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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대선 이후 정국 시나리오

  • 송국건|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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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 막강한 청와대 등장… 野 책임론으로 분열
  • 문재인 - 안철수 총리 청문회 통과 못해 국정마비
  • 안철수 - 정치판 흔들땐 극한대치… 직접 국민상대 시도
대통령 누가 되든 정치권 태풍 분다
12월 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서로 승리를 자신한다. 그리고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야 국운이 트이고 국민들이 잘 살 수 있다고 장담한다. 실제로 일이 그렇게 흘러갈까. 현재 야권 단일화 변수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세 후보 캠프의 내부 기류를 바탕으로 대선 이후 시나리오를 전망해봤다.

먼저 문재인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를 누르고 대선에서도 박근혜 후보에 승리한다고 치자.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최대의 난제에 직면하게 된다. 안철수와의 관계설정이 그것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일종의 윈-윈 게임. 즉 권력분점을 전제로 할 것이다. 문 후보 본인도 얼핏 이야기했고 새누리당도 예측했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안철수 초대 총리로 연결된다.

이 때 안철수 총리는 대통령 마음대로 갈아 치울 수 있는 ‘비정규직 총리’가 아니다. 안철수 본인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5년 임기를 꽉 채워줘야 하는 실세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측은 내각의 장관 몇 자리도 요구할 것이다.

비정규직 총리 아니다

1997년 출범한 DJP(김대중-김종필)공동정부이 비슷한 사례지만 문·안 정부는 그보다 더 이원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원적이라는 말은 문·안정부 내 문재인 대통령의 권한이 DJP정부 내 김대중 대통령의 권한보다 훨씬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국무총리 안철수가 국무총리 김종필보다 훨씬 셀 것이므로 상대적으로 대통령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국무총리 안철수는 DJP정부의 노쇠한 국무총리 김종필과 달리 젊은 차기주자다. 즉, 새 태양(문재인)이 뜨자마자 옆에 또 다른 새 태양(안철수)이 함께 뜨는 형국이다. 이는 봉건왕조시대에 형이 왕이고 동생이 세자인 상황과 유사하다. 조선 정조 시절 훗날의 태종이 세자였다. 자연히 왕의 권한이 위축되고 정권 내부가 이원화 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대통령의 눈치도 봐야 하고 국무총리의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안철수, 현재 의혹만으로도 낙마”

둘째, 세종시 변수다. 국무총리와 상당수의 장관은 세종시로 이전한다. 문재인 정권이 자신과 DNA가 다른 이명박 정부의 정부조직을 그대로 인수할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므로 아마 정부조직을 상당부분 뜯어고치려 할 것이다. 다만,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야당인 새누리당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세종시로 얼마의 부처가 내려갈지는 확실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세종시 이전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상당수의 부처가 내려갈 것이다.

국무총리 안철수의 입장에서 한 번 보자. 본인이 세종시에 내려가므로 본인이 사실상 임명한 장관들은 무조건 함께 데려갈 것이다. 자동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서울과 세종시의 공간적 거리까지 겹치면서 안철수와 그의 장관들은 대통령 문재인의 통제권에서 거의 벗어난 사실상의 자치를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치(內治)는 국무총리가 외치(外治)는 대통령이’라는 이원집정부적 아이디어가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나온 바 있는데 이점이 다소 어설프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개된다면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경험칙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바로 대통령-총리 간의 권력투쟁이다. 권력은 누구와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공무원들은 미세한 ‘힘의 불균형’을 귀신처럼 감지하여 힘이 센 쪽에 붙는 속성이 있다. 문 대통령과 안 총리 간에는 서로 여권 내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내밀한 권력다툼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국무총리 안철수는 총리로서의 지위를 누리면서 동시에 2017년 대선을 도모할 것이다.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성공한 정권으로 평가받아야 하므로 총리 안철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서로 견해가 다른 큰 사안이 발생하면 갈등을 일으킬 소지도 다분하다. 여당 출신 전직 중진 의원은 “진보진영이 정권을 잡으면 단일화에서 진 후보는 감사원장이나 총리를 맡으면서 국정경험을 쌓고 이미지를 관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총리를 지내면서 대통령에게 대들어 ‘대쪽’이미지를 구축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명박 정부 초기 소위 친이계 주류인 이상득-박영준 체제에 대항했던 친이계 비주류들은 “정치보복 차원에서 사정기관의 사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일이 문재인-안철수 간의 관계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완전히 관점을 달리하여, 일단의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나리오의 전제인 ‘국무총리 안철수’가 결코 존재하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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