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인공관절 모형.
65세 이상 인구의 10명 중 7, 8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숙명’처럼 안고 사는 퇴행성관절염. 무릎은 퇴행성관절염의 대표적 질환 부위로 무릎을 많이 사용해서 생긴 질환이기 때문에 닳아버린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다. 50세 이하 젊었을 때 생기는 초기 무릎 관절염의 경우는 요즘 새롭게 각광을 받는 줄기세포 요법으로 치료가 가능하고 외상으로 인한 연골손상이나 중등도의 관절염은 내시경 요법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상태가 심해져 무릎이 변형된 경우에는 닳아버린 무릎 연골을 제거하고 인공 관절연골로 교체하는 인공관절 성형술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인공관절 성형술을 받는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5년 동안(2005~2009년) 무릎 인공관절 수술 환자를 분석한 결과, 수술 건수가 2005년 2만5414건에서 2009년 5만40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건수가 많아짐에 따라 수술 결과가 부정적인 사례도 늘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은 손상된 관절을 깎아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것이므로 수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이상 치료 대안이 없다는 한계를 지닌다. 더욱이 인공 보형물의 수명이 일반적으로 15~20년인 까닭에 60대 초반 환자는 75~80세에 이르러 재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최초 수술보다 결과가 나쁘고 고령에 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이럴 때는 인공관절 수술 전에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의 상태나 나이 등에 맞는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
예술작품 만들 듯
그렇다면 인공관절 성형술은 어떤 환자가 어떤 상황에서 받는 게 가장 적절할까. 그동안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관절 전문의들이 말하는 인공관절 성형술의 성공 조건은 7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적절한 나이다. 무릎 인공관절은 금속 성분의 대퇴 삽입부, 아래 다리 삽입물과 그 사이에 있는 플라스틱(Plastic) 성분의 중간 삽입물이 있는데 오랜 기간 사용하면 중간 삽입물이 반드시 닳아 없어진다. 인공관절의 수명이 평균적으로 15~20년이라는 말도 이 때문에 나왔다.
인공관절 수술 시 나이가 중요한 것은 연령대별로 인공관절의 마모 정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젊으면 젊을수록 활동량이 많기 때문에 인공관절이 빨리 닳을 수 있다. 따라서 인공관절 수술은 사회생활이 활발한 50대 이전에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고 60대에는 상황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인공관절 수술의 적기는 70대 이후라 할 수 있다. 50대 이전은 무릎 내시경술이나 줄기세포 치료와 같이 무릎을 살리는 치료를 해보는 게 좋다.
인공관절 수술은 닳아버린 뼈를 인공물로 대체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이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관절염이 일어나는 부위는 허벅지뼈와 종아리뼈가 이어지는 부위, 즉 관절이 닳아서 발생하지만, 그 기간이 오래되면 관절 주위의 근육, 인대 등 주변 연부 조직에 영향을 준다. 특히 관절이 한쪽으로 많이 닳아 다리가 O자형이 되면 연부조직들도 같이 오그라들어 종국에는 서로 달라붙어버린다. 무릎이 휘거나 굽은 상태로 굳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 인공관절 수술이 잘되어도 무릎이 아프거나 무릎이 펴지지 않는 뻗정다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연부조직 균형 수술을 병행해야 한다. 굳어버린 연부 조직을 수술 중간 중간 계속 구부렸다 폈다, 틀었다 하면서 제대로 펴지지 않는 부위를 1mm 씩 풀어주는 과정이 그것이다. 시술자가 오로지 손으로 느끼면서 하는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장인이 예술품을 만드는 작업과 비견된다. 굳은 연부를 풀어 무릎의 균형이 이뤄지면 인공물을 삽입한다.
인공관절을 삽입할 때도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 인공관절의 각 부분 중 수명을 결정하는 것은 대퇴부 삽입물과 아래다리 금속삽입물 사이에서 윤활 작용을 하는 플라스틱 삽입물이다. 재수술을 해야 하는 이유도 이 중간 삽입물이 닳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삽입물을 약간 빡빡하게 삽입하는지, 느슨하게 삽입하는지에 따라 무릎의 운동성이 결정되고 또한 그에 따라 마모의 속도와 정도가 정해진다. 약간 빡빡하게 삽입하면 운동성이 줄어드는 대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느슨하게 삽입하면 운동성이 좋아지는 반면, 수명이 줄어든다.
쪼그려 앉지 마라!
조재현 원장의 인공관절치환술 장면.
하지만 인공관절 수술의 성공 여부는 오히려 수술 자체보다 수술 후 초기 재활치료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관절은 2~3주만 사용하지 않으면 굳어버려 펴지지 않게 된다. 비록 수술에 따른 통증이 있더라도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열심히 재활치료에 임해야 하며 운동성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의료진의 적극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입원실이 허락된다면 병원에서 조기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게 좋다.
사실 말이 쉽지 수술 후의 통증이나 재활운동의 고통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 마취통증의학과에서 하는 시술이 경막외 신경차단술과 대퇴 신경차단술이다. 허리에서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통증을 줄여주는 시술인데 환자의 신체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에 따라 이 두 시술 중 어느 것을 할지, 혹은 두 시술을 다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시술은 조기에 통증 없이 재활치료를 할 수 있게 해 수술 결과를 좋게 한다.
출혈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도 수술의 성패에 영향을 끼친다. 인공관절 치환술 과정에서 출혈량은 평균적으로 1500~2500cc 정도. 이보다 많은 양의 출혈은 체력의 저하뿐만 아니라 상처 부위의 회복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처럼 출혈량이 많으면 수혈이 필요하지만 감염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응고장애가 있는 환자의 경우 피가 멈추지 않아 큰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이는 고령 환자가 수술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무수혈로 수술을 진행하는 게 관건이 된다. 출혈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수술 과정에서 되도록 피부 및 근육, 힘줄 손상을 줄이고, 수술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부득이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 전 자기 혈액을 확보한 후 수술 중이나 후에 수혈하거나 혈액 세척 장치를 사용해 ‘자가수혈’하는 방법을 사용 한다.
과체중과 비만은 관절 손상과 관절염의 유발인자이기도 하지만 인공관절의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보통 걸을 때 무릎에 전해지는 하중은 체중의 4배. 5kg이 더 나가면 무릎에는 10~20kg의 하중이 전해지는 셈이다. 인공관절을 오래 편하게 쓰고 쉽다면 살을 빼야 한다. 그러면 결국 몸도 건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