했고, 오현경·송선미·최송현·이아현씨 등이 출연했다. 회당 제작비가 1억원인 이 드라마는 겉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에서 남편들이 죽고 난 후 유산과 보험금을 탄 여자들의 속사정을 그리고 있다. 11월13일(금) 첫 전파를 탔다.

    케이블 프로그램이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품질이 떨어지는 재연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쇼를 만드는 배경에는 비용 부담이 한몫을 한다. 공중파와의 엄청난 제작비 차이를 선정성이 아닌 실험성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 케이블 채널의 당면 과제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tvN이 자체 제작과 함께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다른 케이블 채널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tvN은 10월26일(월)부터 tvN 아시아를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홍콩에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중파에 위협적인 채널로 부상하고, 아시아권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한류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tvN이 흘러간 재방송을 반복하고 질 낮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영세한 채널이라는 케이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빠른 시간에 바꿔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창의적이고 색다른 콘텐츠를 공급하는, 문화 생산과 유통을 선도하는 채널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지 시청자는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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