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MBC 기획홍보본부장 이진숙 6시간 격정 토로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12-11-19 16: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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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필립-김재철 정수장학회 매각 사전 합의
    • “崔 기자가 전화 엿들었다 검찰서 확인”
    • 환노위 청문회 때 베트남 출장, 도피 아니다
    • “내가 선택한 길 후회 없어…정치 뜻 없다”
    • 노조, 계약직 기자 인간 취급 안 하다니…
    “전화로 남 대화 몰래 듣는 게 도청 아닙니까? 내 편 아니면 敵으로 보는 노조가 MBC 망쳐”

    이진숙<br>● 1961년 경북 성주 출생<br>● 경북대 영어교육과 졸업<br>● 한국외대 통역대학원 한영과 졸업<br>● 바그다드 무스탄스리야대 아랍어 연수<br>●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 국제공공정책 석사<br> ● 하버드대 니만 펠로십

    “그럼 11월 2일 저녁 7시에 봅시다. 장소는 나중에 알려줄게요. 도청될지 모르니….”

    10월 30일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51) 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제의한 지 1주일 만이었다. 그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10월 8일 회의가 언론에 공개된 후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MBC 사측은 한겨레가 10월 15일 이 본부장과 이상옥 MBC 전략기획부장이 최 이사장과 나눈 대화록 전문을 보도하자 즉각 불법도청 의혹을 제기했다. 이튿날인 10월 16일엔 기사를 작성한 최성진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 기자는 도청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10월 8일 비밀 회동에서 이들이 주고받은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에 관한 대화 내용은 이 본부장의 표현대로 “정치적으로도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대선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더구나 이후엔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 부결 관련 외압 의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청문회 불출석, 노조의 파업 재개 선언 등 새로운 논란이 불거졌다.

    그 때문일까. 이 본부장은 11월 2일로 예정돼 있던 인터뷰를 두 차례 연기했다. 처음엔 “검찰 조사가 끝난 뒤에 하자”며 11월 9일로, 그 다음엔 “불가피한 사정이 생겼다”며 11월 15일로 일정을 바꿨다. 하지만 ‘신동아’ 제작 여건상 15일 인터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하자 하루 앞당겨 “14일 점심에 만나자”고 결론을 냈다. 정오에 시작한 인터뷰는 오후 6시까지 이어졌다.

    “인터뷰 날짜를 계속 연기해 미안했다. 약속은 무조건 지키는 편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



    “환노위 청문회는 정치적”

    ▼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건가?

    “11월 9일에 베트남 출장을 갔다가 오늘 오전에 서울에 돌아왔다. 인터뷰를 미루자고 문자를 보낸 시각에 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곤란해질 수 있어서였다.”

    ▼ 11월 12일 환노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려고 베트남에 간 건가?

    “청문회 출석 일시와 해외 출장 일정이 겹쳤을 뿐이다. 환노위 청문회는 대단히 정치적이라고 판단한다. 물론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도 있지만, 한쪽 정당의 목적에 따라 열린 반쪽 청문회다. MBC가 전자파 이런 걸로 환경이랑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업은 노동문제인데 최필립 이사장을 왜 증인으로 불렀는지 모르겠다. 최 이사장이 노동이랑 무슨 상관인가. MBC 파업과도 관련 없는 분이다.”

    ▼ MBC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사상 유례없는 170일간의 노조 파업과 잦은 방송사고, 정수장학회 이사장과의 비밀 회동 등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인가.

    “MBC 노조의 정치성에서 비롯한 것이다. (노조는) 사장으로 선임된 2010년 2월부터 ‘김재철이라는 사람은 대통령과 가까운 낙하산’이라며 출근 저지를 시도했다. 마당 앞에 천막까지 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조는 ‘정권이 임명한 사장’이라고 얘기하는데 MBC 사장은 정권이 임명하는 게 아니다. MBC 지분 70%를 소유한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선임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사장이다.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모르겠으나 취재하며 많은 사람을 알게 되는 게 언론인이고 방송인이고 기자인데, 알고 있다는 이유로 낙하산이라고 주장하고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거부했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은 김재철 사장이 경영을 굉장히 부실하게 했거나 무능했기 때문이 아니다. MBC 노조의 정치성이 사태를 악화시킨 거다. 노조하고 맞지 않는 사람은 다 무능하고 문제가 있는 사장이고, 특정 정치 이념과 연계된 사장이라고 여기는 거다.”

