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통령의 리더십 ③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3/3
가난의 힘

이처럼 큰 인물은 역경 속에서 완성된다. 링컨의 아버지는 빈농이었고 어머니는 미혼모의 딸이었으며 둘 다 문맹이었다. 링컨 역시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링컨이 아홉 살 때 전염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아끼던 여동생도 일찍 잃었으며 정신이상자였던 아내와 두 아들 역시 일찍 죽었다. 독일이 동·서독으로 대립하던 시절, ‘동방정책’을 통해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과 친선을 다진 독일 정치인 빌리 브란트도 상점 점원으로 일하는 미혼모의 아들이었다. 레이건은 아버지가 가톨릭 신도이자 아일랜드계라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당한 경험이 있다. 대공황기에 청년기를 보낸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대학 졸업 뒤 등록금으로 사용한 융자금을 갚기 위해 공원 수영장의 구조원으로 7년 동안 일했다. 빌 클린턴은 유복자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양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어머니를 때리는 것을 말리며 느낀 아픔을 고백하기도 했다. 후진타오는 아버지가 상점을 경영했으나 가정 형편은 어려웠다.

푸틴 역시 힘겨운 시절을 보냈다. 그가 자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집단 주거지는 ‘콘크리트로 된 정글’ 같은 곳이었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아파트에서 쥐를 쫓으며 놀았고 “나는 방과 후 항상 싸울 준비가 돼 있는 불량 소년이었다”고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회고하기도 했다.

박정희 역시 가난으로 고생했다. 그가 태어난 곳은 경북 구미시에서 20여 리나 떨어진 두메산골이다. 박정희의 집은 그 동네에서도 특히 가난한 편에 속했다. 어머니의 젖이 모자라 밥물에 곶감을 넣어 끓인 대용식을 먹고 자란 탓에 영양실조로 밤눈이 어두워졌다. 초등학교 때는 짚신을 신은 채 왕복 40리 길을 다녔고 학용품을 사기 위해 땔감나무를 해 팔기도 했다.

케냐 출신의 흑인 아버지와 미국 출신의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어린 시절 4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했다. 이때 가난과 질병을 경험했고, 백인·흑인·황인 중 어디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인종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미국에 돌아와서도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는 학업에 열중하지 않고 담배와 마약 등에 빠져 방황했다.



존 F 케네디는 어린 시절 앓지 않은 병이 없을 정도로 갖가지 병마에 시달렸다. 병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덕분에 독서량은 많았지만, 중·고등학교 때까지 공부는 잘 못했다. 대학에 들어갈 즈음에도 황달에 걸렸으며, ‘추간판 헤르니마’라는 병을 얻어 평생 고생한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은 어릴 때 야구장에서 구두닦이를 했다. 이때 손님이던 한 노신사에게 야구공이 곡선을 그리며 높이 나는 이유를 물었다. 그 신사는 공의 상처를 실로 꿰맨 자국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아난은 이때부터 사회의 상처를 꿰매겠다고 결심한다. 공에 난 상처는 흠이 아니라, 필수불가결한 존재의 이유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만델라의 리더십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긴 투옥생활 등 갖가지 시련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지도자가 됐다.

위대한 지도자 중에는 민주화 투쟁 등을 하다 옥중 생활을 한 인물도 많다. ‘별을 달아야’ 정치적인 인물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김구와 이승만·김대중이 대표적이고, 손학규·문재인·이재오 등도 그렇다. 외국 지도자 중에는 27년간 수감 생활을 한 넬슨 만델라가 있다.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등을 지낸 자크 랑의 표현에 따르면, 만델라는 세계라는 연극 무대 위에 선 존재감 뚜렷한 배우다. 민권운동가요 종신수이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변호사이자, 1994년 남아공 최초로 흑인이 참여한 자유총선거에서 최초로 당선된 흑인 대통령이요, 199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가 아직도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하며 모범을 보이는 것이 바로 그의 나력(裸力)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8년 7월 만델라에게서 배울 교훈 8가지를 보도한 적이 있다. (1) 용기란 단순히 두려움이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두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남을 고취시키는 것이다. (2) 앞에서 이끌되 스스로 바탕을 삼은 것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3) 뒤에서 밀어 다른 사람이 스스로 앞에 있다고 믿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토론을 할 때는 너무 일찍 나서서 말하는 대신 서서히 여론을 이끌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의 생각에 따라 그 일을 한다고 믿도록 하는 것이다. (4) 적을 알아야 한다. 그들의 언어(백인의 언어)와 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럭비)를 배운다. (5) 친구를 가까이 하고 라이벌은 더 가까이 한다. (6) 겉모습을 중요하게 여기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 만델라는 가난한 법학도로 누더기가 다 된 헌 옷 한 벌만 입고 다녔지만, 그의 환한 미소에 호감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또 그는 권투를 했는데, 리더의 정력은 상대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신뢰를 느끼게 한다. (7) 흑백논리에 빠지지 않는다. (8) 적절한 때 끝내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비슷한 경력의 소유자가 이승만이다. 그는 젊은 시절 사형 선고를 받고 5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러면서도 옥중에서 ‘독립정신’이라는 국민 계몽서를 집필했고, 영어 단어를 외웠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 그런 공부를 해서 무엇에 쓰려고 그러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죽으면 못 쓰더라도 사는 동안은 할 건 다 해 보아야지. 혹 쓰일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하고 태연히 답했다. 4·19혁명 이후 부인과 하와이로 망명해 가난과 병고에 시달린 그의 재산은 낡은 성경책 한 권이 든 가방 하나였다.

