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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 아이돌 그들이 사는 세상 ②

“아이돌 인기는 구름 같은 것 시간 흐르면 다 내려놓아야 해요”

god 출신 연기자 데니안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아이돌 인기는 구름 같은 것 시간 흐르면 다 내려놓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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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대 초반 god의 인기는 대단했다. ‘어머님께’ ‘거짓말’ 등
  • 히트곡을 여럿 발표하며 ‘국민그룹’으로 불렸다.
  • 그러나 2003년 소속사와의 재계약이 난항을 겪으면서
  • 2년간 무대에 서지 못했고, 이후 다시는 전성기 때의 인기를 찾지 못했다.
  • god의 래퍼였던 데니안씨는 지금 배우이자 MC로 활동 중이다.
  • 그에게 아이돌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물었다.
“아이돌 인기는 구름 같은 것 시간 흐르면 다 내려놓아야 해요”
▼ 요즘 ‘동방신기’와 ‘카라’가 전속계약 분쟁을 겪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선배로서 마음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저도 겪었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조금은 아니까, 마음이 아파요.”

▼ god도 5집 활동 후 한동안 계약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죠.

“네 2년을 쉬었죠. 그때는 우리가 최고였고, 해외 진출도 추진하고 있었는데 마침 소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난 거예요. 곳곳에서 연락이 왔죠. 여기서는 얼마 제시하고, 저기서는 얼마 제시하고. 결국 2대 3으로 갈라졌어요.”

▼ 아이돌 그룹이 전성기에 계약 분쟁을 겪는 이유는 뭡니까.



“그룹을 하다 보면 주위에 사람이 정말 많아지거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명 한 명이 다 1인 기업이니까요. 그러다보면 입김 센 사람이 생기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율하기가 어려워져요. 딱 멤버들끼리만 얘기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럴 수 없게 만드는 조건들이 자꾸 생기죠.”

▼ 그 과정에서 팬들이 실망을 많이 하죠. 친형제 같은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으니까요.

“실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싸우는 거예요. 애정이 없으면 왜 힘들게 시간을 끌겠어요. 서로를 포기할 수 없으니 싸우는 거죠. 카라나 동방신기도 분명 지금 그런 상황일 거예요. 그걸 팬들이 이해해주실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을 미워하지는 마셨으면 해요.”

1인 기업체

▼ 당시 다른 기획사의 제안이 어떤 수준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말도 안되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금이요. 이전 계약금의 한 일곱 배? 엄청났어요. 사실 저희는 데뷔할 때 소속사와 계약서를 안 쓴 상태였어요. 2집 때까지는 ‘너희 수익이 이 정도다’ 하면 주는 대로 받았죠. 그때는 회사에 기대하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냥 앨범이 나오기만 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처음 돈을 받아들고는 엄마랑 부둥켜안고 울었어요. 계약 내용을 따지고 말고 할 게 없었어요.”

▼ 그럼 2집 끝나고는 왜 계약한 건가요.

“우리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면서 체계가 생겨서 계약서가 필요했어요. 그때는 이미 우리가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로 ‘빵’ 터진 뒤여서 다른 쪽에서도 영입 제안이 많이 왔는데, 힘들 때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과 함께 가자고 5명이 뜻을 모았죠. 그때는 그게 됐어요. 그런데 5집 끝나고 나니 이미 머리도 너무 커지고, 연예계 생리도 알게 되고…. 우리끼리 결정하기가 힘들어진 거죠.”

▼ 아이돌은 체감 인기가 엄청날 것 같은데요. 2집으로 ‘빵’ 터졌을 때, 인기가 어느 정도였나요?

“1집 때만 해도 우리가 HOT랑 같이 방송을 하면 공개홀이 다 (HOT 상징색인) 하얀색 풍선이었어요. 활동 끝난 뒤에도 지하철 타고 다녔죠. 그런데 2집 때 갑자기 달라진 거예요. 2집 마지막 공개방송 때 방송국으로 우리 팬만 1만명 정도가 왔어요. 공개방송 끝나고 빠져나갈 때면 거리가 마비되니까 낯설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죠.”

▼ 그렇게 갑자기 인기가 생기면 삶에 어떤 변화가 있나요?

“일단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어요. 팬들이 숙소 앞에서 택시 타고 기다리고 계시다가 우리가 나가면 따라붙어요. 저희는 20~30대 팬이 많았기 때문에 자기 차를 타고 쫓아오는 분들도 있었죠. 어디를 가든 차가 10대는 따라왔어요. 자유가 사라졌죠.”

분주함 뒤의 외로움

▼ 어느 날 갑자기 그러면 힘들고 당황스럽기도 하겠군요.

“불편하고 힘들긴 하지만 우리가 바랐던 거니까 행복한 마음이 더 컸죠. 또 좋은 쪽으로 달라지는 것도 많아요. 데뷔했을 때는 방송국에서 대기실을 안 줘서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곤 했거든요. 그런데 뜨니까 굉장히 넓은 방을 우리 단독 대기실로 주는 거예요.”

▼ 엄청 바빴겠죠?

“그때는 경기가 좋아서 지금보다 행사나 공개방송이 훨씬 많았어요. 하루에 비행기를 서너 번씩 탄 적도 있어요. 그래서 일할 때는 외롭고 힘든 줄 몰랐죠. 그런데 활동 쉴 때, 어디 편하게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음대로 연애할 수도 없으니까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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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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