    ▼ 노조가 좌파 이념에 경도돼 있다는 뜻인가.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겠다. 정치성이라는 표현을 다소 추상적으로 했는데 MBC 노조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이른바 진보정권 10년 동안에는 딱 한 번 파업했다. 김대중 대통령 때. 그것도 방송법 개혁과 관련한 방송노조 연대파업이었다. 이번 정권에서는 13일, 6일, 4일, 29일, 170일씩 다섯 차례에 걸쳐 총 232일을 파업했다. 이것은 노조의 정치적 노선, 이념적 방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받지 않겠다, 사장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과 관련 없는 이분법으로 내 편 아니면 적(敵)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립지대라는 것이 없다. 내 편이 아니면 건전한 경쟁 상대도 아닌 적이 되는 거다. 바로 그런 MBC 노조의 성향 때문에 오늘날 여기까지 오게 되지 않았나 싶다.”

    “몰래 들었으니 도청이다”

    ▼ 여전히 불법도청을 의심하나?

    “의심 정도가 아니다. 분명히 도청이라고 생각한다. 최필립 이사장과 대화하던 시각에 최 이사장과 최 기자의 휴대전화가 한 시간 동안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검찰에서 확인했다.”

    ▼ 그걸 도청이라고 할 수 있나?

    “처음에 기사에 썼던 녹취록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듣도록 허락하지 않은 얘기를 몰래 녹음했다. 몰래 들었으니 도청이 맞다고 본다. 변호사 10명 중 8명은 도청이라고 한다. 나머지 둘은 다르게 말하고.”

    ▼ 그 일로 큰 파장이 일었는데.

    “어떤 것은 내가 이런 얘기를 정말 했나 싶다. 먼저 ‘박근혜에게 도움을’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특정 후보를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MBC 지분 30%를 처분해서 대학생 반값등록금 재원으로 쓰겠다고 하면 잔꾀 부린다는 얘기가 나올 거라고 최 이사장이 말하기에 ‘박근혜를 도와준다는 얘기가 나오겠죠’, 이런 식으로 얘기한 거다. 또 MBC 지분을 처분해 PK 지역의 대학생 장학금으로 쓰겠다는 게 아니었다. MBC 지분 처분해 전국 대학생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쓰겠다는 이야기가 PK지역 대학생만 돕겠다고 말한 것처럼 정리됐더라.”

    ▼ 거두절미했다 이런 뜻인가?

    “그렇다. 그 부분만 따 올려서 MBC가 박근혜에게 돈 주기 위해 그런 것처럼. 아주 이상하게 읽히게끔.”

    이 본부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CBS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이날 저녁 CBS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했던 이 본부장은 당초 계획에 없던 노조 인사가 같이 출연한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경민(민주통합당 국회의원), 양문석(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이용마(MBC 노조 홍보국장) 씨가 CBS에 몇 번 출연했는지, CBS가 그간 어떻게 보도했는지 봐라. (MBC) 노조 건은 그때그때 보도하고, 그건 균형 잡힌 보도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단독으로 출연할 때는 균형을 맞췄나. CBS가 (MBC) 노조 중계방송인가? 원래 노조 측 출연은 계획에 없지 않았나? 오늘 (노조가) 기자회견했다고 출연시키면 되나? 그쪽만 출연시켜라. 난 나갈 수 없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흥분을 가라앉힌 이 본부장은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에 관한 얘기를 이어나갔다.

    “부산일보 지분은 거의 확정적으로 매각하려고 한 것으로 안다. 부산일보는 로컬 언론이다. 부산, 경남지역 독자를 위한 지역기업이니까 최 이사장은 이 지분을 팔아서 PK 지역 대학생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쓸 생각이었다. MBC 지분 매각은 김재철 사장과 최 이사장이 이전에 만나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논의하며 공감한 거다. 사전에 두 분의 합의가 있었다. 왜냐면 정수장학회는 MBC 지분을 30%만 가진 소주주니까 MBC 경영과 관련한 의사 결정 절차에 참여하지 못한다. 또 정수장학회 주식을 시장가격으로 환산하면 5000억~6000억 원가량 된다. 이 돈을 은행에 넣어두면 연간 이자가 200억~300억원이다. 그런데 MBC로부터 1년에 받는 돈은 20억 원 정도다. 작년에는 MBC 매출이 워낙 좋아서 (정수장학회가) 기부금을 27억 원가량 받아갔다. 노조에서는 박 후보와 관련한 사업을 도와주기 위해 MBC가 정수장학회에 기부금 낸다고 공격하지만 정수장학회 처지에서 보면 매각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거다. 더구나 최필립 이사장은 김재철 사장을 경영인으로서 신뢰한다. 2011년 노조 파업을 이겨내고 시청률 1위로 끌어올리고 경영 실적 면에서도 최고의 영업이익을 내서다.”

