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률도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기본법인 형법 이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그런데 성범죄와 관련해선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강간, 간음, 간통 등의 용어가 사용되는데 상당수 사람은 이들 용어의 의미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성폭력은 성범죄 용어 중 가장 포괄적인 용어다. 성과 관련된 육체적 폭력 행위는 물론 정신적 폭력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에는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뿐 아니라 음화 반포, 공연 음란 행위도 포함된다. 즉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라고 보면 되겠다.
성폭행은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력을 사용해 성교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여기서 성교 행위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성폭행은 언론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법률용어는 아니다. 이에 해당하는 법률용어는 강간이다. 언론이 성폭행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피해자 배려 차원의 어감 완화 목적인데 이로 인해 가해자의 불법성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폭행이라는 용어는 아주 경미한 신체접촉까지 포함하는 뉘앙스다. 따라서 경미한 성추행도 성폭행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다소 껄끄럽더라도 정확한 법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형법은 강간죄를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로 처벌한다. 강간 앞에 준(準)자가 붙은 준강간죄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잠들어 있는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비록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수단을 쓰지 않았더라도 강간한 것과 같이 취급한다.
강제로 상대방과 신체를 접촉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성추행이 된다. 성추행 역시 법률 용어는 아닌데 법률에서는 강제추행이라고 한다. 형법은 강제추행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준강간과 마찬가지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을 추행하면 준강제추행이 된다.
성희롱이란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적 처벌 대상은 업무, 고용 관계에서의 성희롱에 한정된다. 대개 직장 내 상사가 직위를 이용해 부하에게 성적 언행을 하는 것 등이다.
회식 등 우리의 직장문화에선 여성의 신체 등과 관련된 가벼운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말한 남성은 단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 차원에서 다른 의도 없이 말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여성이 업무상 하위직급이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문제시한다면 법은 말한 남성의 의도보다는 듣는 여성의 처지를 우선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남성은 고의이든 아니든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
직장이 삭막해진다?
즉 직장 내 부하 여직원에 대해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농담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상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직장이 삭막해질 것’이라는 불평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여직원에 대해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농담을 해야 직장 내 인화(人和)가 잘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부하 직원에게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그밖의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역시 처벌대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2조에서 성희롱을 정의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직장 내 성희롱을 처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