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보설 유포-측근 이태규 씹기에 安 캠프 발끈
- 달래며 협상 이어가도 정책-참모 챙기기 산 넘어 산
- 진 후보에 총리·각료 추천권 배분 이면 합의할 듯
- 민주당 일각 “安이 선대위원장으로 뛰어도 朴 버겁다”
“손 어떻게 잡을까요?”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팀이 11월 13일 손을 맞잡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가 ‘안철수 후보 양보설’을 언론에 흘린 점, 이러한 안철수 양보 기사를 지역에 유포시킨 점, 수많은 비정상적인 조직을 동원하는 점, 단일화 협의에 나선 안 후보 측 협상팀 멤버를 인신공격하는 점이 그것이다.
한국일보의 안철수 양보설 기사의 취재원은 익명으로 되어 있어 진위를 확인하기 어렵고 다른 사안도 물증으로 확인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각에선 안철수 후보 측이 공연히 생떼를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안 후보 캠프 사정에 정통한 한 여론조사기관 A 대표는 “안 캠프로선 단일화 협의를 중단할 만했다”고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다음은 A 대표의 말이다.
“원인은 문재인 쪽에 있었던 게 맞다. 문재인 캠프의 문성근 최고위원이 오버한 거다. 백원우 전 의원이 트위터에 ‘안철수 단일화 협상팀 이태규? 한나라당 정권을 만들었던 사람’이라고 안 후보 측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을 공격했는데 그것도 오버한 거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도 “민주당이 한 4, 5일 동안 호남에서 조직을 열심히 가동한 것으로 안다. ‘안철수 양보설’ 구전(口傳) 전파단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지지 여론의 본거지가 전남·광주인데 이쪽 호남 정서를 문재인 쪽으로 움직이려고 그런 것으로 안다. 호남이 전파 속도도 빠르고…. 단일화 결정 전 안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를 벌려놓으면 유리하니까”라고 설명했다.
“이태규 실장을 너무 씹는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을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협상이 중단된 건 민주당에서 페어플레이를 안 하기 때문이다. 조직을 동원한다. ‘오늘 중요한 조사 있으니 휴대전화 갖고 다녀라’라는 문자 보낸다고 한다. 민주당이 원래 하던 일이다. 또 민주당은 안철수 양보설 기사를 퍼 나르고. 우리는 새 정치 해야 하는데 저쪽이 워낙 옛날처럼 하니…”라고 말했다.
특히 이태규 문제는 양 캠프의 논란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태규 실장이 3대 3 단일화 협의팀의 핵심인데 민주당이 이 실장을 너무 씹는다. 면전에서 ‘이명박 정권 만든 거 잘못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인신 공격성 발언을 하는 것으로 안다.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면 ‘맞는 말 아니냐’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도 이태규 트라우마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태규 실장 같은 사람이 단일화 협의 파트너라니 웃기는 일이다. 안 후보의 용인술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아니면 이명박 정권 출신을 내세우는 말 못할 사정이 있거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이 원인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안 후보가 단일화 협의 중단까지 간 건 지나쳤다는 시각이 있다. A 대표는 “안 후보 측이 열 받았겠지만 단일화가 국민적 관심사인데 이렇게 감정을 드러낼 일은 아니었다. ‘최근 불리하게 돌아가니까 승부수를 던지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협의 중단 이후 안 후보가 더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협의 중단의 여파에 대해 A 대표는 “서둘러 봉합해도 단일화 이벤트에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흥미가 다소 떨어졌고 밋밋해졌다. 경기장 스탠드에 관중이 다 찰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안철수도 욕심을 내는 것으로 비쳤다”고 말했다.
