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호

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대선 이후 정국 시나리오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2-11-21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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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 막강한 청와대 등장… 野 책임론으로 분열
    • 문재인 - 안철수 총리 청문회 통과 못해 국정마비
    • 안철수 - 정치판 흔들땐 극한대치… 직접 국민상대 시도
    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12월 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서로 승리를 자신한다. 그리고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야 국운이 트이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흘러갈까. 현재 야권 단일화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세 후보 캠프의 내부 기류를 바탕으로 대선 이후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먼저 문재인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에 승리한다고 치자.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최대의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안철수와의 관계설정이 그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일종의 윈-윈 게임. 즉 권력분점을 전제로 할 것이다. 문 후보 본인도 얼핏 이야기했고 새누리당도 예측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안철수 초대 총리로 연결된다.

    이 때 안철수 총리는 대통령 마음대로 갈아 치울 수 있는 ‘비정규직 총리’가 아니다. 안철수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5년 임기를 꽉 채워줘야 하는 실세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측은 내각의 장관 몇 자리도 요구할 것이다.

    비정규직 총리 아니다

    1997년 출범한 DJP(김대중-김종필)공동정부이 비슷한 사례지만 문·안 정부는 그보다 더 이원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원적이라는 말은 문·안정부 내 문재인 대통령의 권한이 DJP정부 내 김대중 대통령의 권한보다 훨씬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국무총리 안철수가 국무총리 김종필보다 훨씬 셀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대통령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무총리 안철수는 DJP정부의 노쇠한 국무총리 김종필과 달리 젊은 차기주자다. 즉, 새 태양(문재인)이 뜨자마자 옆에 또 다른 새 태양(안철수)이 함께 뜨는 형국이다. 이는 봉건왕조시대에 형이 왕이고 동생이 세자인 상황과 유사하다. 조선 정조 시절 훗날의 태종이 세자였다. 자연히 왕의 권한이 위축되고 정권 내부가 이원화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눈치도 봐야 하고 국무총리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안철수, 현재 의혹만으로도 낙마”

    둘째, 세종시 변수다. 국무총리와 상당수의 장관은 세종시로 이전한다. 문재인 정권이 자신과 DNA가 다른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을 그대로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므로 아마 정부조직을 상당부분 뜯어고치려 할 것이다. 다만,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야당인 새누리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세종시로 얼마의 부처가 내려갈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세종시 이전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상당수의 부처가 내려갈 것이다.

    국무총리 안철수의 입장에서 한 번 보자. 본인이 세종시에 내려가므로 본인이 사실상 임명한 장관들은 무조건 함께 데려갈 것이다. 자동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서울과 세종시의 공간적 거리까지 겹치면서 안철수와 그의 장관들은 대통령 문재인의 통제권에서 거의 벗어난 사실상의 자치를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치(內治)는 국무총리가 외치(外治)는 대통령이’라는 이원집정부적 아이디어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나온 바 있는데 이점이 다소 어설프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개된다면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경험칙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바로 대통령-총리 간의 권력투쟁이다. 권력은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공무원들은 미세한 ‘힘의 불균형’을 귀신처럼 감지하여 힘이 센 쪽에 붙는 속성이 있다. 문 대통령과 안 총리 간에는 서로 여권 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밀한 권력다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 안철수는 총리로서의 지위를 누리면서 동시에 2017년 대선을 도모할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아야 하므로 총리 안철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견해가 다른 큰 사안이 발생하면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여당 출신 전직 중진 의원은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단일화에서 진 후보는 감사원장이나 총리를 맡으면서 국정경험을 쌓고 이미지를 관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내면서 대통령에게 대들어 ‘대쪽’이미지를 구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초기 소위 친이계 주류인 이상득-박영준 체제에 대항했던 친이계 비주류들은 “정치보복 차원에서 사정기관의 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문재인-안철수 간의 관계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완전히 관점을 달리하여, 일단의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나리오의 전제인 ‘국무총리 안철수’가 결코 존재하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총리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과반수가 넘는 154석(선진통일당 4석 포함)을 확보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안철수 국무총리 후보의 총리 임명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욱이 대선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국무총리 구도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서, 증여세 포탈이 드러났거나 그 혐의가 매우 짙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외 말 바꾸기, 언행불일치의 심각성도 상당한 수준이다. 지금까지의 고위공직자 청문회 전례로 볼 때 낙마 사유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안 후보는 대선에서 검증받는 게 오히려 더 수월할 것이다. 대선 때는 개인정보를 제출하지 않지만 청문회에 서면 다 내야 한다. 혹독한 검증이 진행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명박 때리기는 필연”

