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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대안적 삶에서 찾은 진정한 자유

  • 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대안적 삶에서 찾은 진정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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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어링 부부는 속편인 ‘조화로운 삶의 지속’(원제 Continuing the Good Life)에서 자신들을 따라 하는 사람들에게 주의사항을 전한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일은 어느 순간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거듭되는 고민 속에서 내린 결정이고, 그 결정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앞날을 내다보고 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르는 결정이어야 한다. 처음 3년을 보내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 적어도 그만큼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야 한다.” 니어링 부부는 버몬트에 스키장이 생기고 관광객과 방문객이 늘어나자, 공들여 지은 돌집과 멋진 밭을 뒤로 하고 또 다른 시골로 이사했다. 메인 주의 한적한 바닷가에 뿌리를 내리고 26년간 살면서 ‘조화로운 삶의 지속’을 썼다.

사람들은 니어링 부부에게 자주 이렇게 묻곤 했다. “이렇게 외진 시골로 도망 온 까닭이 무엇입니까? 왜 복잡한 대도시 한복판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불행과 고뇌를 나누지 않습니까?” 그에 대한 대답은 한결같았다. “도시 공동체의 붕괴로 도시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자기 행동의 기준이 되는 이론들을 세우고 그 계획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니어링 부부의 결론은 이런 것이다. ‘가장 조화로운 삶은 이론과 실천이,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삶이다.’ 니어링 부부는 버몬트에 사는 20년 동안 한 번도 병원에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하게 살았다. 그뿐만 아니라 스코트는 100살까지 장수했고, 헬렌도 91세를 누렸다. 이 모두가 단순하고 조화로운 삶을 실천해 얻은 축복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기

‘조화로운 삶’은 1954년 처음 출간될 때부터 주목받았다. 가장 먼저 소로의 ‘월든’과 비교되곤 했다.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진정한 자유를 전하는 이야기여서 20세기판 ‘월든’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월든’이 나온 지 꼭 100년 만에 출판된 데다 니어링 부부가 소로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출간 초기보다 1970년대 이후 폭발적인 시선을 받았다. 1974년에는 개정판이 나왔다. 무엇보다 1960년대 말 세계를 휩쓴 ‘68혁명’을 겪은 젊은이들에게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1970년 초 이 책이 20만부 넘게 팔리고 ‘땅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의 교과서처럼 새롭게 조명되었다. 자연히 니어링 부부는 삶에 불만을 가진 중산층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해마다 삶에 지친 수천 명의 부르주아 젊은이가 메인 주 농장을 방문하면서 니어링은 대항문화의 영웅이 된 것이다. 이 젊은이들은 1960년대 정치사회운동에서 자신을 불태웠다가 사회변화를 위한 정치대안에 희망을 잃으면서 내면으로 방향을 돌렸다.



베스트셀러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의 저자이자 ‘느림의 철학자’인 피에르 상소도 니어링 부부의 삶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슬로시티 운동에도 니어링 부부가 영향을 미쳤다. 슬로푸드 운동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 책이 한국에서 번역·출판돼 각광받은 것은 새 천년이 시작되면서부터다. ‘무소유’의 철학을 실천한 수행자 법정 스님도 니어링 부부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그들의 삶에 공감했다. ‘조화로운 삶’은 동아일보가 2000년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을 정도다. 한국에서도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을 동경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이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많은 추종자가 스코트 니어링에게 매력을 느꼈으나 그의 인생 역정에 대해서는 속속들이 알지 못했다. 그는 1930년 사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해 좌파 성향의 공적인 관계를 모두 단절했다. 젊은 시절 톨스토이를 숭배했던 스코트의 사상은 사회 구원, 초월주의, 실용주의, 자연주의, 유토피아주의, 19세기 사회주의, 20세기 공산주의 따위가 버무려진 혼합체였다. 경제학자에서 톨스토이주의자로, 사회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로, 그 후 자작농으로 마감한 게 스코트의 일생이었다. 스코트 니어링은 “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명언을 남겼다.

‘스코트 니어링 평전’을 쓴 존 살트마쉬는 “소로와 마찬가지로 니어링의 의도는 절망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른 새벽 수탉처럼 이웃을 깨우기 위해 힘차게 홰를 치는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는 조화로운 삶을 살며 개인적 정체성과 사회경제성이 조화를 이루면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명구를 떠올리게 하면서 말이다. 스코트 니어링에 대한 평가는 그의 백 번째 생일날 이웃 사람들이 선물한 글귀가 웅변한다. “당신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습니다.”

신동아 201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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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언론인·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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