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조윤범의 클래식으로 세상읽기 ④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클래식 음악 방송

  •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2/4
교육 콘셉트가 대세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유명애니메이션 음악 작곡가 히사이시 조

연주활동을 하고 방송을 진행하면서, 또 책을 쓰면서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쉽게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체험으로 알았다. 그 많은 사람을 위해 ‘교육’을 콘셉트로 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클래식 방송에서 진행자가 곡의 배경을 설명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듣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이것은 결국 교육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수준 높은 애호가들을 고려해 감히 ‘교육’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미 알고 있는 걸 상기시켜준다고 생각할 정도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1%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일수록 관대하다. 나머지 99%는 위대한 작품들에 대해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지금처럼 소극적인 해설이 아닌 ‘교육방송’분위기의 적극적인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클래식 강좌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작해야 한다. 교과과정처럼 체계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을 우리가 모두 알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불과 300년 역사 안에서 이루어진 작곡가들과 작품의 세계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연중기획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전문가가 되는 일은 청취자의 몫이다.

어린이부터 클래식에 흥미를 갖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를 위한 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어린이가 듣고 즐기는 음악 방송 말이다. 아이들이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대에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많은 사람이 유아교육이나 코다이 교수법(헝가리 작곡가 코다이가 제창한 음악 교수법) 같은 어린이 음악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들과 협력해 만화처럼 재미있고 쉽게 작곡가나 악기,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줄 방법을 모색하자. 그러면 아주 유익하고 새로운 형태의 쇼가 만들어질 것이다.

혁신적인 연구과정을 거쳐 완성되어 큰 성공을 거둔 ‘텔레토비’를 기억하는가? 캐릭터를 구분하기 위한 네 가지 색깔의 인형복장, 모든 것이 동글동글한 원형심리 작전, 아이들이 푹 빠질 수밖에 없도록 반복되는 장면들…. 어린이 입맛에 맞는 클래식 프로그램도 이러한 노력 없이는 나올 수 없다.



복잡하고 어려운 작품명 대신 ‘종달새’ ‘개구리’처럼 그 특성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제목들을 알려주고, 만약 그런 제목이 없으면 새로 붙여야 한다. 전 악장을 한꺼번에 들려주기보다 흥미를 끌 만한 부분만 반복해 들려주고, 작곡가의 일생을 만화나 콩트로 구성해 보여준다면 훌륭한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다른 연령대를 위한 방송도 가능하다. 아침시간대 주부들을 위한 클래식, 출퇴근시간 직장인을 위한 시사 클래식, 청소년을 위한 인기순위 프로그램이나 게임 속 클래식 혹은 영화나 드라마 속 클래식, 경영인을 위한 리더십과 클래식 등 연구와 기획을 통해 다양한 방송을 만들어볼 시대가 되지 않았을까.

포복절도 토크쇼

더 많은 음악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새로운 음악을 소개할 때는, 최신 영화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처럼 역동적인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방송이 홈쇼핑 프로그램이 되면 어떡해?’ 하는 우려가 있겠지만, 클래식 CD전집을 홈쇼핑으로 팔기도 하면서 뭘 그러나? 음악을 소개하는 가장 큰 목적은 이것을 듣는 사람들이 이 음악을 좋아하고 또 듣고 싶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음악을 구입하게끔 이끄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특정상품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재미있게 효과적으로 들려주고, 보여줘도 괜찮다. 사람들이 그 음악을 한번 듣고 잊어버리거나 혹은 잘 듣지 않게 만든다면, 방송을 내보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작곡가의 일대기를 심층 다큐멘터리로 만들거나, 라디오 드라마처럼 재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가들이 대체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으니까. 베토벤의 일대기나 바그너와 브람스의 지지자들이 벌인 100년 전쟁을 라디오 드라마에서 음악과 함께 들려준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흥미롭겠는가. 지금까지의 클래식 방송은 ‘책읽어주는 여자 혹은 남자’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고나 할까. 이제는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가 됐다.

클래식 방송에도 초대 손님과 대화하는 시간이 간혹 있는데, 본격 토크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주자를 불러서 근황을 묻는 정도에 그치지 말고 1시간 동안 포복절도할 만큼 재치 있는 토크쇼 말이다. 텔레비전에선 이런 토크쇼를 비교적 자주 볼 수 있지만, 라디오에서는 기회가 흔치 않다. 초대 손님이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심층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MBC ‘무릎팍 도사’ 같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진행자와 진행방식에 따라 토크쇼의 분위기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2/4
조윤범│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yoonbhum@me.com│
목록 닫기

점잔 빼는 클래식 음악 프로,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

댓글 창 닫기

2019/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