    전략적인 관점에서도 대선 패배로 자칫 당이 와해될지 모르는 새누리당이 새 정권에게 순순히 레드카펫을 깔아줄 리 만무하다. 새누리당 의원들로선 총선이 2016년에나 실시되므로 당장 자신의 당락과 연계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만약 이러한 예상이 현실화되면 문·안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국정마비 사태를 맞게 된다. 정국이 여야의 벼랑 끝 대치상태로 들어감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 극심한 이념논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이에 대해 한 정치 평론가는 “여여가 극적으로 대타협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안철수 외에 또 다른 변수도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각각 충청과 호남의 맹주인 이들은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치적인 노련미는 문 후보를 압도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이들에게 휘둘릴 경우 청와대의 힘은 급격하게 빠진다. 문재인이 여의도 정치에는 왕초보에 가깝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권은 이명박 정권을 부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명박 보수정권 5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청산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4대강 사업 등 이명박 정권을 둘러싼 각종 의혹 규명, 한미 FTA 재협상 같은 작업을 벌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재인 캠프의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문 후보로의 단일화를 낙관하면서 “집권하게 되면 문재인-안철수 라인이 윈-윈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만일 문재인 정부에 안 후보가 참여한다면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뼈가 있는 말로 답했다.

    “무소속 대통령 놀이로 날 샐 것”

    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갈등을 녹여내겠죠. 그보다는 안 후보 측이 다음에 명실상부한 국가지도자가 되기 위한 구상을 하지 않겠어요? 만일 (새 정부에 참여해서) 사사건건 간섭하고 내 몫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 변화의 이미지가 사라져 버리겠죠. 따라서 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보는 데 관심을 가질 겁니다. 안 후보가 그동안 던져준 메시지를 유지해야 안 후보 다운 것이지, 조그만 권력 좀 나눠가지려고 티격태격하면 이미지가 퇴색될 것이니,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아요.”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정권 하에서 공직에 참여하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이에 대해 한 야권 인사는 “그렇다고 안 후보가 여당의 당권을 쥘 수도 없을 거다. 공직도 안 맡고 당권도 못 쥘 거면서 후보단일화를 왜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후보단일화가 무산된 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문 후보는 당연히 안 후보에 대한 부채가 없으므로 독자적으로 정부를 꾸리면 된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최대 쟁점은 무소속 대통령 실험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이런 일이 일찌감치 닥쳐올지 모른다. 문재인 캠프 김부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안철수 후보는 정당을 극도로 불신한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고 정권을 잡으면 아마 민주당은 오갈 데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가 올 수 있다”고 했다.

    무소속 대통령의 탄생은 그 자체만으로 한국 정치사에 획을 긋는 일이다. 안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판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조차 하기 어렵다.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과정에서 ‘선거 전 신당 창당설’이 돌았지만 안 후보 측의 강력한 부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일각에선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소속 대통령 놀이로 날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단 안철수 당선인이 민주당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대신 ‘헤쳐모여’를 통해 새 여당을 만드는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 때 여야를 막론하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불가피해진다.

    당장 그려볼 수 있는 구도는 안철수 정부가 현재의 민주당을 리모델링하거나 신당을 창당하는 방법이다. 이 경우 민주당에서도 잔류파가 있을 수 있고, 박근혜 후보의 대선패배에 따라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이탈해 합류할 수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취임한 뒤 자신이 몸담았던 새천년민주당의 친노파는 물론이고 한나라당의 개혁성향 의원들까지 끌어들여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여야 간 과반의석 구도가 무너지는 것까지 충분히 상정되므로 당하는 쪽에서는 극렬하게 저항할 것이다. 안철수 신당창당은 바로 여·야간 극한 대치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 캠프는 집권 후 정계의 변화를 예측하는 데 조심스러워 한다. 당장은 대선 승리가 목표지 당선 된 후의 정치지형까지 그려보려고 하지 않는다.

