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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Story

19살 北 마타하리 “오빠~ 사랑해” 남자는 눈이 멀어 두만강을 건넜다

북한 여인에 빠져 간첩 된 두 男子 사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19살 北 마타하리 “오빠~ 사랑해” 남자는 눈이 멀어 두만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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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는 여간첩의 대명사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프랑스를 오가면서 스파이로 일했다. 본명은 마그레타 G 젤러. 마타하리는 말레이어 ‘여명의 눈동자’라는 뜻의 별칭이다. 마타하리는 프랑스 파리의 물랭루즈에서 무희로 활동하며 성(性)을 이용해 군사정보를 빼냈다. 프랑스 국방장관, 외교관, 군 장교에게 접근해 정보를 수집했다. 41세 때인 1917년 사형선고를 받고 총살됐다.

거의 모든 국가의 정보기관이 공작활동을 한다. 한국은 국가정보원, 국군정보사령부가 대북 공작에 나선다. 정보사가 북한 군사정보 수집과 대북 침투공작을 담당한다. 북한에서 이은주, 김수옥은 ‘애국자’일 것이다. 소녀티를 갓 벗은 열아홉 살 여인(이은주가 실제로 19세였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에게 성관계를 이용한 공작에 나서게 하는 집단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이은주는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빠~. 나하고 함께 북조선에 가요. 오빠는 환영받을 거예요. 돈이 많지 않아도 평생을 잘살 수 있는 곳이에요.”

손 꼭 붙잡고 두만강 건너



A씨는 사랑에 눈이 멀었다. 결심했다, 이은주와 함께 북한에 들어가기로. “북조선에선 돈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도 혹했다. 두 사람은 자동차를 타고 선양에서 옌지로 이동했다. 시장에서 옷, 구두를 구입했다. 두만강변으로 이동해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강폭은 생각보다 좁았다. 이은주가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손을 꼭 붙잡았다. 그러곤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수심 역시 생각보다 낮았다. 15분 남짓 걸었을까? 두만강 남안에 도착했다. 이은주가 이끄는 대로 산길을 넘었다. 이은주는 자주 이 길을 오간 듯 지리에 밝았다. 북한 국경 경비대원이 두 사람을 불렀다. 군대 막사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았다. 북한 군인은 A씨와 이은주의 눈을 안대로 가리고 차량에 태웠다. 안대를 풀자 ‘혜산여관’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A씨는 이곳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군대에서 취득한 정보를 A4 용지에 그리거나, 글로 쓰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일러줬다.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 정착해서 계속 살 생각이었으므로 북한에서 필요로 하는 정보는 군사기밀, 일반 현황을 가리지 않고 아는 한도 내에서 다 알려줄 생각이었습니다.”

A씨는 “본인 ○○○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위하여 최선을 다해 헌신하여 당을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충성 결의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보위부는 A씨에게 한국에 돌아가 할 일을 일러줬다.

첫째, 남과 북이 자체적으로 통일하게끔 고향에 가서 친한 친구와 선후배에게 잘 이야기해라. 둘째, 미군이 철수하게끔 거리 시위나 반미 서명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라. 셋째, 인터넷을 통한 반정부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북조선을 찬양하는 사이트를 찾아 글을 많이 올려라. 넷째, 북조선에 대해 좋은 말을 많이 해 북조선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올 수 있도록 잘 이야기하라.

김수옥의 미끼에 걸린 B씨도 두만강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 김수옥은 북한에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B씨에게 거듭 권했다.

“북한에 아는 보위부 오빠가 많아요. 안전은 내가 보장할 수 있어요.”

김수옥은 “한국 사람과 동거한다는 이유로 중국에 나와 있는 보위부 요원에게 체포됐다 풀려났다”면서 “우선 내 안전을 위해 보위부 요원 이상우를 만나달라”고 부탁했다. B씨는 동거녀의 안전을 위해 이상우를 만났다.

이상우는 B씨에게 “북한에 다녀오면 김수옥의 안전을 보장한다. 북한산 필로폰도 공급해주겠다”고 말했다.

“변절하면 끝까지 따라가겠다”

B씨는 김수옥의 신변 안전을 보장받고 필로폰을 얻고자 북한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두만강을 건너 도착한 곳은 함북 무산군 칠성리. 보위부 간부가 마중 나와 있었다. 관사에 도착하자 보위부 간부가 말했다.

“우리 앞으로 당과 김정일 장군님께 충성을 다하고 힘을 합쳐 조국통일 사업을 성과적으로 진행해보자. 일단 우리가 의형제를 맺었으니 끝까지 변치 말자.”

보위부 간부는 “변절할 때는 지구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겁박도 잊지 않았다. B씨는 “열심히 해보겠다”고 답했다. B씨 역시 “목숨을 바쳐 통일사업을 위해 헌신할 것이며 조국을 절대로 배신하지 않고 당과 김정일 장군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충성맹세를 했다.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소감문도 적었다. “북조선에 와보니 그간 내가 남조선에 있을 때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거리도 깨끗하고 잘사는 것으로 보인다. 장군님께서 조국을 잘 영도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B씨는 ‘연락부호 42번’을 부여받았다. 보위부 대남 공작원이 된 것이다. 이후 북중 국경지역에서 국가정보원의 중국 내 활동을 탐지하려고 시도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주선하는 한국인 K씨를 북한으로 유인하려고 하는 등 다수의 공작에 참여했다.

보위부는 약속한 대로 필로폰 2㎏을 B씨에게 건넸다. 4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 북한산 필로폰 1㎏은 한국 돈 4000만 원가량에 거래된다. 필로폰은 생산지, 순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최근 생산지 기준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게 북한산이다. 백반 같은 첨가물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환각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세계 은어 중 ‘크리스탈’이라는 게 있다. 순도 70% 넘는 필로폰을 가리키는 것. 북한산 필로폰은 순도가 100%에 가까운 것도 있다고 한다. 유통되는 필로폰의 순도는 보통 50~60%다. 북한산은 A급 크리스탈인 셈이다. 북한 군부 등이 마약을 유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B씨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북한 당국은 대외공작 활동 때도 마약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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