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특별기고

이건희 회장 복귀와 삼성의 사회학

대인의 풍모로 비판에 귀 기울이고 사회와 상생 공존하는 길 찾아야

  • 예종석|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장 yepok@hanmail.net |

이건희 회장 복귀와 삼성의 사회학

2/5
삼성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많은 사람이 삼성이 만든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며 삼성의 TV로 드라마를 보고, 삼성의 DVD플레이어로 영화를 감상하며 삼성노트북으로 업무를 본다. 삼성세탁기로 빨래를 하거나 삼성냉장고에 음식을 보존하면서 삼성에어컨으로 여름을 나고 심지어는 삼성이 만든 옷을 입고 외출을 한다. 이쯤 되면 삼성이 한국 경제의 상징이자 성장의 견인차라는 평가는 결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만다.

삼성전자 효과

심지어 삼성은 경제성장뿐 아니라 대한민국 스포츠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담당해왔다. 한 예로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빙상선수들이 올린 쾌거는 삼성이 지난 13년간 121억원의 경비를 뒷받침하면서 묵묵히 지원한 결과의 산물이라고 한다. 평소 비인기 종목의 육성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려면 겨울스포츠의 기본인 빙상 종목을 육성해야 한다며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3대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계획인 ‘밴쿠버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는 것이다. 피겨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 선수는 물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 모태범, 이상화 선수 등이 모두 삼성이 후원한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스타들이다.

삼성은 빙상스포츠 외에도 이전부터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육상, 승마 등 비인기 종목을 꾸준히 지원해왔다. 레슬링의 경우에는 이 회장 자신이 1982년부터 무려 14년간이나 직접 협회장을 맡아 한국을 아마추어레슬링 강국으로 키워놓았을 정도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라는 광고 문구는 이제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도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전설이 되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가 투자하거나 삼성과 협력관계를 맺은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을 뜻하는 ‘삼성전자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다. 삼성전자 효과는 이제 우리 사회 곳곳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삼성을 칭찬하고 치켜세우는 목소리도 크지만 삼성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삼성이 당면한 현안 중에서 가장 세인의 관심을 끌어왔고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은 이른바 ‘경영권 편법승계’ 문제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시작된 삼성의 편법승계 문제는 13년 만에 특별검사의 수사와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거치는 곡절 끝에 법적으로는 마무리되는 모양을 갖추었다. 2009년 5월29일 대법원은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 승계 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확정짓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건은 파기환송 조치했다. 이어 서울고법 형사4부는 2009년 8월14일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삼성SDS 배임 혐의와 조세포탈,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혐의가 추가됐는데도 원심 형량이던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을 선고함으로써 길고도 길었던 법적공방을 일단락지었다.

법원은 에버랜드 경영권 편법승계가 무죄라고 판단한 근거로 기존 주주들에게도 전환사채를 인수할 권리가 주어졌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기존주주들이 대부분 이건희 회장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있는 삼성의 계열사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법원은 “이사회 결의 및 주주통지 절차 등 흠결이 일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실질적인 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고 인정된다”라고 밝혔는데 절차에 흠결이 있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정이라는 견해도 많다.

파기환송심 판결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법원이 인정한 이건희 회장의 조세포탈 규모가 무려 456억원에 달하는 만큼 탈루 규모가 연간 10억원이 넘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게 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적용하면 당연히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5년 이상의 징역형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므로 이 회장이 징역형을 사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경영권 편법승계라는 숙제

거두절미하고 이야기하자면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 없고 법이 여전히 힘 있는 자에게만 너그럽고 약한 자에게는 엄격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다른 기업들이 승계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냈다는 사실이 그것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2/5
예종석|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장 yepok@hanmail.net |
목록 닫기

이건희 회장 복귀와 삼성의 사회학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