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호

“가리고 때우며 적막을 만들어가는 곳”

이효재 한복연구가

  • 글│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2009-12-10 17: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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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리고 때우며 적막을 만들어가는 곳”

    이효재의 만화방.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효재(效齋)’는 한복디자이너 이효재씨가 살고 있는 집이자 숍이다. 겉모습만 봐서는 여느 집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거실에 들어서야 비로소 ‘뭔가 다른 집’이란 느낌을 받는다.

    거실 입구에 형형색색의 보자기로 싸인 물건들이 ‘보자기 아티스트의 집’이란 사실을 웅변하고 있는 듯했다. 거실 왼편에는 한 칸 건너 하나씩 위아래가 엇갈려 실패가 가지런히 쌓여 있는 품새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처럼 보였다.

    거실 벽 여기저기에는 조그마한 장식이 여럿 달려 있는데, 알고 보니 콘센트나 스위치를 가려놓기 위한 것. 작은 헝겊 조각 하나 덮어두었을 뿐인데…. Before와 After의 모양은 천양지차였다.

    “제게 집이란 절제예요. 비록 개인적인 공간이지만 질서와 룰을 만들어 그것을 지키며 지내요. 풀어졌을 때의 편안함보다는 각을 세우고 줄을 맞췄을 때 더 편안하게 느껴져요. 군인 같은 편안함이라고 할까요.”

    다소 의아하고 생경했지만, ‘효재다운’ 데가 있는 정의다. 그러고 보니 그가 가장 좋아한다는 만화방(만화가 가득 쌓여 있는 방)도 나름 책들이 질서정연하게 쌓여 있었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자유를 허락하는 것을 싫어한다”고도 했다. 연구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어디를 가든 내가 있는 곳이 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만든 질서와 틀에 맞춰 이렇게 저렇게 바꿔봐요. 소파 위치도 바꿔보고, 물건들도 나름대로 정리해보고…. 가리고 때우며 적막을 만들어가는 곳. 나에게 맞게 공간을 맞출 수 있다면 거기가 바로 집이 아닐까요.”

    그에게 집은 창작을 위한 소품인 셈이다.

    “가리고 때우며 적막을 만들어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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