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기분 좋은 게 국가권익위원회에서 실시한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에서 우리 군이 충남도에서 1위로 선정된 겁니다. 뭐 자랑하려는 건 아니지만, 각종 평가에서 우수지자체로 선정돼 인센티브 32억여 원을 확보했습니다. 충남도 평균이 9억6000만원입니다.”
키가 껑충한 최승우(崔昇佑·70) 예산군수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자랑할 만하다.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에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제실적보다 더 내세울 게 뭐란 말인가. 지역경제 살려 주민들 삶을 살찌우는 게 최고의 행정 아닌가. 최 군수를 비롯해 군청 간부들은 노란 점퍼를 입고 있었다. 구제역 파동에 따른 민방위복장이다. 청정지대라고 자부하는 예산이지만 구제역을 피해가진 못했다. 최 군수는 구제역에 대해 “발생은 천재(天災)라 하더라도 이후 진행과정은 분명히 인재(人災)였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동물 복지 차원의 친환경 축산을 해야 동물과 자연을 살리고 사람도 살립니다. 지금과 같은 공장식 과밀 사육과 비위생적 사육환경은 앞으로 또 어떤 질병을 유발할지 모릅니다. 한 축산농민단체가 ‘지금까지 우리는 돼지가 아니라 항생제에 찌든 양심을 팔았다’라고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을 선언한 것처럼 우리 모두 반성하고 자각해야 합니다.”
최 군수는 군 장성 출신이다.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후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봤다. 2000년 4월 예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떨어진 것이다. 2006년 그는 예산군 제41대(민선 4기) 군수로 취임했다. 지난해 6월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재선에 성공했다.
예산군은 지난해 상복이 터졌다. 기초생활권 발전계획 전국 최우수기관, 농촌활력증진사업 전국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또한 지방재정 조기집행 부문에서 충남도 1위를 차지하고 전국 우수지자체로 뽑히는 등 총 27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그뿐 아니다. 환경부를 비롯한 정부 6개 부처가 후원한 2010년 대한민국친환경대상 지자체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180억 투자해 황새마을 조성
예산군이 친환경으로 유명해진 데는 황새농법도 한몫했다. 지난해 10월 예산군은 황새농법으로 처음 재배한 벼 25t을 수확했다. 일반 농법으로 재배한 쌀보다 30% 높은 가격으로 전량 판매함으로써 시장성을 인정받았다.
천연기념물인 황새는 1970년대 초 국내에서 거의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새농법은 황새가 살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비옥한 논을 조성해 쌀을 재배하는 것을 뜻한다. 황새살이농법이라고 한다. 농약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비오톱(둠벙), 어도(魚道) 및 생태수로가 설치된다.
예산의 황새농법은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다. 황새 되살리기 사업을 벌이는 이 기관은 현재 96마리의 황새를 사육하고 있다. 1996년 7월 러시아와 독일에서 새끼와 어미 황새 한 쌍씩을 들여온 게 시작이었다. 2013년 가을께 10마리를 자연에 방사할 계획인데 그 후보지로 선정된 곳이 바로 예산이다. 예산군은 180억원을 투자해 황새 사육시설을 마련하고 관광 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황새마을은 광시면 일대 12만2300㎡(3만6690평)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최 군수는 “황새 자체보다 그에 따른 부가가치가 더 크다”며 “소비자 사이에 황새가 사는 고장의 농산물은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도요오카시(황새농법으로 유명한 도시)에서도 처음엔 주민들 반대가 심했어요. 당장 수확량이 줄어드니까요. 하지만 결국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이젠 농업도 환경을 보존하지 않고는 힘들어요. 친환경 농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앞으론 소비자가 그걸 요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