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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연재 | 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복음서’

  • 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예견한 ‘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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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의 궁극적 승리

이 책은 ‘Being Digital’이란 존재론적인 원제가 시사하듯 ‘디지털 시대의 존재론’으로 일컬어진다. 저자는 훗날 굳이 제목에 Being이란 단어를 쓴 이유를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생활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기술이 디지털화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 사고방식이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싶었던 것이다. 인간 존재론까지 사유한 그가 ‘21세기의 하이데거’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선 ‘더 적은 것이 더 많다’‘나중 된 자가 먼저 되리라’ 같은 역설적인 현상도 전개된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을 낙관적으로 내다본다. 그의 낙관주의는 디지털화가 본질적으로 갖고 있는 분권화의 특성에 기인한다. 물론 지은이도 부정적인 측면을 우려하고 있긴 하다. “모든 기술, 혹은 과학의 선물은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 디지털 세상도 마찬가지다. 지적 재산권 남용,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문화 파괴주의, 소프트웨어 해적질, 데이터 도둑질 등을 경험할 것이다.”

그럼에도 디지털 세상의 강력한 네 가지 특질로 말미암아 궁극적인 승리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바로 탈중심화(decentralizing), 세계화(globalizing), 조화력(harmonizing), 분권화(empo-wering)가 그것이다. 이런 특질을 바탕으로 저자는 디지털이 민주주의를 건설하는 벽돌이 될 것이란 희망을 펼쳐 보인다. 결국 네그로폰테의 복음은 “독재여 안녕! 비트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로 수렴된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 시간’이라고 평가한다. 그 뒤 이 시간에 맞춘 시계도 시판됐지만 공용화에 이르진 못했다.

그가 디지털 시대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얼굴을 마주 보며 나누는 인간과 인간의 대화에 가까운’ 인터페이스를 꿈꾸기 때문이다.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활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진정한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가 언제나 휴머니즘 입장에서 컴퓨터를 대하는 모습이 이 책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난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주축이 돼 이루어질 미래의 세계는 기계적인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감성의 사회가 될 것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그는 여기에다 단순성을 덧붙여 강조한다. 이 때문에 “네그로폰테가 멀티미디어의 전도사라면 빌 게이츠는 그의 복음을 따르는 비즈니스맨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빵보다 노트북

누군가 카를 마르크스가 무덤에서 일어나 오늘의 현실을 본다면 ‘자본론’ 대신 ‘정보론’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시각에서 ‘디지털이다’를 ‘디지털 시대의 자본론’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네그로폰테의 생각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공학자 새뮤얼 플로먼은 “네그로폰테는 디지털 세계를 아날로그 영역과 대비시키고 있으나 아날로그가 의미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하지 못했고, 교육적이고 환상적인 반면 너무 황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네그로폰테와 MIT 미디어랩에서 함께 일한 윌리엄 미첼 교수는 이 책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 ‘비트’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정보혁명으로 등장한 비트가 공간혁명의 상징인 물리적 도시를 죽였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책에는 한국이 딱 한 번 등장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를 설명하는 사례로 한국과 일본이 더불어 언급된다. 네그로폰테는 한국이 창의적이고 유연한 교육의 길 대신 주입식 암기교육에 극단적인 가치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도 그런 뜻을 담았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 세상을 바꾼다’는 비전 아래 “미쳤다”는 세간의 조롱과 의구심을 떨쳐버렸다. 미디어랩 설립 당시 그는 “출판과 영화, 텔레비전, 컴퓨터 산업이 디지털이라는 매개를 통해 하나로 통합되어갈 것”이라며 동지를 구하러 돌아다녔지만 비웃음을 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주장은 곧 현실로 다가왔고, 하나의 콘텐트를 다양한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 가공하는(One Source Multi-use) 개념이 상식처럼 돼 버렸다.

그는 “빵보다 노트북이 더 중요하다”면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에게 값싼 100달러짜리 PC를 보급하는 운동을 펼쳤다. 북한 어린이들에게도 OLPC(One Laptop Per Child) 운동의 혜택을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010년엔 ‘인터넷’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16년 전 ‘디지털이다’를 썼을 때와 지금은 상전벽해처럼 달라졌다고 회고했다. “미래에는 아마도 학술적으로도 더 많은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고 또 ‘색다른 사람들’이 지형을 바꿀 것이다.” 이미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 네트워크와 만날 수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역전현상이 일어나 비트가 다시 아톰과 결합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신동아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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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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