앞으로 우리의 숙제인 민주화합 칸타타(독창, 합창,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는 서정적 성악곡)를 누가 연주할 것인가? 필자는 간디, 처칠, 체 게바라, 덩샤오핑, 만델라, 대처, 푸틴, 메르켈, 수치, 힐러리 클린턴 등 세계 200여 명의 리더를 분석해 ‘리더를 리더답게 만드는 공통점’을 정리한 적이 있다. (1) 학창시절부터 리더로 활약한 경험, (2) 풍부한 독서, (3) 뚜렷한 비전과 이념, (4) 법학 공부, (5) 닮고 싶은 역할 모델 존재, (6) 종교, (7) 의사소통 능력, (8) 해외 체류 경험, (9) 융합적 시각 등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김용과 푸틴처럼 운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불굴의 정신은 역경에서 솟아난다.

민주화합 칸타타

한 조사에 따르면 역사적 인물 400명 가운데 75%가 결손 가정, 과잉 소유욕, 독재적 부모 등으로부터 고통을 받았다. 20세기의 저명한 소설가, 극작가, 예술가, 과학자 중 85%가 문제 가정에서 자랐다고 한다. 미국의 소설가 겸 극작가 고어 바이덜(Gore Vidal)은 “부모 중 한 사람을 증오한 힘이 이반 대제를 만들었다”며 “부모 모두로부터 받는 사랑은 인물을 망치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힘든 경험이 사람을 농익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흙, 비바람, 햇볕 등이 어우러지는 테루아(terroir·포도주가 만들어지는 자연 환경)형 리더의 등장을 기다리는 이유다.

현 시점에서 대통령은 누가 해야 하며, 우리 시대 리더들의 경력(career path)에는 어떤 정형이 있을까? 브라질의 룰라는 금속노조 위원장을 하다 대통령이 됐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다. 기업인 출신이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 사적인 부문과 공공부문의 논리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 나라를 맡으려면 적어도 공공부문에서 정진하는 것이 정답이다. 서양에서는 젊을 때부터 정당활동을 한다. 안철수는 아이젠하워를 벤치마킹한다고 한다. 아이젠하워는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제2차 세계대전의 전쟁 영웅이다. 그러나 그는 큰 조직을 관리하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판단을 잘 해낸 인물이다.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김광웅

1940년 서울 출생

서울대 법대, 미국 하와이대 대학원 졸업(정치학 박사)

한국행정학회장, 초대 중앙인사위원장 역임

저서 : ‘국가의 미래’ ‘통의동 일기’ ‘서울대 리더십 강의’ ‘융합 학문, 어디로 가나’ 등




경력이 화려한 전문가일수록 자기중심적이라 리더 자격이 부족하다. 역경에서 고뇌하고 쓰라린 경험을 해야 남과 세상을 이해하는 융합적인 눈을 뜰 수 있다. 나보다 남, 남보다 우리 모두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다. 나보다 남을 위하는 공공성은 리더십의 기본 중 기본이다. ‘내가 아닌, 너도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Non mihi, non tibi, sed nobis)’라는 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정의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여러 직업 경로를 거쳐 생각과 느낌이 응축되고 체화된 인물이 필요하다. 그런 리더만이 갈기갈기 찢긴 사회의 화합을 이끄는 민주 칸타타를 연주할 수 있다.

신동아 2012년 8월호

3/3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목록 닫기

시련 속에서 ‘불굴의 정신’ 기른 화합의 지도자

댓글 창 닫기

2021/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