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나오는 비타500 광고. 제약사의 영양제도 합성비타민을 쓰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박카스의 아성을 무너뜨리며 드링크류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했던 광동제약 비타500의 TV CF 가을편의 내용이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착한’ 표정으로 이런 대사를 읊는 동안 자막에는 ‘비타민 C 500mg, 비타민 B2 13mg, 무카페인, 무방부제 무색소 착한 드링크 비타 500’이란 문구가 스치듯 지나간다.
‘착한 드링크’라는 말은 광동제약이 TV광고에서 처음 쓴 말이다. 다른 비타민 음료가 대개 그렇듯 비타500도 건강기능식품이다. 식품으로서의 비타500은 과연 몸에 얼마나 착한 것일까. 광동제약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잘 안다’는 CF 문구와 달리 비타500의 어떤 점이 착한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비타민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착하다고 했을 리는 만무할 터. 비타500의 비타민C가 다른 비타민보다 더 좋다는 언급도 없다.
비타500이 착하다는 근거는 도대체 뭘까. 광동제약이 이에 대해 밝히지 않으니 일반적인 잣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 답은 인공적 요소의 가미 여부다. 우리 땅에서 자란 순수 천연재료로 만든 음식에 ‘착한’이란 말을 붙이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화학’ ‘인공’ ‘합성’이란 말만 들어가도 일단 고개를 가로젓는 게 국민 정서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화제인 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선정하는 ‘착한 식당’의 첫 번째 기준도 화학조미료(MSG·글루탐산나트륨)를 쓰는지 여부다.
알고 보면 중국산 합성비타민
과연 비타500에는 인공적 요소가 전혀 가미되지 않았을까. 비타500에 들어간 비타민 C와 비타민 B2는 공장에서 생화학적으로 만들어낸 중국산 합성비타민이다. 합성비타민 C는 주로 감자나 옥수수 녹말에 박테리아(초산균)를 넣어 생성된 석유화합물을 다시 전기화학적으로 분해해 만든다. 이때 석유는 원유(原油)를 의미하는지는 않는다. 원유가 동식물이 썩어 만들어진 유기체라는 점, 화학식이 비슷하다는 점에선 유사성이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쓰는 석유와는 형상이 다르다.
합성비타민 C는 알고 보면 발견된 지 90년도 안 된 물질이다. 1928년 소의 부신피질로부터 추출됐는데 헝가리 출신 미국 생화학자인 알베르트 기요르기는 1937년 합성비타민 C를 만든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화학명은 아스코르빈산(C6H8O6). 발견 당시에는 잇몸과 코 등에서 피가 나는 괴혈병 치료제로 쓰였다. 결국 아스코르빈산은 세균과 전기화학적 방법을 이용해 탄소와 수소 산소를 천연비타민의 화학식처럼 결합시킨 인공물질일 뿐이다. 아스코르빈산은 물과 만나면 강한 산성을 띠기 때문에 빈속에 먹으면 위벽을 갉아먹거나 염증을 일으킨다. 비타민 C 영양제를 음식과 함께 먹으라고 권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들어서는 세균(에르위니아 헤르비콜라균)의 유전자를 조작해 만들어진 합성비타민 C가 개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미국 제약업체들이 개발한 에르위니아균의 유전자 변이체는 며칠씩 걸리는 합성비타민 제조의 복잡한 단계를 단 2시간으로 단축함으로써 비타민 원료가격을 폭락시켰다. 이미 유럽지역에는 유전자 조작 아스코르빈산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한국에선 확인할 길이 없다. 각 회사가 밝히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식품과 약품 모두 유전자 조작 여부 등의 법상 표기 의무는 없다.
