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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해부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수억원대 베팅 경쟁에 번역서 몸값만 ‘껑충’ 마구잡이 출간에 독자 반응 ‘뚝’

  •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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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신화 꿈꾸며 빅 타이틀에 눈멀어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한국어판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도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몇 년의 침체 끝에 이런‘신화’가 탄생하자 국내 출판사들은‘블록버스터’에 눈독을 잔뜩 들이기 시작했다. 그즈음부터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등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밀리언셀러가 된 책들이 자주 출현했다. 때마침 미국의 자기계발서가 주목을 받자 국내 출판사들의 판권 확보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번졌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순위는 어느새 미국의 베스트셀러 순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2004년에는 댄 브라운의‘다빈치 코드’가 팩션(팩트와 픽션을 합친 신조어로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새로운 장르) 붐을 선도하며 베스트셀러 1위를 달렸다. 전 세계를 휩쓴 이 소설은 국내에서만 4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출판의 전 분야에 걸쳐 외국의 빅 타이틀이 국내 시장을 관통하자 출판기획자들은 ‘아마존 강가’(미국의 최대 온라인서점인 아마존닷컴)에서 놀면서 ‘수석’을 고르기 시작했다. 잘생긴 돌 하나 잘 주워서 언론에 홍보가 잘되면 대박 신화를 쓸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간신문의 출판담당 기자들도 번역서가 출간되면 아마존의 순위부터 확인해 높은 순위일수록 대서특필할 정도였다. 이즈음 문학수첩이 댄 브라운 신작에 대한‘선인세 지르기’를 감행한 것이다.

선인세가 갈수록 치솟는 것은 당연히 판권 확보를 위한 과열경쟁 때문이다. 일부 저작권 회사는 빅 타이틀은 어김없이 공개입찰에 부친다. 심지어 규모가 작은 출판사가 어렵사리 좋은 원고를 발굴해서 저작권 계약을 요구해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일방적으로 경쟁 입찰에 올려버린다. 그러다 보니 빅 타이틀의 경우 10~15개의 출판사(요즘은 그 숫자가 다소 줄었다고 한다)가 노름판에서처럼 판돈을 놓고 막가파식 경쟁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그 속사정이 시원하게 알려진 적은 없다. 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가 저작권 회사들의 눈 밖에 난 출판사들은 저작권 회사로부터 입찰에 응할 기회조차 원천봉쇄당하기 때문에 후환이 두려워 모두 입을 다물었다.



과도한 선인세 논란은 2009년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 재현됐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국내에 마니아 독자만도 10만명이 넘는 작가다. 그가 2004년 ‘애프터 다크’ 이후 5년 만에 새로 선보이는 장편소설이었으니 주목받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1Q84’는 일본의 신초샤(新潮社)가 초판으로 1권 20만 부, 2권 18만 부를 발행할 예정이었다가 사전 주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세 차례에 걸쳐 10만 부씩 증쇄해 초판발행부수가 68만 부나 되었다. 그렇게 해서 2009년 5월29일에 발행된 ‘1Q84’는 12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고 9월에 이미 230만 부를 넘어설 정도였다.

베스트셀러 출판사들 줄도산과 선인세의 비밀
‘1Q84’ 판권의 국내 공개입찰은 그해 6월 초에 있었다. ‘1Q84’의 판권 경쟁이 워낙 치열해 13억원을 쓴 출판사가 떨어졌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선인세가 무려 15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며 보도했다. 하지만 외국의 출판사 선정에 직접 개입하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선인세 액수뿐만 아니라 자신의 문학적 위상을 키워줄 수 있는 출판사를 선호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실제로는 선인세가 10억원 정도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1Q84’는 지금까지 180만 부 이상 팔렸으니 지급해야 할 인세가 20억원이 넘는다. 그러니 비즈니스로서는 매우 성공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치솟은 선인세의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10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에서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킨 추리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자신은 3억원은 받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실제로 그가 그런 말을 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신작이 3억원에 계약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책의 반응이 워낙 시원찮아서 그런지 그 건에 대한 이야기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신작은 이제 적어도 1억원 이상을 ‘지르지’ 않고는 판권을 확보할 수 없다는 말이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

일본 소설 선인세 10년 동안 10배 이상 뛰어

2005년에 번역 출간된 나오키상 수상작 ‘공중그네’로 밀리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오쿠다 히데오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잘 통하는 일본 작가였다. 이후에 내놓은 ‘남쪽으로 튀어’가 25만 부, ‘인 더 풀’이 20만 부 이상 팔렸다. 주가가 치솟은 그의 소설 판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출판사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최근 그의 신작 에세이에도 1억원 이상을 줬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그의 신작들은 이제 국내 독자에게서 큰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작가를 키우려는 노력을 기피하는 데다 워낙 경쟁이 심해 국내 독자의 욕구나 시의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출간하면서 독자의 ‘신뢰’를 급격하게 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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