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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고민 없는 급조 대선 공약의 실상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땀과 고민 없는 급조 대선 공약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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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고민 없는 급조 대선 공약의 실상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11월 11일 ‘다섯 개의 문’공약을 밝히고 있다.

축소 시리즈는 대선 판에서도 전혀 쟁점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는 정치개혁을 모토로 내걸고 있는데 그 정치개혁의 실질적 내용이라는 게 다소 황당한 ‘축소 시리즈’외에는 별 게 없다는 말이 된다.

안철수 후보의 정치공약 가운데 가장 문제가 많은 공약은 청와대 이전일 것이다. 벌써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잊혔지만 세종시 관련 주식까지 반짝 끌어올리기도 했던 이 공약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가까운 곳으로 옮기되 새로운 장소는 국민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옮기려 한다. 하지만 어디로 옮길지는 지금 말 못한다’는 논리다. 역대 대선에서 몇몇 군소 후보가 제기해온 ‘각론 없는 뜬구름 잡는 공약’과 다름없는 수준이다. 심지어 허경영 후보도 ‘유엔본부 비무장지대 이전’ 공약을 내놓을 때 이전될 장소 정도는 밝혔다.

안 후보가 장소는 언급하지 않은 채 청와대 이전 문제를 언급한 데에는 여러 가지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세종시가 포함된 충청권 민심을 얻고자 했을 것이다. 다른 지역도 관심을 가질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캠프 내부에서는 ‘꽃놀이패’라고 자화자찬했을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안철수의 정치 분야 공약 중 눈에 띄는 공약 대부분이 이러한 종류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안철수의 약속이 이뤄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하지만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준비 부족을 시선 끌기로 돌파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유권자 ‘확’ 깨게 만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행정수도 이전 공약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도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공약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이전은 신행정수도나 대운하만큼 거대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의 환상을 불러오지는 못한다. 득표 전략으로도 파괴력이 낮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실성은 더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유권자의 생각을 ‘확’ 깨게 만든 공약이라고 할 수 있다. 안 후보에게는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다. ‘어차피 비현실적으로 나갈 거면 차라리 더 환상적인 거대 공약을 제시하라! 그러면 오히려 길이 열릴 지도 모른다.’

안 후보가 심혈을 기울인 비정치 분야 공약은 어떨까? 최근 진보진영에서는 단연 안 후보의 정책공약이 화제인데, 뜻밖에도 “구체성이 떨어지고 재원조달 계획은 아예 없다”는 볼멘소리만 들린다. 기업인 출신답게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서 제시해주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밀실 개혁’이다. ‘88만 원 세대’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안 캠프에 대해 “교수와 변호사끼리의 밀실 개혁은 불가능”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후보의 정책공약이 내용 면에서 보수와 진보, 냉탕과 온탕을 넘나들기도 한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대기업의 순환출자 문제와 관련해 신규 순환출자를 우선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에는 3년 내 해소를 조건으로 만약에 해소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당 출자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에 안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처분 명령 여부는 재벌의 시정 노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제안했다. 이것은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안철수 후보가 놓치고 있는 또 다른 점은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정치 분야로 한정시키고 있는 점이다. 안 후보는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한 경제 분야 전문가다. 그런데 정작 경제 분야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없다. ‘혁신경제’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어떤 경제를 하려 하는 것인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경제 질서에 대한 비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추가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미래 산업, 특히 탈(脫) 추격(Post catch-up) 이후의 넥스트 비즈니스(Next business)에 대한 제안도 없다. 중화학 공업이 아닌 무엇, IT가 아닌 무엇, 특히 토목이 아닌 무엇 말이다. 안철수라면 뭔가 획기적인 것을 내놓을 것이라고 국민은 기대했는데 안 후보는 아직 그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와 경제복지 분야와 통일안보 분야 공동선언 협상을 진행한다고 하니 유권자들은 결국 안 후보가 민주당에 묻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눈길 끈다 싶더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불행하다. 국민은 박근혜 후보에게서 아버지 시절의 강한 리더십을 떠올린다. 자연히 고도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다. 안철수 후보에게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유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어떤 것을 바란다. 그러나 문 후보에게는 특별히 기대할 만한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문 후보의 정책공약은 과거 민주당이 해온 바의 연장선에서 무난하게 만든 모양새다. 특별히 지적할 점도 없지만 딱히 와 닿는 것도 없다. 문 후보의 공약은 문 후보의 아바타인 양 밋밋하고 싱겁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비전의 제시와 이를 이뤄내는 실천력이라고 할 때 문 후보는 현재까지 비전 제시 능력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는 눈길을 끌 만한 공약을 내놓았다. 제주 해저터널 건설이 그것이다. 11월 7일 민주당은 ‘광주·전남 발전을 위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약속’16개 항을 제시했는데 이 가운데 전남 발전 공약 가운데 하나로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을 내놓았다. 그러나 제주발전연구원이 환경 훼손 우려가 있는데다 사업 타당성도 낮은 만큼 제주 신공항 건설 이후 장기과제로 논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까지 제기되자 문 후보는 황급히 말을 바꿨다. 제주 신공항 건설이 우선이고 해저터널은 장기 과제라고 한 것이다. 이후 제주지역에선 문 후보 말 바꾸기 논란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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