신체 에너지 대사와 뇌신경물질 효소에 관계해 임산부와 태아에게 좋다고 알려진 비타민 B2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질병(결막염)을 일으키거나 독성이 있을 수 있는 박테리아(고초균)에 포도당을 먹여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합성비타민이기 때문이다. 화학명은 리보플라빈. 제조사들은 고초균이 먹을 당분을 주로 박테리아 사료시장에서 구하는데 영국과 중국의 경우 이 사료를 음식물쓰레기 등에서 구하는 곳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영국의 일부 비타민 B2 생산업체는 엄청나게 증가한 리보플라빈 소비량을 감당하지 못하자 고초균에 유전자조작을 단행해 생산량을 대폭 늘렸다. 고초균은 소화기관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2차 감염요소로 손꼽히고 있으며, 유전자 변이로 활동이 더 왕성해졌다면 이 고초균이 체내에 들어가 무슨 일을 벌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충격적인 영양제 원료
자연주의자들은 제철 과일과 채소, 잡곡을 하루 세끼 골고루 먹으면 구태여 비타민 제품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비타민 시장 빅10 안에 드는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일반의약품)과 경남제약의 레모나, 고려은단의 비타민에 사용되는 경구용 비타민 C와 B군도 모두 합성 원료를 사용한 비타민이다. 비타민 제품을 만들어 파는 제약사나 식품회사 중 3, 4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제품이 합성비타민을 쓰고 있다. 천연원료를 쓴다고 주장하거나 그렇게 알려진 회사의 경우에도 비타민 C만 아세로라 추출물을 쓸 뿐이고 비타민 B군에 대해선 시비가 많다. 이들 수용성 비타민류에 지용성 비타민류, 칼슘, 마그네슘 등 무기물까지 총망라한 종합비타민제제도 대부분 합성비타민을 원재료로 사용한다.
다른 비타민류의 원료 또한 그 근본을 따지고 들어가면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다. 일명 비타민 H라고 하는 비타민 B7 비오틴은 거리의 잡초인 푸마리아(서양 현호색류)를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푸마르산이 원료다. 머리카락과 피부에 좋다고 알려져 각종 샴푸와 건선치료제에 들어간다. 비타민 B복합체인 엽산(비타민 B9)은 식용 개구리의 피부를 원료로 합성한다. 식용 개구리의 피부를 벗겨내 물에 끓이면 썩은 생선의 악취를 풍기는 죽이 되는데 여기에 알코올과 에테르를 넣으면 기름이 둥둥 뜬다. 이 기름이 엽산의 주성분인 프테리딘이고 이걸 말려 포장한 것이 엽산이다.
엽산은 비타민 C만큼이나 인기 있는 비타민 중 하나로 특히 산부인과 의사들이 권장한다. 조산이나 태아의 기형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동맥경화와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비타민12(코발라민)와 결합해 성장 발달과 적혈구 생산에 주력한다. 열과 인공적 상황에 매우 민감해 가공식품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에겐 일부 부족할 수 있지만 하루에 한 끼라도 잡곡 빵이나 잡곡밥을 먹는 사람은 걱정할 게 없다. 하루 권장량이 충족되기 때문이다.
코발라민도 주로 동물의 썩은 시체나 이들이 썩어 분해된 진흙에서 화학적으로 추출한다. 이를 제조하는 실험실과 공장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기는 데다 원료물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최근에는 ‘라디오박터’ 세균을 유전자 조작해 대량 생산한다. 제약사나 식품회사 측은 “합성비타민은 맞지만 원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알 수 없다”고 답한다. 값싼 중국산이 아닌 영국 등 유럽산 ‘고급’ 원재료를 쓴다고 홍보하는 고려은단 측도 모르기는 마찬가지.
업체들 “전혀 문제 없다”
각 식품업체와 제약업체들은 “합성비타민이나 천연비타민 모두 화학식이 같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비타민 C 1000mg을 추출하려면 천연원료인 감귤 34개가 필요하다. 천연원료 비타민이라고 주장하는 비타민 제품가격이 3~4배가량 비싼 것도 그 때문이다. 합성비타민은 싼 값에 충분한 양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천연원료라는 것도 과연 100% 천연원료를 썼는지 따질 게 많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업체들의 해명처럼 제품의 형태로 나온 천연비타민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천연비타민은 과일이나 채소, 잡곡 등 자연물 내에 녹아 있는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인정한 천연원료 비타민이 있는데, 앞에서도 지적했다시피 비타민 B2의 제작법에 따른 시비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논쟁이 심하다. 비타민 C만 놓고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세로라 추출물로만 만든 제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 추출물을 정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1% 정도는 화학적 공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100% 천연비타민이라고는 말하긴 힘들다. 그래서 천연비타민도 아닌 천연원료 비타민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다.
