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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리포트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새로운 현실’의 우울한 불확실성 공동의 대안은 가능한가

  • 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cimoon@yonsei.ac.kr

2011년 다보스포럼 참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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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對 G제로

이렇듯 겹겹이 쌓인 ‘새로운 현실’의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포럼의 다음 주제가 바로 국제사회가 만들어낼 수 있는 대응방안에 관한 것이었다. 대표적인 테마가 현재의 G20 논의구조에 대한 반성이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지난해 11월 열린 G20 서울 정상회의에 관한 평가나 언급이 이번 포럼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이 이를 국가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열정적으로 홍보했던 것에 비하면 사뭇 놀라운 일이었다. 오히려 이번 포럼에서는 20개 나라가 지구촌 이슈를 한꺼번에 협의하는 현재의 G20 체제 자체를 회의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이안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제기한 이른바 ‘G20 대(對) G제로’ 논쟁을 보자. 그간 G20 체제가 환율 갈등이나 금융부문 규제, 기후변화 대응 등의 핵심과제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을 비판하면서, 세계 경제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어떤 나라도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없는 것(zero)이나 다름없다고 비꼰 그들의 주장은 포럼 기간 내내 많은 관심을 받으며 화두로 떠올랐다.

이러한 분위기는 오는 11월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말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 포럼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기존의 통화질서를 재구성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브레튼 우즈 체제에 상응하는 새로운 제도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포럼에서 그는 서울 정상회의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던 과제들, 예를 들어 국제경제 불균형을 다루는 공동지표의 구성 정도에만 합의해도 성공적인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며 한껏 목표치를 낮췄다.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G20 국가들의 합의 도출이 얼마나 어려운지 확인하고는 칸 정상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줄이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G20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로는 금융규제 문제가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래 한동안 참석을 자제했던 월가(街) 주요 금융회사 CEO들은 이번 포럼에는 다수 참석해 “G20 국가들의 지나친 규제가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쉽게 말해 이제 그만 괴롭히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 등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고 기업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금융부문의 투명성은 여전히 불충분하며 추가적인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었다.



또한 각국의 재정정책 조율과 관련한 G20 국가들 사이의 입장 차이도 관심을 모았다.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대해 경계심이 커지면서 독일 등 몇몇 나라이미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아직은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섣불리 긴축재정 기조로 돌아섰다가는 세계 경제가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는 반론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던 이러한 고민은 여전히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 경제정책 담당자들에게 큰 숙제로 남아 있다.

마지막 어젠다로는 전 지구적인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금융위기나 자연재해 등 대규모 위험을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실제로 닥쳤을 때 국제사회가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지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닥친 뒤에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하는 대신 위험의 발생가능성을 조기에 완화하는 메커니즘의 필요성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각국 전문가들을 한꺼번에 연결한 글로벌 전문가 네트워크라는 결론이었고, 다보스포럼이 앞장서서 이러한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겠다는 결의로 이어졌다. 필자 역시 새로 결성된 글로벌 리스크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초청받았다.

낙관과 비관의 기로에서

돌이켜보면 2008년 이전의 다보스포럼은 세계 경제를 장밋빛으로 보는 낙관론이 대세였고,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열린 2009년의 포럼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비관론과 반성이 주류였다. 이번 포럼은 정확히 그 중간, 다시 말해 모든 것이 불확실하므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했다. 루비니 교수가 표현했듯 ‘half full’, 즉 물이 반쯤 들어 있는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았다고 봐야 할지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야 할지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2011년 세계 경제의 현실인 셈이다. 각국이 동반성장과 자원배분의 평등이라는 대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지구촌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이번 포럼의 가장 큰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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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연세대 교수·정치외교학 cimoo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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