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구·짐 보관업체 ‘셀프스토리지’의 창고에 짐 보관 컨네이너가 가득 차 있다.
“옮겨갈 집을 구하지 못해 한 달 정도 짐을 맡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처음엔 한 달을 예약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두세 달 계속 기간을 넘기다 길게 1년까지 짐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고요. 심지어 아예 짐을 가져가지 않고 잠적하는 고객도 봤지요.”
이 대리의 말이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주택 선호도가 높아진데다 전세대란 여파까지 겹쳐 짐 보관 전문업의 사업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다. 최근 2~3년 사이 새롭게 문을 여는 업체가 속속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리는 “우리 회사가 문을 연 4년 전에는 사람들이 보관 전문업체를 잘 몰랐고 당연히 이용자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규모를 갖춘 업체가 우리를 포함해 다섯 곳으로 늘었다. 외국계 회사도 한 곳 생겼는데, 앞으로 미국과 호주 쪽에서 2개 업체가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회사도 창고 형식의 짐 보관 공간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때 집을 구하지 못해 당장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늘자 이들을 겨냥한 ‘단기임대’도 성행한다. 원룸 또는 풀옵션 오피스텔을 월 단위로 임대하는 것인데, 보증금이 없고 1~3개월의 짧은 기간으로 계약하는 단기임대는 월세가 비쌀 수밖에 없다. 수요가 많은 강남의 경우 26.4㎡ 크기의 풀옵션 원룸 한 달 월세가 110만원을 호가한다.
하우스메이트 구하기
전세대란은 건설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파트 안에 독립된 주거공간을 설계해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게 지은 부분 임대형 아파트가 늘고 있고, 입주자가 좁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도록 철 지난 살림살이를 따로 보관하는 ‘계절창고’를 만든 오피스텔도 건설 중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신축 오피스텔 시행사인 IN쿤스 김진수 대리는 “살림집을 오피스텔에 마련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오피스텔의 수납공간 부족 문제에 대한 해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구마다 공간을 확보하는 건 어려워서 공동공간에 창고를 100여 개 만들기로 했다. 전체 814가구에 비해 창고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3년 11월 입주 예정으로 건설 중인 이 오피스텔은 현재 일부 저층만 남은 상태로, 90%가량 분양됐다. 김 대리에 따르면 분양자 중 젊은 예비부부 등 실거주 목적의 투자자가 20~30% 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가구 수는 1757만4000가구다. 이 가운데 자가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54.2%로 2005년에 비해 1.4% 감소했다. 전세가구는 21.7%로 2005년보다 0.7%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사글세를 포함한 월세가구는 21.4%로 같은 기간 2.4% 증가했다.
여윳돈이 없고 전세대출마저 여의치 않은 대학생과 미혼 직장인 사이에서는 ‘하우스메이트(하메) 구하기’가 유행하고 있다. 회원 수 120만명이 넘는 인기 부동산 직거래 사이트에는 “다세대주택 지하 방 한 칸 따로 여자 하메 구함. 중화동 보증금 200에 월세 12만원. 욕실과 주방 및 세탁기, 다이어트 사우나 사용 가능. 몸만 들어오시면 됩니다.” “이수역에서 10분 거리. 방 3칸짜리 빌라. 현재 남자 두 명 거주 중. 무보증 월세 25만원에 하메 구합니다” 등의 글이 하루 20여 건씩 올라온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관련 카페만 320여 개가 있다. 이 중에는 회원 수가 4만5000명에 달하는 곳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