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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마지막 회>

흑인 인권 투쟁가에서 백인국 자유시민으로

  • 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 명예이사장 ann-bc@daum.net

흑인 인권 투쟁가에서 백인국 자유시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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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 센터에서 눈을 끄는 것의 하나는 5층 전시관 벽을 메운 길이 16m, 높이 3m의 대형 미술 설치작품 ‘희망과 꿈’(원제 Hope · Dream)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작품이다. 세계 141개국 어린이들이 장래의 꿈을 담아 그린 그림 5000여 점을 타일로 구어서 만들었다. 그 가운데는 비둘기가 지구를 안고 날아가는 아프가니스탄 어린이의 그림도 있고, 유전 위로 무지개가 떠오른 이라크 어린이의 그림도 있다. 그 옆에 있는 미국 어린이 그림은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면이다.

1960년생인 강익중은 1984년부터 뉴욕에 머물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왔다. 1994년에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백남준과 2인전을 열고 1997년에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가다. 그는 어린이들의 꿈을 모으는 작업을 시작해’10만의 꿈’(1999년 파주), ‘놀라운 세상’(원제 Amazed World·2001년 유엔본부), ‘꿈의 달’(2004년 일산호수공원)을 설치했다.

강익중은 알리 센터 개관식 축하연설에서 “아이들의 꿈은 그동안 우리를 갈라놓은 편견과 반목의 벽을 허무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아이들의 꿈은 국적, 인종, 종교가 다르더라도 때 묻지 않고 얼마나 순수한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필자는 강익중 화백에게 어떻게 알리 센터에 ‘희망과 꿈’을 설치하게 되었는지, 경과를 알려주기 바란다고 e메일로 물었다. 얼마 후에 그에게서 친절한 답신이 도착했다.

일주일 사이 출장이 두 번 겹쳐 이제야 뉴욕으로 돌아왔습니다. 알리 씨는 내가 2001년 유엔에 설치한 작품 ‘놀라운 세상’을 계기로 만났습니다. 유엔 평화대사이기도 한 알리 씨는 유엔을 찾을 때마다 로비에 설치된 아이들의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알리 씨는 내게 측근을 보내 루이빌 고향에 세워질 자신의 기념관을 아이들의 꿈으로 채워달라고 부탁해왔습니다. 나는 전 세계 아이들의 꿈이 담긴 작품 5000점과 그 아이들이 자기 말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로 작품을 완성해 무하마드 알리 센터의 개관 기념 작품으로 설치했습니다.



기념관을 열던 날에는 아프리카와 중동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수천 명이나 되는 무하마드 알리의 친구들이 모여들어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주최 측은 알리 씨와 특별히 인연이 깊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비비 킹 등은 따로 무대에서 소개했습니다. 저도 무대 위에 올라가 알리 씨의 친구들에게 그동안 제가 해온 어린이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유엔본부에 전 세계 어린이들의 꿈으로 채워진 희망의 벽을 세워 개막한 날이 2001년 9월 11일이었습니다. 그날 아침 뉴욕 다운타운의 세계무역센터는 테러로 무너졌습니다. 유엔은 두 달간 잠정 휴관했으나 ‘놀라운 세상’은 2002년 12월까지 전시됐습니다.

공공미술은 세상을 바꾸는 ‘명랑한 혁명’입니다. 예술에도 학파가 있다면 내가 속한 학파는 명랑학파일 것입니다. 공공미술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은 신명이 나고 재미있는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데, 이는 커뮤니티와의 소통, 재료에 대한 이해, 사회적인 책임이 따르는 미술이기 때문입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메일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강익중 드림

/ 알리와 어린이 /

아이들의 그림은 작은 창문이다. 멀리 서 있으면 큰 창문도 아무 소용없지만 아이들이 웃고 노는 작은 창은 모든 게 다 보인다. 아이들의 생각은 작은 꽃씨다. 가벼워 높이 오르고 자유로워 어디든 돌아다닌다.

이런 강익중의 상상력이 알리의 영감에 가 닿았던 모양이다. 알리 센터를 장식한 강익중의 설치미술은 어린이의 마음을 통해 평화와 꿈을 형상화했으므로 알리가 실천하려는 인도주의적 사업과 딱 들어맞았다.

알리는 어린이를 사랑한다. 젊은 시절부터 그렇다. 그는 ‘정글의 혈전’을 벌이기 위해 킨샤사로 떠나던 날 뉴욕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났는데, 그때도 어린이에 관한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알리 : 세계헤비급 타이틀을 되찾으러 자이르로 가는 길이오.

기자 : 챔피언,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알리 : 영어를 쓰는 미국 어린이들한테 말하겠어요. 마약을 멀리하고 건전한 생활을 하라고. 그러면 나처럼 될 수 있는 거지. 마약을 하면 나라를 망치는 짓이 돼요. 지금 조지 포먼을 꺾으러 가는데 곧 그 광경을 보게 될 거요.

참, 어린이들한테 사탕을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해야겠군. 난 충치가 세 개였는데 하나를 뽑아야 했거든. 그래서 씹는 것이 전 같지 않아요. 하나는 오른쪽 여기에, 또 하나는 여기 있지. 자연식을 섭취해야 충치를 이기지.

알리는 1976년 5월 말에 40명의 수행원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일이 있다. 일본 도쿄에서 안토니오 이노키 선수와 만나 프로복싱과 프로레슬링의 이색 대결을 벌였으나 경기는 졸전의 무승부로 끝난 뒤였다.

5월 27일 국기원을 방문한 무하마드 알리에게 김운용 국기원장(전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명예태권도 단증과 하얀 태권도복을 주었다. 알리는 그때도 어린이를 만났다. 남대문초등학교를 방문해서 어린이 선수들의 태권도 시범경기를 넋이 나간 표정으로 관람했다. 시범이 끝나자 알리는 어린이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어린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김운용 국기원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그때 알리가 어린이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내던 일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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