“마누라에 주도권 잡으려면…”
민주당 측은 문 후보를 포함해 주요 인사들이 안 후보 측에 무조건 사과하고 달래는 모양새다. 내심으로는 문 후보로 단일화해도 효과가 반감될까 걱정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에선 ‘갈등-극적 화해-단일화-지지율 급등’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것도 갈등이 어느 정도여야 가능한 일이다. 안 후보 측 발언 수위가 너무 높고 진도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 측이 쏟아낸 “단일화 정신을 해치는” “세몰이도 도가 지나치다” “책임 있는 분들이 할 일이 아니다” “수많은 비정상적 조직을 동원”(이상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민주당이 언제부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게 됐는지”(이상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 “문 후보 측의 겉의 말과 속의 행동이 다르다”(유민영 대변인)와 같은 발언에 대해 민주당 측이 내심 불쾌해하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사과한 것에 대해 안 후보 측 송 본부장이 “사태 파악부터 정확히 하라”고 쏘아붙이자 민주당 내에선 ‘안 후보 측이 민주당 후보의 권위를 이렇게 훼손해도 되는 것이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마누라(안철수)에 주도권을 잡으려면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 이혼할 각오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문재인 후보가 사과만 하지 말고 배짱 있게 나갈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안 후보 캠프 측에 따르면 단일화 협의 중단 발표 이후에도 양측은 공약조율 협의는 이어가고 있었다. 안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 등록까지 남은 시간은 10일 정도인데 양측의 각각 1000여 개에 달하는 공약을 어떻게 다 조율하겠나. 경제민주화 같은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큰 틀에서 협의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캠프 측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성패의 핵심은 ‘진 쪽에 대한 배려’에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진 후보 측에 총리와 장관 몇 자리를 주는 등 차기 정권 내 지분 보장 문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력 야합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므로 양측이 이면 합의만 하고 구체적 내용을 발표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한다. 안철수 후보 측 관계자는 “권력 지분과 같은 문제는 암묵적으로 합의하지 않겠는가. 과거에 각서 쓰듯이 문서로 명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진 쪽에 주는 장관 수에 대해선 DJP(김대중·김종필) 공동정권이 JP에게 할당해준 장관 수보다는 많을 것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A 대표의 설명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진 후보 본인을 총리로 임명한다는 것보다는 총리나 각료 추천권을 전폭적으로 주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다. 또 진 후보 캠프의 참모들을 거의 다 수용하는 방안이 나오는 것 같다. 이는 지난 정권의 후보 단일화가 교훈으로 남긴 것이다. 이긴 쪽이 진 쪽 참모들의 80~90%를 수용해주지 않으면 단일화가 깨지게 되어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에 임하면서 ‘반드시 나로 단일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굽히지 않으면 단일화가 결렬될 가능성도 꽤 있다. 이에 대해 A 대표는 “양쪽을 다 만나 물어보니 양쪽 모두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일화 협의과정의 약속이 단일화 이후 계속 지켜질지는 지극히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정권 시절 새천년민주당 총재특보를 지낸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되면 그걸로 안철수 후보의 정치적 미래는 없어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황 소장의 설명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뒤 정몽준 후보가 밟은 전철을 안 후보가 비슷하게 따를 것으로 본다. 1997년 DJP 단일화 때 JP는 50여 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리고 있었고 충청이라는 확실한 지역기반까지 가지고 있었다. 또 안철수 후보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물 정치인 아니었나. 그럼에도 DJP 공동정부를 겨우 몇 년 끌고 갔을 뿐이다. 안 후보는 문재인으로 단일화되면 그것으로 사실상 끝이라고 봐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된 후 안 후보가 웃으며 흔쾌히 문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열심히 선거를 뛰어주어도 문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길까 말까다. 단일화 과정에서 감정이 상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돕는 데 시큰둥해하거나 외국에라도 가버리면 단일화 효과는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 소장은 “안 후보는 자신으로 단일화될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 민주당에 유리한 단일화 틀에 들어오기 전까지 문 후보와 민주당을 꽤 애먹일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문·안 후보 이간책 마련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안형환 새누리당 선대위 대변인은 “안 후보가 협상에 나서면 민주당에 잡아먹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