    조용경 “직접민주주의 할 것”

    다만 안철수 정권이 정치권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는 안 후보의 입장 표명은 있었다. 안 후보는 지난 10월 10일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에 야당이 당선되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 같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 나가면서 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이런 구상이 별로 변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안철수 캠프의 조용경 국민소통자문단장은 최근 기자에게 “안 후보가 야권후보 단일화 조건인 정치 개혁의 3대 요소로 제시한 협력의 정치, 직접민주주의 강화, 특권 내려놓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단장은 “협력의 정치는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와 야를 다 아우르는, 양쪽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대승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지금처럼 한쪽이 한쪽을 배제하는 증오의 정치를 끝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직접 민주주의 강화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민투표, 주민투표, 주민소환 등 헌법에 보장된 직접민주주의 장치를 활용하고 활성화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헌법 제72조에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조 단장은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국정현안이 어떤 것인지는 더 검토해야겠지만 국민투표도 직접민주주의의 수단 아니냐. 그리고 골목상권 침해 등 지역별 현안은 주민투표로 해도 된다”고 밝혔다. 안철수 정부가 탈(脫)정당 상태로 직접 민주주의 형식의 대국민 소통 방식의 국정운영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조 단장은 ‘직접민주주의 강화 내용이 자칫 안 후보의 무경험 정치인, 불안한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해보지 않았다고 지레 어렵다고 생각해서는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 잡지 못한다. 국민의식에도 부응하지 못한다. 지금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나 요구를 봤을 때 그런 시도도 가능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게 맡겨주세요”

    안철수 대통령은 무소속으로 남든, 여당을 만들든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에 다른 파워그룹의 협력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이 그룹은 관료집단이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관료집단을 끌어들이면 여야의 개념이 아니라 행정부 대 입법부의 개념이 된다. 이 경우 자연히 총리를 위시한 행정부는 전문 관료들이 맡고 대통령은 큰 틀의 대통령 프로젝트에 전념하는 구도가 된다.

    안철수 정부가 출범했을 때 문재인 총리가 등극할 가능성은 낮다. 문재인 정부의 안철수 총리 카드와는 사정이 다르다. 단일화에서 배제된 문재인 후보 대신 민주당의 다른 지도자가 총리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는 국회의원 수를 현재 300명에서 100명을 줄여 200명 선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이 공약은 실천 가능하다. 1980년 개정된 헌법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200인 이상’으로만 규정해 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밥그릇이 줄어드는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극렬 반발할 게 뻔하다. 이 경우 청와대와 국회의 대치로 정국이 극도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안철수 정부는 아마추어 정부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다. 바람을 타고 대통령이 될 수는 있으나 바람으로 잘 통치하기는 무척 어렵다. 안철수를 뽑는다는 것은, 정치·행정 경험 전무(全無)의 신인이 단지 머릿속에서 꿈꾸어온 전대미문 무소속 대통령 실험에 5년 간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것과 같을 수 있다. 그러기에는 이 기간이 너무 길고 5000만 국민의 삶이 너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 낙선한 박근혜 후보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 이후에는 새누리당은 김문수 경기지사나 남경필·김태호 의원 같은 젊은 세대가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경우 각료인선이나 정계개편과 관련된 변화의 소지는 상대적으로 덜하다. 가장 큰 쟁점은 청와대와 정부의 성격이 될 것이다. 여·야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근혜 후보의 불통·공주 이미지로 볼 때 ‘구중궁궐의 제왕적 청와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박 후보가 곧잘 사용하는 말이 “제게 맡겨 주세요”다. 불통 이미지가 오버랩 된다. 그는 어떤 현안이 발생할 때 주변 의견을 모아 해결 방안을 찾기 보다는 혼자 고독하게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결정적인 선택을 할 때 조언을 구하는 개인이나 그룹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친박계 핵심들은 “전적으로 의지하는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판단은 스스로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 위상 막강해질 듯

    이런 점으로 볼 때 박근혜 대통령은 ‘비서정치’로 나라를 이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직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분할통치를 본받아 국정을 운영할 것이라는 견해다. 비서정치는 참모정치와는 다르다. 참모정치는 참모의 의견을 다양하게 듣고 지도자가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비서정치는 혼자 구상하고 결정한 뒤 비서들에게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 식이다. 비서는 입이 없는, 그야말로 그림자 보좌에 그친다. 신뢰할 수 있는 소수의 핵심 비서들에게만 중요한 일을 맡긴다. 따라서 실행과정에서 실세 비서들에게 힘이 실린다. 비서정치는 행정부와 여당보다는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받는 청와대에 힘을 실어준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국정의 컨트롤타워로서의 막강한 위상을 되찾을 전망이다.

    박 후보의 인사 스타일은 2인자를 두지 않는 점, 한 번 신뢰한 사람에게 무슨 일이든 맡기는 점, 마음이 멀어진 사람은 가차 없이 내치는 점이 요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이면 조직의 필요에 의해서라면 핵심 측근도 희생시키는 점을 들 수 있다. 친박계가 공천학살을 당했던 2008년 총선 당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친이계 인사의 후일담이다.

