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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⑤

연극인 윤소정

“난 불륜 저지르게 생겼잖아…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내 얼굴이 예뻐 보이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연극인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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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TV에 비친 모습 맘에 안 들어 연극에만 집중
  • - “밤에 헤어지기 싫은 남자와 결혼해라”
  • - 아버지 윤봉춘 감독은 신(神)과 같은 존재
  • -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는 옷은 아예 입질 않았다”
  • - 큰 상일수록 공정하지 못하다
연극인  윤소정
눈내리던 어느 날, 우유를 배달하는 김만석 할아버지와 파지를 주워 파는 송이뿐 할머니가 만난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된다. 잊었던, 잃어버렸던, 아니 처음부터 없었던 사랑이.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두 쌍의 커플을 통해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의 사랑을 다룬다.

이 영화에서 송이뿐 역을 맡은 사람은 40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연극인 윤소정(66)이다. 김만석 역의 이순재와 아름답고 가슴 시린 사랑을 만들어냈다.

윤소정은 연극, 영화, 드라마 등을 넘나들며 주로 성격파 연기를 선보여왔다. 연극 ‘부도덕행위로 체포된 어느 여인의 증언’(1979), ‘신의 아그네스’(1983), ‘따라지의 향연’(1991), ‘매디슨카운티의 다리’(1996)와 악독한 시어머니를 연기한 영화 ‘올가미’(1997) 등이 대표작이다.

겨울바람이 매섭던 2월의 어느 날, 서울 대학로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두고 윤소정과 마주 앉았다. 영화 얘기가 먼저 오갔다.

▼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통해 연기변신을 하셨어요. 항상 강한 역할만 해오셨는데….



“맞아요. 내 생김새가 사실 한국적이지 않아서 그런가? 그동안 송이뿐 같은 역할이 나한테 오질 않았어요. 그런데 참~ 하고 싶었어요. 안 오니까 못한 거지. 그런데 남다른 눈을 가진 추창민 감독이 저한테 이런 역을 제의한 거죠.”

▼ 감독이 남다른 눈을 가져서….

“추 감독이 내 연극을 보러 왔어요. 제작진 데리고. ‘에이미’라는 연극인데, 제가 거기서도 여배우로 나와요. 처음엔 40대였다가 점점 50대, 60대로 가거든요. 그런데 추 감독이 40대로 나온 날 보고는 ‘에이, 이건 아니다’ 그랬다는 거야. 나이는 40댄데 딱 돌아서는 자태가 20대더래. 그래서 그만두자 그랬다나봐. 그런데 연극 마지막에 60대 후반인 노년의 배우 모습으로 내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는 ‘아, 송이뿐이다’라고 생각했다는 거지. 나중에 내가 감독한테 ‘아주 좋은 눈을 가졌다’고 칭찬해줬어요.”(웃음)

남자가 오잖아, 남자가

▼ 영화 속 송이뿐은 어떤 사람인가요?

“멋있는 사람이죠. 파지 줍고 혼자서 산다는 설정은 멋이 없을 수 있지만, 아무 욕심도 없이, 의지할 사람도 없는 할머니가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건데, 그 할머니에게 무슨 욕심이 있겠어요?”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대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윤소정은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간 듯 표정이 달라졌다. 목소리가 연극대사를 읽는 톤으로 바뀌었다. 듣기가 좋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여자에게 사랑이 찾아오는 거예요. 버림받았던 이 여자에게. 딱 한 번의 상처로 여자로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오잖아, 남자가. 두근거리고, 눈물이 나게 좋고, 이 남자로 인해 생전 처음 웃어본 여자. 그런데 결국 그 사랑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떠나지.”

▼ 왜 사랑을 포기할까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사랑을 택하지 왜 떠나느냐’고 쉽게 말하지만, 송이뿐에게는 그게 안 맞는 신 같은 거죠. 너무나 예쁜 신인데, 정말 신고 싶은데, 불편한 거. 결국 익숙한 생활을 찾기 위해 고향으로 가요. 멋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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