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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온종일 아이 주변 맴도는 멘토 아빠, 나침반 아빠, 홍익 아빠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ern52@hanmail.net

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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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에 앞서 재단 측은 대기업 직장인 106명(남 78명, 여 27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학부모 교육수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32.1%가 학부모 교육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가운데 88.7%는 ‘자녀교육 및 학교 참여 관련 학부모 정보제공과 교육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나아가 ‘회사 근처에서 학부모 교육을 실행할 경우 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83%가 “있다”고 답해 자녀교육을 위한 학부모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학부모 교육의 필요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자녀에 대한 이해’ ‘자녀 인성지도’ ‘자녀 진로지도’ ‘자녀 학습지도’ 순으로 꼽았다. 그 외 ‘교육정책 및 학교 이해’와 ‘학부모 학교 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달라지는 아빠들

8월 셋째 주 수요일 진행될 ‘아버지 학부모포럼’ 제 2회 행사 때는 아버지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대담이 마련돼 있다. 현재 참가신청자는 ‘선착순 100명’을 넘어섰다. 이정호 재단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에 문제아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다”며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이가 A급이라도 학교가 B급이면 아이도 B급이 된다. 우리 아이에게만 공들인다고 해서 결코 A급이 될 수 없다. 학교가 A급이 되려면 교육 환경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적인 차원에서 학부모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해 매월 셋째 주 수요일마다 ‘아버지 학부모 포럼’을 열 계획”이라고 했다.

이 총장은 변호사로, 나이 마흔에 얻은 첫아이의 양육과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다 ‘행복한 학부모’ 재단 발족에 참여하고 사무총장까지 맡았다. 그는 1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명문대생의 어머니 살해 사건과 수능시험 정보공개 관련 소송 등을 진행하며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국선변호사로 활동하며 소년범 사건을 수임해온 그는 “아이가 여러 번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재판을 받게 되면 판사에게 ‘꼭 부모 교육을 명령해달라’고 부탁한다”고 밝혔다.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남이 보면 친아빠가 아니라고 할 것”이라는 아내의 핀잔을 들을 정도로 엄하게 자녀를 대했던 그는 가족과 함께 1년간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교육관이 바뀌었다. 대학 이전의 학창 생활은 ‘인생에 꼭 필요한 교양과목을 배우는 시기’라는 걸 깨닫고, 이제는 공부하라고 말하는 대신 함께 운동하고 대화를 많이 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학부모정책팀’을 신설하고 지난해 학부모지원과를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학부모지원 정책을 수립하고 학부모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학교를 중심으로 한 아버지 모임은 전국적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문용린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참가하는 건 21세기 트렌드”


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한때 “자식을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돈과 아버지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우스개가 유행한 적이 있다. 자녀에게 모든 관심을 쏟아 붓는 ‘헬리콥터 맘’의 득세와 상대적으로 자녀교육에 소홀한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비꼬는 풍자였다. 그동안 아버지들은 자녀교육을 아내에게 맡기는 대신, 막대한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투 잡·스리 잡을 마다않고 사회생활에 몸 바쳐왔다. 그러다 한 번, 아이 교육 문제에 훈수라도 두면 “알지도 못하면서 왜 갑자기 끼어드느냐”는 핀잔을 듣는 게 우리 아버지들이 처한 현실이었다.

문용린 교수는 “이런 상황은 사실 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경제권만 아내한테 준 게 아니다. 자녀교육에서도 완전히 소외돼왔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가정 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녀가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의 삶과 교육에 같이 관여해야 한다. 아이가 한창 공부에 집중하는 중·고교 때 뒤늦게 관심을 두고 간섭해봤자 효과도 없다”고 했다.

과거의 아버지는 그러기 힘들었다. 밤낮 없이 일해야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될 만큼 경제적으로 힘겹고, 직장 문화도 척박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지금은 우리 사회 전반에 여유가 생겼다. 문 교수는 “30~40대 젊은 세대에게는 그들의 아버지가 축적해놓은 풍요가 있다. 부모 세대의 헌신 덕에 좋은 학벌을 갖게 됐고, 부모형제를 부양할 부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니 생각이나 삶에 여유가 있다. 그런 분위기가 자식에게 눈길을 돌릴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는 양육 효과와 영향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는 다양한 영양소 못지않게 부모 모두의 사랑이 필요하다.

“비유하자면 엄마는 아이들의 병참기지입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이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는 등 아이에게 필요한 걸 해주지요. 반면 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는 건 꿈입니다. 아이들은 아버지를 통해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키우고 무지개를 그리기도 합니다. 달리 말하면 아버지는 아이에게 집이 아닌 사회와 세상을 볼 수 있는 창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버지가 아이에게 꿈을 불어넣는 창문이 되려면 집에서 많이 떠들어야 합니다.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많이 한 아이일수록 어휘력이 좋다고 해요.”

문 교수는 오랜 기간에 걸쳐 아이들의 어휘력을 추적, 조사한 하버드대 연구팀 캐서린 스노우 교수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며 식사한 집 아이일수록 풍부한 단어를 쓸 줄 알고, 이해력이 높다. 독서를 많이 하게 되고, 그것이 텍스트의 이해도를 높여 결국 학업성적도 우수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버지들은 아이에게 ‘과잉보상’하거나 ‘과잉공격’ 성향을 보여왔어요. 가정과 자녀에게 평소에 소홀했던 걸 만회하기 위해 비싼 선물과 풍족한 용돈을 주는가 하면, 아이의 생활태도나 성적에 대한 불만을 어느 날 갑자기 터뜨리는 식이었지요. 아버지가 더 이상 자녀교육에서 소외되지 않고 ‘과잉’을 벗어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우선 아이와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를 하기 전 반드시 아이 기분을 살피고 아이를 행복하게 만든 다음 자신의 메시지를 전해야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어요.”

문 교수에 따르면 아이와 대화하려면 아이를 알아야 하고 아이가 뭘 원하고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떤 방면에 소질이 있고 무슨 꿈과 열망을 품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남자라고 자녀교육에 무심하게 사는 건 구시대적인 생활방식입니다. 요즘 젊은 아버지들 사이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양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에요. 21세기의 트렌드는 아버지가 가정 운영과 자녀교육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신동아 201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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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er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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