    “당시 친박계 좌장 김무성 전 의원이 공천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친이계가 쳤다고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공심위에서 친이계 몫은 이방호 전 의원이, 친박계 몫은 강창희 현 국회의장이 챙겼는데 영남권에서 양쪽이 같은 수의 계파 의원을 탈락시키기로 하고 서로 명단을 제출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안강민 공심위원장이 친이계 거물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을 탈락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 친이계가 ‘친박계에서도 비중 있는 인물을 한 명 탈락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더니 친박계가 김무성 전 의원의 명단을 제출하더라. 김무성 전 의원의 공천탈락은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친박계 내부에서 결정한 것이다. 박 후보가 몰랐겠는가.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운영 경험 부족으로 초기에 상당한 혼선을 빚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정권 말기에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국정을 익혔다고 하지만 30년도 더 된 일이다. 21세기 국가경영의 기본 틀과는 다르다. 정치입문 후에도 야당인 한나라당에 몸담았고 한나라당이 여당이 된 뒤에는 여당 속 야당 역할만 했다.

    이처럼 박 후보가 ‘불통 대통령’, ‘독선 대통령’, ‘초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친박계 핵심으로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조원진 의원의 말이다.

    “측근도 버리는 인사스타일”

    “박 후보는 당을 이끌던 시절에 당직자들을 믿고 전권을 줬다. 권력분산의 모습을 보여온 것이다. 그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의회주의자다. 탈(脫)여의도를 선언하고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는 바람에 매끄러운 국정운영을 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과는 다르다. 박 후보가 나라를 이끌면 불통이 아니라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탕평인사를 하고 총리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박근혜표 정치쇄신안에는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 보장’과 ‘장관의 부처·산하기관 인사권 보장’이 포함돼 있다. 문·안 후보의 대통령 권한 분산 방안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조 의원은 “따지고 보면 박근혜 후보가 가장 준비된 대통령 아니냐”며 “우리가 먼저 공약을 발표하면 야권의 두 후보는 그것을 거의 베끼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박 후보는 재정조달 방안까지 꼼꼼히 따져 공약을 내놓기 때문에 아마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공약을 잘 지키는 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의 스타일을 잘 아는 한 중진 정치인은 “박근혜 후보의 경직된 모습,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성격 같은 것은 지금 와서 바꿀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막상 국정을 이끄는 위치에 앉으면 참모나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섰을 때도 정계의 새판 짜기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지난 5년 동안의 국정난맥과 권력남용을 파헤칠 경우 이재오 의원을 비롯한 친이계가 집단 탈당 등의 형식으로 항거할 수 있다. 또 권력을 쫓아 일부 야당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들이 새누리당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미 과반의석을 확보한 상태고 친박계가 새누리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으므로 박근혜 정부에서 정계개편의 폭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어떻게 될까.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놓고, 민주당 분열이 심각해지고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보수 정권 10년이 이어지기 때문에 진보진영은 상당히 어려운 정치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후보의 낙선으로 이해찬 당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는 퇴진 압력을 받고 문 후보도 정치 생명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문 후보는 그때는 의원 신분이 아닌데다 낙선한 이회창 후보처럼 당을 장악하고 있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 경우 친노 세력의 정치 운명은? 이·박도 이미 나이든 정객이라 후일을 도모하기엔 무리여서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 차세대 주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대선 후 회오리 분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에 패배한 마당에 5년 후를 내다보며 민주당과 계속 보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대선 때와 같은 사이가 될 수 있을까. 민주당 차세대 주자들이 대권에 실패한 안철수를 그냥 놔둘 리 없다. 그렇다면 안철수 캠프가 따로 제3정당을 만들어 독자적인 정치를 통해 5년 후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안철수 거품이 꺼진 상태에서 예전의 인기가 지속될지 의문이고 소속 의원도 송호창 의원 1명뿐이어서 과연 얼마나 세력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외의 상황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세 후보 중 누가 당선 또는 낙선하느냐 하는 경우의 수에 따라 어차피 정치권에는 큰 회오리가 불 수 밖에 없다. 정치권이 지금 혈투를 벌이는 것도 1차적으로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함이요, 2차적으로는 최악의 경우 다음 포석까지 염두에 둔 정치 수(手)의 싸움이기도 하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도 관심이지만, 그 이후 정치권이 어떻게 요동칠지도 관전자는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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