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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근 기자의 세상 속으로 풍덩~ ④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네 번째 르포 : 평택 조선족 매춘 타운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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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잖아. 눈물 나더라고”

현관과 주방을 잇는 복도가 어두컴컴하다. 굴(窟) 같은 복도 양쪽으로 방 8칸이 늘어섰다. 방 안엔 4인용 밥상 2개가 자리 잡았다. 싸구려 밥상 2개가 유일한 가구. 밥상 위엔 화장실용 휴지 3개와 맥주잔 8개가 올라와 있다. 살바람이 부는데도 난방을 하지 않아 콧잔등이 시리다.

“삼춘. 일찍 오길 잘했어. 최고로 맞춰줄 게.”

‘50대 아주머니’는 화대(花代)를 받은 뒤 방을 나가 美花에게 전화를 걸었다. 묵은 냄새 나는 마른안주 한 세트, 20병들이 맥주 한 짝이 들어왔다.

10분쯤 지났을까. 허벅지를 드러낸 여인 2명이 방에 들어와 수줍게 웃는다. 머리칼을 블루블랙, 갈색으로 염색했다. 美花가 갈색, 다른 여자가 블루블랙. 긴 생머리가 잘 어울리는 미인(美人)이다. 둘은 서로 잘 몰랐다. 美花가 속살을 드러낸 배를 가리키면서 “한 시간 전 밥을 먹어서 배가 조금 나왔다”며 웃는다.



“잘생긴 총각들, 땡 잡았다. 우리 정도면 평택에서 제일로 날씬한 거야. 밤늦게 왔어 봐. 놀라서 뛰쳐나갔을 걸.”

美花는 중국서 학교 다닐 적 축구 선수였다. 운동하고 싶어 몸이 간질거리는데 한국에선 틈이 안 난다 했다.

생김새가 이국적인 ‘블루블랙’은 성과 이름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못난이’라고 부르란다. 못난이는 “학교 때 배구를 쳤고, 달리기를 잘한다”고 했다. 분위기가 세련된 ‘블루블랙’은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고향은 함경도 나진. 압록강서 썰매 타던 어릴 적이 그립단다.

“옷장사하면서 나진, 신의주에 여러 번 가봤어. 북한이 힘들잖아. 눈물 나더라고. 중국에서 짠 옷이 북한에선 최고급이야.”

美花도 북한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서 빨리 민족이 하나 돼야 할 텐데….”

북한 얘기를 할 때 美花의 얼굴과 목소리는 TV토론에 나오는 한반도 전문가보다 더 진지했다.

南男北女

美花가 소돔과 고모라를 닮은 매음굴로 흘러온 까닭은?
블루블랙은 인텔리다. 4개 국어를 한다. 중국말 러시아말 한국말 조선말. “고려말은 조선말 한국말로 나뉜다”면서 웃는다. 그는 혼자 산다. 두 번 결혼했고, 두 번 이혼했다. 모스크바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면서 무역 일을 했다. 중국산 의류는 러시아에서 잘 팔렸다.

“옷 팔아 번 돈으로 상하이(上海)에 불고깃집을 냈어. 북한에서 넘어온 아가씨들도 고용했고. 그게 망하는 바람에….”

못난이는 지난해 9월 한국에 들어왔다.

“5년짜리 한국 비자 시험에 한번에 합격했어. 5년이 지나면 5년 더 체류할 수 있어. 얼른 돈 벌어서 되돌아갈 거야.”

세련된 분위기와 미모(美貌)는 러시아 생활에서 비롯한 것 같다.

“40년 넘게 살면서 이 남자, 저 남자 만나봤지만, 러시아 남자가 최고야. 겉모습은 우락부락해도 정이 얼마나 많은데. 한국 여자보단 조선 여자가 낫고.”

앞서 ‘30대 후반’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40년 넘게 살았단다. 눈가 웃음주름에 세월이 쌓였다. 美花도 ‘30대 후반’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겉모습만 봐서 둘은 ‘30대 후반’ 아니면 ‘40대 초반’으로 보였다.

맥주잔이 숨 가쁘게 돈다. 취기가 올라온다. 디지털 녹음기를 들여다보니 합석한 지 1시간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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