    “나는 소설 쓰지 않는다”

    이 본부장은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구체적으로 해명했다. 때로는 손을 가로젖고 때로는 서류를 들었다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나는 소설 쓰고 싶지 않으니까”라고 말했다.

    “MBC는 전국 방송이니까 지분 팔아서 전국 대학생 반값 등록금에 쓰자가 이렇게 된 거다. MBC 지분 매각 대금으로 전국이 아닌 PK 지역 대학생에게만 반값등록금 혜택을 주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에) 대학생 등록금 얘기가 4회 나오는데, PK를 언급한 건 딱 한 번이다. 부산일보 매각 대금도 반값 등록금 재원으로 쓰면 PK지역은 중복 혜택을 받게 되니까 그 돈은 난치병 환자나 독거노인을 돕든지 다른 데 쓰자, 이렇게 방향을 정한 거다. 그건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정수장학회의 몫이다.”

    ▼ MBC 지배구조 개선안은 계속 추진되나? 예, 아니오로 답해달라

    “내가 답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MBC는 이르게는 2002년부터 시작해서 지금껏 지배구조 개선 문제를 끊임없이 논의해왔고 역대 어느 사장도 성공하지 못했다.”

    ▼ 대선 끝나면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

    “왜 질문하는지는 알겠지만 내가 예스(Yes), 노(No)로 답할 문제는 아니다.”

    11월 8일 양문석 방통위원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의 김재철 사장 해임안 부결 개입 의혹을 폭로했다. 이날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해임안이 부결된 직후다. 관련 당사자들이 이를 부인하자 양 위원은 11월 11일 언론에 “(여당 측) 김충일 방문진 이사가 두 사람에게서 김 사장을 지키라는 전화를 받았다. 물증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 김 사장 해임안 부결에 여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내가 보고 듣고 아는 내용만 얘기하자면 김충일 (방문진) 이사 본인이 압력은 없었다고 부인했는데, 노조가 그렇게 주장한다. 지금 나오는 주장은 대단히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본다. (해임안 부결은) 이사들의 각자 판단에 따른 것 아닌가. 노조는 사장 해임 안 시키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한다. 그런 압박이 어디 있나. 여권에서 그런 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으나 자기들이 공개적으로 한 압박, 압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노조를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본부장에게 전화가 잇따라 걸려왔다. MBC 사태와 관련한 대화였다. 이 본부장은 인터뷰를 중단하고 또 통화를 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가 쪼개져 있는데…” “안 나갈 게요” “노조에서 소설 쓰고 있는데…” 등의 얘기가 그의 입에서 나왔다. 인터뷰 제의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다. MBC 대변인이 아닌가.

    노조는 김 사장이 취임한 후 무용가 J씨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20억 원 이상의 특혜를 줬다고 주장한다. 5월 MBC 노조 총파업특보를 통해 김 사장이 법인카드를, J씨가 최근까지 거주한 아파트 반경 3km 지역에서 2년간 162차례, 2500만 원가량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 김 사장은 J씨와 어떤 관계인가?

    “몇 년 동안 안 사이다. 취재로 안 사이다. 업무와 관련한 두 분 관계를 얘기하자면 김 사장은 도쿄 특파원 할 때 J씨를 알았다. J씨는 최승희 춤 전수자이기도 하고, MBC 프로그램에도 출연했고, 개인공연도 하는 전통 무용가다. 두 분이 아는 관계라는 얘기는 노조가 (두 사람에 관한 의혹을) 폭로하자마자 했다. 잘 모르는 관계라고 얘기한 적 없다.”

    ▼ 김 사장이 사적으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던데?

    “그런 의혹이 끝도 없이 나오니까 방문진이 MBC에서 자체 감사를 실시해 보고하라고 했다. 관리감독 기구로서 지시한 거다. 감사 결과, 김재철 사장이 자기 명의 법인카드 두 개로 2년간 7억 원을 썼더라. 그중 5억 원은 비서실에서 공식 집행한 것이다. 워크숍 같은 공식 행사 끝나고 갖는 회식비 등 순전히 공적 경영비용으로 나갔다. 나머지 2억 원은 1년에 1억씩 쓴 거다. 일반사원이 1년에 법인카드로 1억 원을 쓰면 지나치다 할 만하지만 경영자가 그 정도 쓰는 건 지나친 게 아니다.”

    “계약직 직원을 투명인간 취급”

    ▼ 2억 원은 어디에 썼던가?

    “제작발표회 할 때 배우들에게 나눠줄 선물 사는 데 주로 썼다. 다른 뜻은 없고 좋은 작품 만들어달라는 의미다. 가방 같은 여성용 선물을 주로 샀다. 남자 출연자는 선물이래야 넥타이인데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해외 출장 갔을 때 카운터파트에 줄 선물도 사고. 내 눈으로 목격한 것만 10여 건이 넘는다.”

