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차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와 함께 부동산시장의 가격 하락세가 우려되긴 하지만, 인구구조 측면에서 주택 실수요층은 앞으로도 10년 동안 일정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 이들이 주택시장의 안정적 수요층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자녀세대들의 신규 시장진입과 2차 베이비붐세대 및 그 자녀들의 주택시장 진입으로 인해 최소한 2020년까지 일정 수준의 주택수요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가계부채 조정, 급락 뇌관 될 수도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으로 디레버리징(빚 상환)에 나선 다른 국가 가계들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금융위기 기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됐다는 점이 상당히 우려스럽다. 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부채 규모의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국내의 경우 증가속도와 구성에서 염려스러운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일단 국내 가계부문의 금융부채 규모가 2009년 3·4분기 현재 894조원에 달한다. 이를 GDP에 대비해보면 85.7% 정도로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지만, 금융자산에 대비해보면 46.4%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25~40%)에 비해 훨씬 높다. 유동성 제약이 발생할 경우 금융자산을 팔아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2007년 말 기준 한국노동패널자료를 통해 좀 더 자세히 가계부채 현황을 분석해보면, 부채 가구만을 기준으로 할 때 가계부채는 평균적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1.3배, 금융자산 대비 3.8배, 총자산 대비 0.2배로 전반적인 채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3배 이상인 데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배 이상인 고부채 가구의 수 및 부채 비중이 2003년 각각 3.1%, 10.9%에서 2007년 5.3%, 21.2%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들 고부채 가구 중 가처분 소득에서 생활비와 원리금 상환액을 차감한 가계잉여가 마이너스인 이른바 ‘취약가구’의 부채비중은 2003년 4.0%에서 2007년 7.7%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같은 분석은 2007년 자료를 근거로 한 것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 개선이 부진한 반면 부채는 증가했고, 2010년 이후 주택담보대출의 본격적인 원금 상환 시기가 도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가계부채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2009년 4·4분기부터 2010년 3·4분기까지 일시상환형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도래금액이 총 58조5000억원 규모로 2009년 말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약 18%에 달한다. 이 중 차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DTI 40% 상회 대출의 비중이 전체 만기도래 금액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은 2009년 8월말 현재 92.7%로 미국(2003년 13%에서 2006년 25%로 증가)에 비해 훨씬 높아 금리가 인상될 경우의 충격도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원금 상환시기 도래, 금리 상승, 또는 금융위기 이후 소득 개선 부진에 따른 가계부채 조정이 일어난다면 부동산 하락이나 급락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도 있다. 2009년의 한 연구는 2007년 노동패널 자료를 근거로 원금상환 부담이 본격화될 경우 부채가구의 16.3%는 2년 이내에 부동산을 처분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기준금리가 1%p 인상될 경우 가계의 순이자 부담은 연간 1조2000억원가량 늘어나고 DTI는 1.5%p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이 5% 감소할 때 DTI는 1% 증가하고, 소득 및 금융자산 기준 취약가구의 비중은 7.7%에서 8.5%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가계 내의 부동산 처분 압력이 실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주택대출 LTV(담보인정비율)이 상승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채권보전에 위험을 느낀 금융기관이 대출회수에 나선다면 부동산 처분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락 국면에 빠져드는, 말 그대로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선진국 대부분은 주택가격 버블 붕괴를 경험한 반면 국내 주택가격은 뚜렷한 조정을 겪지 않았다는 점은 이 같은 부동산 가격 하락 시나리오에 대해 더욱 경계의 끈을 늦추기 어려운 이유다.
한편 서울의 실질주택가격지수는 장기평균치(1990년 이후 평균)와의 괴리율이 2008년 상반기 고점(1.42배 수준)에 비해서는 축소되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1.37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시작돼도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상대적으로 국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보수적인 LTV, DTI 적용으로 담보력 또는 채무상환능력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가계부채 조정 및 이로 인한 부동산 가격 급락이 단기간 내에 현실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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