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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노숙인대학 연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어려워도 남을 돕고 배우려는 마음을 세워 주고 싶어요”

  • 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노숙인대학 연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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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대학 연 이주연 산마루교회 목사

한 노숙인이 강의 노트에 메모한 뒤 강의를 듣고 있다.

▼ 그 사람이 노숙인 ‘대장’이었습니까.

“그 대장이 용서라는 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거죠. 이 일이 저한테 도전이 된 겁니다. 저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심하다가 그 다음주에 그 사람들이 또 왔기에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습니다. ‘인생에서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나?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실패로 끝나면 인생이 실패한 것이고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서면 성공한 것이다. 누구든지 마지막에 일어서면 성공한 것이다’고 했더니 귀 기울이기 시작했어요. 그 후에도 ‘고독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버림받아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들만 특별히 가혹한 운명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일반 사람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어차피 지구에서 잠깐 살다 가는 노숙인의 삶이다’ 그런 이야기를 계속 했더니 50분짜리 성경공부 강의를 다 들어요.”

▼ 노숙인들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겁니까.

“그렇죠. 강의를 다 듣고 제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가 밤늦게까지 설교 준비를 한 다음날에 그들을 만나면 그분들이 먼저 ‘목사님, 피곤해 보입니다. 건강하세요’라고 걱정을 해줘요. 그때 감동을 받았어요. 그분들이 2,3년 동안 계속 교회에 나왔어요. ‘야, 나가자’고 한 분이 권씨 할아버지인데 당시 71세였어요. 점점 친해졌어요. 나중에는 노숙인이 20명으로 늘어났어요.”

이 목사는 이들과 친하게 된 뒤부터 자활을 위해 일거리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창의문 부근의 북악산 기슭에 기도실 겸 서재가 있었는데 그 주위에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꽤 많았다고 한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이 목사는 교인들, 인근 부대의 군인들, 기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채소를 재배하고 있었다.



“2008년 봄이었어요. 그분들에게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농사일을 도와주면 하루에 3만원 주고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했더니 하겠다고 해요.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막상 첫날부터 와서 일하는데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놀랐어요. 오전 7시 넘어서 온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이때 큰 감동을 받고 깨달은 게 있어요. 노숙인은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편견이 있는데 열악한 조건에서 생활하느라 노동을 감당할 체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기 좋은 곳에서 풀 뽑고 농사를 지으니까 건강이 회복되고 보람도 느껴요. 권씨 할아버지가 특별히 열심히 일했어요. 그분이 잡초를 뽑은 곳은 일주일 동안 깨끗해요. 서울역에서 부암동 산기슭까지 오고갈 때는 차비가 있어도 걸어요. 제가 ‘차비 아끼려고 그래요?’라고 물었더니 그분이 ‘차 타면 다른 사람들이 싫어하잖아’ 그래요, 자기 몸 냄새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었던 거지요.”

화장실 청소하는 노숙인들

산마루교회는 1부 예배를 노숙인을 위한 예배로 드리고 있다. 2부는 청년들, 3부는 일반인이 예배를 드리는데 전문직 종사자가 주축을 이룬다.

일반적으로 노숙인을 지원하는 사회봉사단체는 지하철역 등에서 음식을 나눠주거나 옷과 양말 등 의류를 지급하고 있다. 산마루교회가 교회 안으로 노숙인을 받아들이고 이들을 위해 예배 시간까지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상반기부터 노숙인이 60, 70명씩 교회로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120명으로 늘었어요. 당시 신종 플루가 유행하니까 노숙인을 돕던 단체에서 문을 닫아버렸어요. 그래서 이 조그만 교회로 몰린 겁니다. 우리 교회는 120명이 모이면 꽉 차는데 비좁아서 더 이상 같이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오전 7시30분에 예배를 드리면 오겠느냐고 했더니 오겠다고 해요. 늦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정말 조용히 예배드려요.”

▼ 노숙인이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을 텐데….

“오전 10시에 노숙인 예배를 드릴 때는 상가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어요. 특히 미장원에서는 노숙인에 대해 제일 민감했어요. 여성 손님들이 혐오감 때문에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노숙인이 상가 화장실도 지저분하게 쓴다고 불평이 많았어요. 예배 시간에 이분들에게 이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랬더니 자발적으로 오전 7시 이전에 와서 상가 주변의 담배꽁초도 치우고 예배를 마친 후에는 화장실 청소도 깨끗하게 하는 거예요. 그 후로 상인들의 불평이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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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석│출판국 기자 da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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