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소금속의 전략적·경제적 가치가 급등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중국이 그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이 안 그래도 공급이 부족한 희소금속을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 10월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희소금속 관련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관련 거래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9년 9월 중국은 바오터우 광산에서 채굴되는 희소금속의 수출을 통제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당시 자오슈앙롄 네이멍구 자치구 부성장은 규제책의 도입 목적이 “희소금속 생산을 관리하고,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수출을 줄여 더 많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자치구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로 인해 희소금속 수출이 정부의 밀착규제를 받게 됨에 따라 외국기업들은 이제 중국 내에서 직접 희소금속 조사 및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할 판이다. 이를 통해 중국은 간접적으로나마 희소금속 산업 전반에 걸쳐 독점력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됐다.
희소금속 공급량을 더욱 제한하기 위해 2010년 3월 중국 국토자원부는 2011년 6월30일까지 텅스텐과 안티몬의 신규 채굴허가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09년 12월 중국 산업정보기술부 관계자는 자원보호 강화를 위해 희소금속 비축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중국의 강도 높은 규제 도입으로 인해 중국 내 채굴기업들은 국제 희소금속 가격이나 공급량이 결정되는 데 있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또 다른 희소금속 주소비국인 미국과 일본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이 뒤늦게나마 희소금속 공급 차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이유다.
따라잡기 나선 미국
한때 미국은 희소금속 채굴의 일인자였지만,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국의 환경안전 기준 덕분에 중국 내 희소금속 채굴 비용이 낮아지면서 미국 회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낮아졌다. 대표적인 채굴 기업인 몰리코프사(社)는 8년 전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던 희소금속 광산의 채굴을 중단했다가, 최근 들어서야 중국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5억달러 규모의 기업상장 계획을 발표하면서 광산 개발을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몰리코프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희소금속에 관한 기술 제품은 거의 100% 중국산(産)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미국 정부는 희소금속이 갖는 전략적·경제적 가치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 희소금속 채굴 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2008년 12월 미 국방부는 특수광물, 즉 희소금속은 “필수적 물질은 아니다”라며 “장기적인 국내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국방부가 행동을 취해야 할 만큼 중대한 국가안보 요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사실상 모든 미국 군사장비에 희소금속이 녹아들어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희소금속이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으며, 이렇듯 극소량이 사용되는 광물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자면 플라스틱이나 고무도 관리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물론 이는 희소금속이 다른 자원과 전혀 다른 상태라는 사실, 즉 현재 미군이 소비하는 희소금속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를 대체할 만한 인공물질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었다.
불과 1년 남짓 만에 미국 정부는 상황이 변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희소금속에 대한 중국의 독점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잠재적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결론 내린 듯하다. 지난 3월16일 미 하원 과학기술분과위원회는 ‘희소금속과 21세기 산업’이라는 주제의 청문회를 개최해 자국 내 관련 전문가들의 증언을 청취한 바 있다. 희소금속이 다양한 무기체계에 폭넓게 쓰이고 있으므로 중국의 희소금속 독점은 향후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골자였다.
비슷한 시기 마이크 코프만 하원의원은 ‘리스타트 법(Restart Act)’이라고 이름 붙인 법률안을 상정했다. 미국 희소금속 산업을 활성화하고 중요 광물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략적인 광물을 비축하자는 내용이었다. 4월14일에는 미 회계감사원(GAO)이 미국산 무기체계의 희소금속 사용현황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대규모 채굴이나 정제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미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국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 데이비드 샌덜로 차관보는 3월 열린 희소금속 관련 회의에서 희소금속 수요 유지를 위한 전략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5월6일 미 에너지부는 이를 공식화하면서 갈륨, 리튬, 코발트, 인듐, 텔루륨, 백금 등의 희소금속을 주요 대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산 희소금속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국내 공급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음은 이제 명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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