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는 ‘죄악의 도시’ 이미지를 벗을 생각이 없다.
사람들은 술을 들이켜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휘청거리며 거리를 걷는다. 노점에서 보드카와 오렌지 주스를 섞은 스크루드라이버를 산다. 걸으면서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도 눈총을 주는 사람이 없다. 술, 담배를 들지 않은 이가 거꾸로 어색하다. 죄악의 도시(sin city) 아니던가.
호사스러운 루이비통 매장 맞은편에서 젊은이들이 전단을 나눠준다. 호텔방으로 찾아가는 쇼! 속살을 드러낸 미녀가 전단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다. 안드레아는 125달러, 자넷은 99달러다. 킬리와 릴리는 ‘two girl special’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웠다. 전단에 적힌 가격은 미끼다.
클럽은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붐빈다. 이성을 유혹할 때 호젓한 공간이 경쟁력이 있게 마련. 홀이 아닌 카바나에서 놀려면 6000~8000달러를 내야 하는 클럽도 있다.
카지노는 황금향(黃金鄕)의 시뮬라크르다. 새벽 2시, 플래닛할리우드호텔 카지노. 60대 할머니가 담배를 물고 슬롯머신 스핀 버튼을 누른다. 옆자리에선 20대 패셔니스타가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베팅 액수를 높인다. 카지노 공기는 한국의 강원랜드처럼 심각하거나 탁하지 않다. 딜러와 플레이어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음꽃을 피운다. 가슴골을 드러낸 여성 딜러는 엉덩이 속살이 도드라지게 보이는 핫팬츠를 입었다. 할아버지 딜러가 패를 돌린다. 와인이 잔에서 출렁인다. 무희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봉을 잡고 춤을 춘다. 몸을 파는 것처럼 보이는, 금발이 돋보이는 여자가 “애인을 찾아요?(Are you looking for a date?)”라고 묻는다. 사람들이 카운터에서 캐시아웃 바우처를 현금으로 바꾼다. 60대 할아버지가 바우처를 넘기고 10달러를 건네받는다. 베팅액 1센트짜리 슬롯머신을 돌렸나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백인 부부에게로 향한다. 카지노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1장씩 부부 쪽으로 던진다. 지폐가 100장 넘게 쌓인 지 오래다. 아내가 좋아 죽는다. 웃음을 참느라 어쩔 줄 모른다. 남편이 청바지 앞주머니에 돈뭉치를 구겨넣는다. 아내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린다. 남편 앞에서 허벅지 속살을 드러내면서 쇼걸 흉내를 낸다. 부부가 행복한 표정으로 걷는다.

미라지호텔은 폴리네시아의 사뮬라크르다.
“라스베이거스의 기저엔 어덜트 프리덤(adult freedom)이 흐른다. 죄악의 도시에서 자유를 즐겨라!”
-라파엘 빌라누에바
라파엘 빌라누에바는 LVCVA(라스베이거스 컨벤션 관광청)에서 인터내셔널 세일즈 디렉터로 일한다. 1989년 미라지호텔이 들어선 후 일어난 라스베이거스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자랐다. 그가 일하는 LVCVA는 컨벤션·관광산업 부흥을 책임진 곳이다. 그가 한글로 이름을 쓴 명함을 내놓으면서 웃는다.
“차이니스 캐릭터, 재패니스로 이름을 적은 명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