예찬론자 “많이 쓸수록 좋다”
천연원료를 썼는지 합성비타민을 썼는지는 제품 라벨에 쓰인 원재료명이나 구성성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천연원료 비타민은 식물의 추출물로 표시되며 괄호 안에 비타민 성분 함량이 표시된다. 합성비타민은 비타민 성분이 바로 표시된다. 예를 들면 천연원료 비타민C가 든 제품은 ‘아세로라추출물(비타민C ○○% 함유), 200mg’, 합성비타민은 ‘비타민C’ 또는 ‘아스코르빈산’‘Ascorbic acid’라고만 적혀 있고 그다음에 용량이 쓰여 있다.
자연주의를 주창하는 학자나 학계가 지적하는 합성비타민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세 부분 모두 합성비타민 예찬론자와 제약업체 간 논쟁이 한창이라 어느 쪽이 옳다고 선을 그을 수 없다. 우선 흡수율 문제. 자연주의자들은 “채소, 과일, 곡식에 함유된 천연비타민(천연원료 비타민이 아님)은 흡수율이 대략 80~ 100%가 되는 반면, 합성비타민은 흡수율이 10%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개진한다. 예찬론자와 제약업체는 “그런 증거는 없다”고 맞선다.
다음은 합성비타민 제품이 한결같이 고용량이고 그로 인한 부작용이 크다는 점. 실제 필요 이상의 비타민이 들어오면 몸에 축적돼 저장되는 지용성 비타민은 하루 권장량의 1.5배에서 2배, B군과 C군처럼 필요 이상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수용성 비타민은 5배에서 10배까지 들어 있다. 합성비타민 C를 예로 들면 비타 500 한 병에는 500~900mg, 약품류는 한 알에 900~1000mg이 들어가 있다. 심지어 고려은단의 메가도스 3000에는 3000㎎이 들어 있다. 한국인 하루 권장량이 100mg이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이 70mg인 점을 고려하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식품과 약품의 하루 섭취 상한선은 1000mg이다.
비타민 예찬론자들은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좋다. 관련 논문도 많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메가도스 요법을 주창하는 이들은 “하루 3000~6000㎎ 이상의 비타민을 먹으면 각종 질환이 치료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자연주의자들은 “각각의 합성비타민마다 고용량을 먹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 매해 보고되고 있다. 고용량 복용은 사람을 죽이는 짓”이라고 비판한다. 그들에 따르면 합성비타민 B9인 엽산은 장기복용하면 비타민 B12의 결핍을 부르고 대량 복용하면 면역체계와 피부염 치료, 상처 치료에 필수적인 미네랄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 합성비타민 C는 하루 1000mg 이상 복용 시 설사, 출혈성 배변, 신장결석, 불임이 생길 수 있다.
“합성비타민 사망 위험 높다”
마지막은 합성비타민을 꼭 사서 먹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다. 즉 결핍이냐 과잉이냐의 문제다. 비타민 업체들은 “가공식품은 비타민을 파괴한다. 양만 늘었지 질은 떨어진다. 먹는 음식만으론 필요 비타민을 충족시킬 수 없고 결핍 상태가 되면 각종 질환에 걸리게 된다”고 주장하다. 반면, 자연주의자들은 “세끼 식사만 골고루 하면 하루 권장량은 충족된다. 지금은 영양과잉의 시대다. 비타민 결핍의 시대라는 건 제약사와 그들의 로비를 받는 학자집단의 공갈일 뿐이다. 결핍이 극단적으로 심해지면 질환이 올 수 있지만 이는 지역과 각 개체가 속한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의사의 전문적 진단이 필요하다”고 반박한다.
이와 관련해 2007년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크리스티안 글루드 박사는 미국의학협회보(JAMA)에 “비타민 보조제가 오히려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논문은 임상 단위가 23만2600명에 달하고, 학술논문 68건을 통계학적 방식으로 재분석해 나온 결과라 신빙성이 높았다. 학계에서는 이를 ‘코펜하겐 쇼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내용은 비타민 A·C·E, 셀레늄, 베타카로틴 보충제를 모두 복용하는 사람은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5% 높고, 비타민 A만 복용하면 사망 위험은 16%, 베타카로틴만 복용하면 7%, 비타민E만 복용하면 4% 높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