    ▼ MBC 내부 이야기를 해보자. 파업 기간에 뽑은 계약직 기자와 현장 복귀한 기자들이 사이가 안 좋다는데 어느 정도인가?

    “계약직 기자라는 말을 들으니 좋다. 노조에서는 계약직 기자를 ‘시용(試用)기자’라고 부른다. 언론인인 기자나 PD가 써야 할 표현이 아니다. 노조가 170일의 파업을 잠정 중단하면서 따르게 한 현장복귀투쟁지침을 보면 ‘전 조합원은 김재철 체제의 부역자들과 업무상 관계만 유지한다’고 명시돼 있다. 파업 기간에 계약직으로 뽑힌 친구들에 대해서는 사람 취급을 안 한다. 인사를 해도 반응을 안 한다. 투명인간처럼. 이른바 시용이라고 하면서 차별한다.”

    이 대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MBC 노조 측의 생각과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임시 계약직이라서 배척하는 게 아니라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사측에서 파업 중에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검증도 하지 않고 머릿수만 채우는 식으로 시용기자를 뽑았다. 최근 방송사고가 잦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질도 문제지만 기사를 위에서 시키는 대로 마치 ‘주문자 생산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건 더 큰 문제다. 여러모로 흠집을 내고 있다. 그들을 한가족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다시 이 본부장에게 물었다.

    ▼ 노조가 원하는 쪽으로 정권이 바뀌면 ‘시용기자’들이 불이익을 받게 되나?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선 큰 걱정 안 한다. 사람들의 인격 수준으로 볼 때 불의, 부정, 이런 게 끝까지 승리하지는 않을 거다. 그걸 참아내지 않는, 자정 능력을 가진 상태까지는 진전됐다고 본다. 그 친구들이 인간 취급을 못 받는 건 다수의 횡포 때문이지, 다수가 옳기 때문은 아니다. 두고 볼 일이다.”

    ▼ ‘김재철의 입’으로 불리는 게 불편한가?

    “왜 불편하겠나. 회사 대변인으로 일하니 당연히 들을 수 있다. 그건 노조의 프레임이다. 표현 자체보다는 이를 악용하는 게 문제다. 하지만 노조가 하는 얘기에 신경 안 쓴다.”

    ▼ 김 사장과 원래 친분 있었나?

    “없었다. 연조 차이가 많이 난다. 나하고 9살 차가 나고 사장은 1980년, 나는 1986년 입사다. 보통 2, 3년 선배와 가깝게 지낸다. 예를 들어 해외 출장을 같이 간 선배들과는 연조가 좀 차이 나도 친분이 생길 수 있다. 그런데 김 사장이 이전에 선배로 있을 때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선정적 질문하지 마라”

    ▼ 김 사장 감싸기는 보은(報恩) 차원인가?

    “에이, 그건 인격 모독적인 질문으로 들리는데.”

    ▼ MBC 기자회에서 제명됐을 때 어떻던가?

    “속상하지 않다. 화나는 것도 없고. 그 전에 소문을 들어 마음의 준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다. (기자회는) 친목단체인데 이 친구들이 이런 것까지 하는구나. 다수의 권력 오남용이라고 표현해야 하겠다.”

    ▼ ‘이진숙 씨’라고 하는 새까만 후배도 있더라.

    “나뿐만 아니고 김재철 사장을 말할 땐 ‘씨’자도 붙이지 않는다. 씨자를 붙여준 게 고맙네(웃음).”

    ▼ 선택한 길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내 몫이다. 뭔가를 선택하면 마땅히 그 선택과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 유명인사인데 혹시 정계에 진출할 마음 있나?

    “없다.”

    ▼ MBC 사장은 하고 싶은가?

    “(뭔가 말하려다 망설인다. 시선이 위로 향한다) ‘신동아’ 같은 매체가 선정적인 질문을 하면 쓰나.”

    ▼ 꿈이 뭔가?

    “이루고픈 꿈이 있다. 항상 10년 뒤를 본다. 10년 뒤에 알려주겠다. 그때 다시 인터뷰하자.”

    이진숙은 이라크전쟁이 터지자마자 남자 기자들도 하기 힘든 종군기자로 이라크 현지에 뛰어들어 생생한 뉴스를 안방에 날려 많은 시청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스타 기자다. 그러나 요즘 MBC 사태나 정수장학회 논란에 휩싸여 정치적 논쟁의 한가운데 선 이진숙은 자기 신념이 강한 소신파다. 누구는 ‘MBC 장세동’이란 말도 한다. 6시간 동안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왜 그런 평가가 나오는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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